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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nseo Mar 28. 2024

우박

맑은 날 뜬금없이 우박이 나를 재촉했다.


친구를 버스 정류장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던 어느 날,

분명 몇 분 전까지 화창한 날이었다.

여유롭게 귀가하던 중에

뒤에서 다급하게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두어 개가 아닌 셀 수 없을 정도의 알맹이들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딴생각하지 말고 곧바로 집에 들어가라는 듯,

나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럼에도 꿋꿋이 음악을 들으며 천천히 걸었다.

이번엔 알맹이들이 내 살을 건드렸다.

어라, 우박이다.

얼음 알갱이들은 점점 거세게 살을 쳐댔고,

알갱이가 덩어리로 둔갑해 몸집을 부풀리고 있었다.

‘알았다고. 집에 가면 될 거 아니야.’

어쩔 수 없이 나는 집으로 서둘러 들어갔다.

난생 처음 우박을 맞아보지만,

낯설진 않았다.

끈질기게 재촉하는 성질 급한 존재들.

어딜 가나 하나씩은 꼭 있다.

나도 나름 하고 싶은 게 있고,

생각이라는 게 있는데.

자꾸만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나를 끌고 가려 한다.


가끔씩은 그저 지켜봐 줬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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