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About __ 14화

증명(證明)에 관하여

증명을 통해 단단해져 가는 ‘나’

by 쎄무와

증명(證明)

•1

어떤 사항이나 판단 따위에 대하여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증거를 들어서 밝힘.

•2

어떤 사실을 증명하는 문서.

•3

어떤 명제나 판단 또는 진위를 정하는 근거를 표시함. 또는 그런 일. 어떤 명제나 판단의 참과 거짓을 근본 원리나 공리로부터 바른 추론에 의하여 밝혀낸다.


결과가 중요한 사회입니다.

우리는 매일 결과로 평가받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몇 점인가?”, “얼마나 벌었나?”, “무슨 타이틀을 땄나?”

이런 측정 가능한 결과가 사람의 가치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결과만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요?

수치로 나타난 결과는 판단할 수 있겠지만, ‘나’라는 사람을 결과로 나타내려면 ‘증명’이 필요하단 생각이 듭니다.

아내와 이야기를 하면서 ‘어쩔 수 없이’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어쩔 수 없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여줘야 하니까요.

특히 누군가에게 나를 증명하려면 결과를 보여주는 것만큼 쉬운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학창 시절부터 누군가에게 결과를 보여줘야 하는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시험부터, 수행평가까지 과정 중에 결과를 보여줘야 합니다.

고학년이 되면서 강도는 더욱 심해집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결과라는 이름으로 줄을 서게 됩니다.

부당하단 생각은 아닙니다.

말 그대로 결과니까요.

그렇기에 누구보다 조금이라도 앞서가려 노력했습니다.

거기서 오는 우월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쌓이면서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가치가 없어지는 건 아닐까?“

이런 무서운 생각들이 스스로를 덮칠 때, 생각했습니다.

결과보단 과정에 집중하자고요.

과정에 집중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누군가에게 보여줘야 하니까요.

과정을 보여줘도, 원하는 결과가 아니라면 가치를 잃어버리니까요.

무엇보다, 저의 생각이 바뀌지 않았습니다.

과정이 좋다고 결과도 좋은 건 아니었습니다.

과정을 중시한다지만 결과를 쫓았습니다.

과정에 집중하면서 자기 합리화란 이름으로 스스로를 보호했습니다.

좋지 못한 결과를 운으로 포장했습니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피하고 마음의 불편을 줄이려 노력했습니다.

수능을 봤을 때가 생각납니다.

정시를 준비한다며 나름대로 공부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지만, 그 당시는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형편없는 공부 방식만큼이나 결과도 처참했습니다.

말로 꺼내기도 힘든 점수였습니다.

그때,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운’이란 이름의 방어막을 가져왔습니다.

그 실패 이후 학교를 입학하기까지 정말 힘들었습니다.

대학 입학 후에도 한동안은 위축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 ‘어느 대학 나왔어?’라고 묻는다면 작아지는 제 모습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좋은 학교를 나온 사람들을 시기했습니다.

동기들과 대화할 때면 ’나는 뒤처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그들보다 뒤처졌지만 따라잡기 위해서는 증명해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여러 공모전을 찾아보며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것들에 도전했습니다.

그렇게 몇 번의 수상을 경험했습니다.

작은 공모전이었지만 수상했을 때의 기쁨을 잊을 수 없습니다.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 그 과정을 증명하는 것.

그것이 나를 지키는 방법이란 것, 나를 보여주는 방식이라는 것을요.

저는 남들에게 지금의 ‘나’라는 사람이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왜냐하면, 실패한 경험도, 성공한 경험도, 그 모든 과정들이 쌓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어줬기 때문입니다.

‘나‘라는 사람을 증명하는 방법은, 그 수많은 과정 속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으로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모든 일들도 결국은 더 멋진 ’나‘를 증명해 내는 방법이자 과정입니다.

그 과정 중에도 구독자라는 결과에 집착할 때가 있어 부끄럽지만, 이 과정 또한 증명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증명들이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증명을 하고 계신가요?

여러분의 증명이 더욱 단단해지기를 소망합니다.


증명(證明)

•1

과정이 결과를 보여주는 방법

•2

나를 지키고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방법

•3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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