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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조아 Feb 21. 2024

늦잠을 자면

눈을 떴다. 아침 7시 10분 전.

후다닥 이불을 내던지듯 일어난다. 취사예약을 하지 않고 잔 것이 후회가 되었다. 오늘 점심을 싸가야 한다고 하는 남편 말이 머리를 스친다. 화장실에 가고 싶은 것을 참고 쿠쿠의 백미쾌속 버튼을 향해 빠른 손놀림을 한다. 익숙한 동작을 생각 없이 몸이 알아서 하고 있다. 참았던 화장실을 다녀오며 급한 마음을 가라앉힌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 간단 김치볶음밥을 할 것이다.

먼저 프라이팬이 들기름을 두르고 계란프라이를 만든다. 오늘따라 기분 좋게 모양이 만족스러운 프라이가 되었다. 왠지 기분 좋은 예감!! 14년 차 요리하수에게는 이것 또한 소소한 기쁨이다.


냉장고에 김치와 어묵을 꺼내 바쁠 때는 최고인 비닐장갑과 가위를 선택한다. 먹기 좋은 크기로 숭덩숭덩 잘라 기름에 달달 볶으며 설탕코팅을 살짝 해 준다. 몸에 흡수를 줄인다는 기업 마케팅 문구가 스쳐 지나가며 자일로스 설탕을 넣는다. 그래도 일반 설탕보다는 괜찮겠지 하는 위로를 하면서 김치의 신맛을 잡아주기 위한 설탕 투입을 한다. 


잠시 대기하면서 사과를 박박 씻는다. 껍질 채 먹는 사과를 애정하는 요즘 혹시 소량의 잔여 농약이라도 먹으면 안 되지 싶어 반들반들해질 때까지 씻어 예쁘게 잘라 놓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분주한 주방에 한 겹을 더하는 쿠쿠 쾌속열차가 증기를 내뿜으며 도착소리가 들린다. 밥을 넣은 김치볶음밥 그 위에 계란 프라이를 보온병에 담아낸다. 바나나 2개와 사과와 함께. 쿠팡의 로켓프레쉬가 주는 모닝빵을 꺼내 부랴부랴 챙긴다. 

이렇게 엉망진창 국도 없는 도시락에도 군말 없이 들고나가는 남편이 고맙기도 짠하기도 한 아침이다. 어설프지만  늦잠을 잔 거 치고는 40분 만에 세이브했다 치고 한숨 돌린다. 

주방은 전쟁 직후의 상태이다. 커피 한 잔 먹기 전 노트북을 타닥거린다. 커피충전 후에 2차전 아이들의 기상을 맞이해야 한다. 

아뿔싸. 숨도 돌리기 전에 아이들 방에서 알람이 울린다. 하지만 끄고 자는지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휴.. 아이들 늦잠이 지금 내게 잠시 휴전 중인 전쟁터의 고요함을 준다.


잘하진 못했다. 그렇지만 내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음을 인정하고 칭찬해 준다. 이런 긍정의 일상이 쌓여 내 생각이 환해지고 더불어 삶이 점점 나아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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