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기특한 불행' 영업하는 글
에세이들을 싫어한다. 뻔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표면적인 위로로 포장한 그럴~듯한 ‘책’이라는 가면을 쓴 느낌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지윤 작가님의 '작고 기특한 불행'은 익숙한데 뻔하지 않은 문장으로 고급진 위로를 전한다. 이 책은 에세이라는 하나의 유형 속에서 저자의 불행과 행복에 관한 가치관을 엿볼 수 있으며 동시에 독자에게 행복을 강요하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위로와 힐링을 얻어가는 다른 에세이들과 차별화된 이 책만의 ‘고유성’을 느낄 수 있다. 담담하고 담백한 서술이 이렇게 매력 있는 글이라니. 책의 뒤편에 자리 잡은 평에서도 나와 비슷한 결의 생각을 가진 생각을 가진 작가가 있었다.
"따뜻한 함박눈처럼 특별한 온도감을 가진 책. 나는 불행을 정돈하며 깊어지는 사람의 글을 정말 좋아한다. 정성스레 불행한 이는 결코 불행해지지 않는다는 역설을 믿기 때문이다. 행복해지려는 억지나 불행을 처단하려는 저의감 없이 소복하게 쌓인 글을 참 오랜만에 만나 본다. 저자의 불행을 엿보았을 뿐인데, 어째서 내 불행이 덩달아 기특해지는지 모르겠다." 이 책은 추천사마저도 특별하다. 의무감에 쓴 추천사가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이 책을 읽고 아끼는 마음에 쓴 느낌이었다. 사실 인스타그램에서 추천 글을 보고 당장 서점으로 달려갔었는데 추천사에 반해서 바로 구매하게 된 책이었다.
담담히 저자의 생각을 소복하게 쌓아 올린 글은 정말 매력적이다. 최근 다양한 ‘수상작’ 책들을 읽으며 실망한 적이 많았다. (당연히 나는 비전문가이니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누적된 수상작들에 대한 실망은 나의 독서에 대한 흥미를 자꾸 갉아먹었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책이 '작기불'이었다.) 괜한 미사여구들만 늘어뜨리고 추상적으로 글을 쓰면서 본질을 파악할 수 없거나, 뻔한 내용들로만 구성되었거나,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글만을 만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브런치북 대상’이라는 명성에 만 프로 부합하는 책이었다.
자신의 생각을 정돈하여 문장으로 내뿜을 수 있는 능력의 최대치를 보여준 책이다. 작가는 개개인이 모두 자신만의 불행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이를 억지로 행복으로 전환시키려 하지 않는다. 단지 우리 모두가 불행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다듬으며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행복으로 만들어가면 된다는 것. 역시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