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결혼은 어떤 조건으로 결정하나?'란 제목으로 글을 써주었습니다.'복사-붙이기' 합니다.
4월이 되니 하늘하늘한 옷에 가벼운 재킷을 걸치는 계절이 왔다.
여느 때처럼 광주에 와서 일요일에 교회에 갔다. 목사님께서 면담을 요청했다. 목사님께서는 지금 같이 교회에 다니고 있고, 사귀고 있는 김경호 선생님에 대해 얘기를 하면서 결혼 얘기를 꺼내었다. 먼저 면담을 끝낸 김 선생님의 의도를 알고 있어서인지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셨다. 요지는 결혼을 빨리 하라는 말씀이셨다.
몇 가지 얘기를 마치시더니, 목사님은 이렇게 말씀했다.
"남자가 고자가 아니면 결혼할 수 있습니다."
너무나도 독단적이고 깔끔하고 단호한 권고였다. 김 선생님께서는 교회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믿음이 좋은 청년이어서흠잡을 곳이 없다고 생각하신 것 같았다. 씩씩하시고 대범한 성격다운 목사님의 면담이었던 것 같다. 나는 결혼은 한다 안 한다 말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 같고, 간단명료한 결혼조건(?)에 대해 그 단어만이 머릿속을 헤엄쳐 다녔다.
결혼은 미래에 대한 계획이 있고, 결혼할 수 있는 여러 상황들이 있다. 가족관계며 본인들의 준비 상황 등 여러 가지 준비할 것이 많고, 거기에 맞게 두 사람이 성숙되어 있어야 했다. 우리는 그저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말로만 표현이 되는 그냥 순수하고 속없는 철부지 병아리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 좋아하는 마음만 있으면, 같이 있고 싶은 마음으로 결혼을 하는 거라고 여겼던 수준이었다.
미래를 준비되지 않은 결혼이 어떤 고통을 수반되리라는 것은 전혀 알지도 못했고, 불나방처럼 아름답게 보이는 불에 뛰어드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4월 5일에 바로 위 오빠의 결혼식이 있었다. 흙먼지 자욱한 길 위의 나는 직장에 내몰려서 하루하루의 시간을 흘려보내는 어느 날, 목사님의 대담한 발표가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