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 뜬금없이 우박이 나를 재촉했다.
친구를 버스 정류장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던 어느 날,
분명 몇 분 전까지 화창한 날이었다.
여유롭게 귀가하던 중에
뒤에서 다급하게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두어 개가 아닌 셀 수 없을 정도의 알맹이들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딴생각하지 말고 곧바로 집에 들어가라는 듯,
나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럼에도 꿋꿋이 음악을 들으며 천천히 걸었다.
이번엔 알맹이들이 내 살을 건드렸다.
어라, 우박이다.
얼음 알갱이들은 점점 거세게 살을 쳐댔고,
알갱이가 덩어리로 둔갑해 몸집을 부풀리고 있었다.
‘알았다고. 집에 가면 될 거 아니야.’
어쩔 수 없이 나는 집으로 서둘러 들어갔다.
난생 처음 우박을 맞아보지만,
낯설진 않았다.
끈질기게 재촉하는 성질 급한 존재들.
어딜 가나 하나씩은 꼭 있다.
나도 나름 하고 싶은 게 있고,
생각이라는 게 있는데.
자꾸만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나를 끌고 가려 한다.
가끔씩은 그저 지켜봐 줬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