이제 이렇게 헤어지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주책스럽게 눈물이 고인다. 다들 서로의 눈을 쳐다볼 수 없게 허공으로 시선을 돌린다. 딱 10년 만이었다. 서로의 중간 지점 여기 서울역에서 다시 만나 헤어지는 것이.
다 큰 어른들이 약속해서 만나면 되는 거지 뭐가 그리 어려워서 그러는 거냐고 누구는 말할 것이다. 그렇게 만나는 것이 식은 죽 먹기였다면 진즉에 그랬을 터. 기약할 수 없는 다음 만남에 가슴 한켠이 시렸다. 인천 공항도 아니고 서울역 한복판에서 멀어지는 친구 뒷모습을 보면서 청승맞게 흐르는 눈물을 훔쳐내기라니 지금 생각해 보면 손발이 오그라든다. 농담으로 '우리 이러다가 15년 뒤 환갑돼서 보는 거 아니야'하는 말이 사실이 되지 않길 바란다.
20년도 훨씬 더 된 유선이의 교복 입은 모습이 아직도 선명한데, 눈앞에는 8살 아이의 손을 잡은 40대 아줌마가 서있다. 어느새 드문드문 보이는 새치를 감추고 싶고, 거부하고픈 주름과 살들을 미워하며 지내던 4명의 아줌마들이 그렇게 마주했다. 추억과 눈앞 현실의 괴리감이 너무나 커서 조금은 낯설기까지 하다.
낯섦은 잠시뿐. 타임머신을 타고 우리는 함께 18살의 그때로 돌아가 있었다. 같은 사건의 다른 기억들을 퍼즐 맞추기 하듯 맞춰나가고, 그 당시 친구들과 선생님들 이야기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스마트폰 시대에 삐삐와 pcs폰을 거론하며 옛날 사람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 말이다. 함께 하는 시간여행 수다에 우리는 그저 즐겁기만 했다. 마치 어제 만난 친구들처럼.
고2 야간자습을 앞두고 여고후문 분식 2층방의 큰 상에서 각자 다른 메뉴를 시켜 서로 나눠 먹던 밥정을 나눈 친구들. 시답지 않은 이야기에 깔깔거림이 새삼 그리운 하루다.
그동안 얼굴을 보지 못하고 연락도 드물게 하던 친구가 어떤 모습으로 10년을 보내왔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제는 모든 것이 안정되어 보여서 마음 한 구석의 돌덩어리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순수하고 정 많은 유선이의 미소를 자주 보았으면, 아니 그냥 맘 편히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속 응원을 조용히 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