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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터치 Mar 22. 2024

영국일기 15. 짬밥은 존재하는가

이번주부터 고객들의 주문이 속속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문이 들어와서 설렌 것도 잠시, 물건을 팔고 있는 여러 채널들이 말썽을 일으켰다. 한 플랫폼에서는 배송 라벨 시트가 안 나오고, 누구는 페이팔로 주문해 놓고 돈을 안 붙이고.... 일이라는 것이 손재주만 뛰어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닥쳤을 때 대처하는 유연함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는 하루다. 


그렇게 오전이 지나가고, 오후에 또 상황이 터졌다. 회사의 실수인지, 한국에서 납품한 업체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고객이 주문한 bts 제품 중 3명의 멤버 상품이 보이질 않는다. 회사 식구들은 한국으로 출장 갔고, 나 혼자 회사에 남아 박스란 박스는 전부 뒤져 봤지만, 보이질 않는다. 결국 또 부족한 기질을 발휘해 제품을 두 개 더 보내주는 조건으로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왜 이런 대처 법은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인지ㅋㅋㅋ


나름 군대에서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센스들을 많이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실무에서는 발휘가 되지 않는다. 이래서 경력직을 뽑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인생의 짬밥이라는 것이 진짜 있긴 것 같다. 


추가적으로.....

그리고 아직도 화가 삭히지 않는 점은 도대체 일처리를 어떻게 했길래 7가지 종류가 있어야 하는 bts 상품이 4가지 밖에 없이 수출되었는지, 검토는 제대로 한 것인지. 삼촌이 과거에 "세상일이라는 것이 촘촘하게 이루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엄청 허술하게 처리되는 일들이 많아"라고 했는데. 그 말이 사실인 건가. 


모임을 갖더라도 장소를 검토하고 머리로 리허설해 보고, 가야 어리바리하다는 소리 안 듣고 어울리는 친구들 사이에서 지낸 것이 참 다행이라 생각이 들면서, 삼촌이 그리 말했다 하더라도 그런 문화에 물들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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