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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nseo Jun 24. 2024

장마, 스키야키, 그리고 나의 행복

스키야키, 새롭게 바라보고 먹어보자

날씨가 급격히 더워지면서, 우리의 몸을 시원하게 만들어 줄 음식이 생각이 난다. 그렇지만 비오는 날에는 신기하게도 뜨끈한 국물이 눈에 더 들어온다. 갖가지 재료들을 넣고 보글보글 끓인 국물과 시원한 맥주를 가볍게 들이키면, 비오는 소리는 곧 힐링으로 돌아온다.


칼국수, 수제비, 감자탕과 같은 우리나라 국물 음식도 제격이지만, 최근들어서는 이국적인 국물 요리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일본의 대표적인 스키야키도 그 중에 하나다. 간장과 설탕 베이스의 단짠단짠 육수로 목을 먼저 축이고, 야채와 고기를 한 움큼 집어 계란 노른자에 찍어 입에 넣으면 고소한 맛이 한가득 퍼진다. 이 맛을 즐기다보면 어느새 끊임없이 젓가락질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나 무한 젓가락질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내가 원하는 재료만을 골라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스키야키’라는 이름은 고기를 가래(연장)에 올려 구워먹는다는 한자어에서 유래됐다. 그러나 좋아하는 걸 골라 먹을 수 있는 요리임을 생각해보면 ‘스키(すき)’를 일본어 뜻 그대로 ‘좋아하다’로 해석해서, ‘스키야키= 좋아하는 구이‘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원하는 걸 건져먹는다는 것, 그것은 당장은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고, 만족스러운 포만감으로 식사를 끝마칠 수 있게해주니 말이다.


한편으로 좋아하는 것만 건져먹는 모습을 곱씹어보면 달갑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자칫하면 얌체같은 모습으로 비춰보일 수 있다.




짱구는 못말려 스키야키편을 다들 한번씩은 보았을 것이다. 짱구집에 불쑥 나타나 온갖 민폐짓을 하는 두 커플. 옆집 신혼부부는 항상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스키야키편에서도 역시나 얄미운 행동만 골라서 한다. 짱구네에 불쑥 찾아와 식사자리에 합석한 것도 모자라 고기만 골라서 건져먹는 바람에 짱구네 식구들은 남은 야채만 먹어야했다. 모두가 즐겨야하는 스키야키를 둘이서만 행복하게 즐기는 상황이 펼쳐져버렸다.


스키야키는 혼밥보다 2인 이상으로 먹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음식을 먹는 와중에도 맛있는 걸 독차지 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할 때도 있다. 내가 고기만 먹으면 다른 사람은 야채만 먹어야하니, 내 행복만 쫓으려하면 남의 행복은 줄어드는 거나 마찬가지다. 어쩌면 스키야키는 하나의 냄비안에서 행복과 고통이 치열하게 오고가는 신비한 요리일지도 모른다.






스키야키를 먹는 우리의 모습은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나타나곤한다.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서 고통을 감내하는 모습이 있는 반면에 내가 원하는 일만 하면서 고통을 회피하려는 성향도 드러나기 마련이다. 체리피커와 같은 특징은 아무래도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굳이 싫은 일을 해야하고, 남을 생각해야 할까’ 라는 생각도 든다.  나의 행복만 추구하는 삶은 생각만해도 편안하다. 행복만 편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고통을 모르면 자신이 누릴 행복도 행복이라 느끼지 못하고 당연시 되어버릴 것이다. 또한 이기적인 선택이 반드시 나의 행복으로 무조건 직결되는 것도 아니다. 스키야키를 먹는 상황에서도 고기만 먹으면 금새 물려버린다. 살면서 이기적인 모습도 필요할 때가 있지만, 그것이 마냥 정답이 될 수는 없다. 행복한 삶도 고통과 어느정도 균형이 있어야 실현될 수 있다. 쌉쌀한 야채와 함께 먹어야 담백한 고기를 느끼하지 않게 오래 즐길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야채로 푹 우려진 스키야키가 비로소 진정한 맛을 낸다.




스키야키는 이곳에서



 1. 요코스카 쓰나미


위치: 서울특별시 용산구 우사단로2길 20


보광동과 상수동에 위치한 요코스카 쓰나미. 사시미, 규동 등 다양한 일식 집합소인 이곳에 스키야키도 빠지면 섭하다. 스키야키의 기본 중의 기본인 간장 베이스가 단연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진한 육수가 베어진 건더기들을 먹다보면 자동으로 공깃밥을 찾게 된다. 돗쿠리나 동해 소주와 함께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2. 심야식당 텐조


위치: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거북골로20길 71


가게 외부부터 아기자기한 일본 분위기를 뽐내는 텐조는 지나칠때마다 한번 즈음 방문하고 싶도록 만든다. 분위기에 이끌려 가게에 들어서면 마치 현지 이자카야를 온 듯한 기분이 든다. 이곳의 스키야키도 입맛을 돌게하는 육수는 물론 함께 나오는 계란 땅콩 소스는 최고의 담백함을 자랑한다. 일본에 온 듯한 공간에서 스키야키와 하이볼, 생맥주의 조합은 극락이라고 할 수 있다.





@kiits_sukiyaki


3. 키츠스키야키


위치: 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화로7길 6-5 1층


키츠스키야키에는 특별한 메뉴가 있다. 바로 버터 스키야키. 버터를 넣어 끓인 육수는 단짠단짠의 절정을 보여준다. 다 먹어갈 때 나오는 카레우동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우동에도 버터가 들어가 카레의 풍미가 물씬 느껴진다. 버터 한조각으로 스키야키의 매력을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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