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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학교 안 디딤돌학교를 만들어 보자

이주배경학생의 한국어교육 산실, 경기한국어랭기지스쿨

by 초들

오랜 지인, K 교감 선생님께서 교장 발령을 받았습니다.


마치 내가 교장 발령받은 것처럼 기뻤어요. 2000년부터 이어져 온 각별한 인연 위에 내가 발령을 받았을 때, 열렬히 축하해 주었던 K 교감 선생님(이하 K 선생님)의 살가움이 있었거든요.


오랜만에 찾아간 학교 모습도 정겨웠어요. 내 인생살이 반평생을 보낸 소중한 일터였기에 그랬습니다.



K 선생님은 S초등학교가 24 학급 인가를 받아 설립했는데, 현재 10 학급(특수학급 1 학급 포함)이라며 나날이 줄어드는 학생수에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K 선생님의 얘길 들으면서 나는 뜬금없이 'S초등학교에 경기한국어랭기지스쿨 디딤돌학교(이하 디딤돌학교)를 만들어 보세요'라고 제안했습니다. 워낙 교육에 열정이 많은 K 선생님이라서 관심을 보여주어 고마웠어요. 나는 디딤돌학교에서 담임교사로, 한국어강사로 근무해 온 경험을 말해주었습니다.


디딤돌학교에서는 초등학교에 학적을 두고 있으나 낮은 한국어 능력으로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3~6학년 이주배경청소년을 위탁받아 일정 기간 한국어 집중 교육을 실시한 후 원적교로 복귀시킵니다.


이곳에서 2년째 근무해 보니, 이주배경학생들은 한국어 집중 교육으로 힘들지만, 모두 외국에서 왔기에 동질감(同質感)을 갖고 편안히 지내는 것 같았어요. 아주 활발하고 즐겁게 지내거든요. 일선 학교라면 사방에서 쏟아지는 한국어 집중포화로 주눅이 들어 엎드려 있거나 구석진 곳에서 혼자 외로워할 텐데, 이곳의 분위기는 사뭇 다른 셈입니다.


하지만 교육과정 운영 면에서 애로가 아주 많았습니다. 지도 교재로 초등학생을 위한 표준 한국어와 경기한국어랭기지스쿨 배움 교재를 사용하는데, 교재 내용의 대부분이 학교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소재를 다루도록 편성되어 있기 때문이죠. 지역에서 운영하는 디딤돌학교는 일선 학교와 달리 딱딱한 건물뿐이라서 한국어 집중교육을 하기에는 비효율적이었습니다. 그러기에 K 선생님께 S초등학교에다 디딤돌학교를 만들어 운영하면 좋겠다고 제안한 것이지요.



경기도교육청의 '2025 경기한국어랭귀지스쿨(KLS, 경기한국어공유학교) 추진 계획'에 따르면, 1 섹터(학교 안 KLS)에서 다문화 특별학급 61교 88 학급을, 2 섹터(지역연계 KLS)에서는 지역별 한국어랭기지스쿨 31개 시군 40개로 전면 확대•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2 섹터 지역연계 경기한국어랭기지스쿨 디딤돌학교는 교육 장소를 일선 학교로 옮기는 게 타당하다고 여겨졌어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초등학생을 위한 표준 한국어 '고학년 의사소통 1'의 교재 내용 가운데, '한글의 자음자와 모음자'를 제외한 '나, 내 물건, 우리 학교, 우리 동네, 학교생활, 하루 일과, 놀이와 운동, 바른생활' 등은 학교에서의 생활, 학교 시설 이용 등이 주요 소재이기에 지역연계 디딤돌학교에서 이러한 내용을 지도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S초등학교는 사통팔달의 교통 여건과 유휴 교실이 많아 학교 안에서 디딤돌학교를 운영하기엔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었습니다. 관리자의 의지와 학교교육공동체의 동의•협조가 뒤따른다면 학교 안 디딤돌학교 설치•운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S초등학교와 같은 여건을 가진 다른 지역 초등학교에서도 설치•운영할 수 있다면 아주 좋겠습니다.



K 선생님을 다시 만나게 되면, 꼭 S초등학교에 학교 안 디딤돌학교를 만들어 보자고 재차 권하고 싶습니다. 저 역시 교육 동역자로서 합력(合力)하고 싶으니까요.


언젠간 나도 한국어 교육에의 열정을 흐르는 세월 속에다 서서히 묻어가겠지만, 지금의 나는 이주배경학생의 한국어 교육에 열정을 깊숙이 꽂고 있어요. 그래서 다행스럽습니다.



(2025.09.28. 글쓴이: 김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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