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물건이었다.
평범한 물건은 일상에선 존재감이 없다.
그래서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를 지나친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그 사람과 관련 있는 평범한 물건이, 그의 부재와 동시에 평범하지 않게 된다.
평범한 물건은 이제 위대한 힘을 갖는다.
유일하게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연결해 주니 말이다.
추억들 뿐만 아니라 손짓, 몸짓, 그 사람의 호흡까지.
’물건에 모두 깃들어 있었다.
평범한 물건은 드디어 인식된다.
물건은 나에게서 존재감을 얻는다.
그렇게 귀중품의 자격을 갖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갓 태어난 귀중품은 쓰레기로 전락하고 만다.
평범함도 아니다.
이제는 단지 쓰레기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했던 사람이 되어버렸고.
사랑했던 사람과 쌓았던 추억은 정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물건이 있던 방을 청소해야 한다.
이제 막 정을 붙였던 ‘귀중했던’ 물건을 정리해야 한다.
청소는 고통으로 이어졌지만,
또 다른 물건들을 맞이해야 하기에,
나는 방을 비워야만 한다.
그래야 새로운 존재로 상실감을 흘려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