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민주 Oct 10. 2023

내 장례식에는 누가 올까

<장례희망> 5회차 모임

"결혼식은 형태가 다양한데 장례식은 획일적인 형태인 게 의문이었어요."


'장례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다. 결혼식은 스몰 웨딩, 야외 웨딩, 하우스 웨딩... 이미 이름도 여러 가지다. 반면 장례식은 하나로 통일 되어 있다. 죽음이란 게 언제 어디서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결혼식과 달리 장례식은 스스로 기획할 수 없다. 하지만 미리 내 죽음을 준비하고 미리 내 장례식을 상상해본다면 사람들마다 각자가 하고 싶은 형태의 장례식을 진행하는 일이 정말로 가능할지도 모른다. 5회차에는 내가 원하는 모습의 장례식을 구성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M: 장소는 전시관인데, 검은색은 삶의 색깔 그리고 포인트 컬러를 친구들 가족들 제가 경험했던 이야기들로 만들 거예요. 흰색은 죽음을 상징하는 색이고요. 유언은 나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남기고 싶어요. 그리고 결혼할 때는 하객을 많이 초대하지 못해서 죽었을 때는 최대한 많이 그리고 낯선 사람들까지 초대를 하고 싶어요. 드레스 코드는 최대한 화려하고 예쁘게 멋있게. 인생네컷 사진기를 비치 하고 싶고요. 마지막으로 선물은 노란색 일기장을 주고 싶은데 행복한 날에만 쓰는 일기장이라고 해서 제 장례식에 대해서 처음으로 써달라고 부탁을 하고 싶어요.    


H: 노래는 잔잔한 주말 오후 느낌의 곡을 하면 어떨까 싶었는데 주말이 지나가면 다시 한 주를 맞이하잖아요. 그리고 다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그것처럼 여기에서는 슬퍼하고 저를 기억해 주시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각자의 삶으로 다시 돌아갈 분들을 위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선물은 조그만한 카드 두 개를 드릴 건데 하나는 제 글이 써져 있는 글이랑 하나는 빈 카드여서 다른 사람들이 카드에 글을 쓰고 모아두면 어떨까 했어요. 그리고 남은 사람들을 위한 영상편지와 내 삶을 돌아보면서 생각나는 것들을 영상으로 만들고 싶어요. 벽면의 이동 동선에 따라서 쓸 문구들 중에 ‘함께여서 감사했고 또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라는 문구가 들어갈 것 같아요.   


P: 전반적인 분위기는 차분하지만 한 번씩 웃을 수 있는 포인트도 있었으면 면좋겠어요. 예를 들어서 밝은 모습의 제가 나오는 영상을 틀어 놓는다든지. 색깔은 제가 좋아하는 청록색, 차분해 보이는 색깔로 하고 싶어요. 선물은 저랑 같이 찍은 사진들을 지인들에게 직접 나눠주면 좋을 것 같아요. 예전에 인상 깊게 봤던 문장 ‘누군가의 가슴속에 영원히 반짝이는 별이 되어 잠들다.’라는 문장으로 마무리하려고 생각했습니다. 


K: 장례식장을 영화 촬영 현장이나 콘서트 공연장으로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장례식을 갔을 때 예절이나 관습이 거추장스럽더라고요. 좀 더 편안해져도 되지 않을까. 쓸 수 있는 물건들은 바자회를 열어서 수익금은 무명 예술인들한테 가게끔 기부할 것 같아요. 선물은 만득이 시리즈를 줘서 가면서 웃으면서 갔으면 좋겠어요. 음악은 감성 힙합을 틀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쩌면 당신들이 있었기 때문에 사는 동안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 정도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장례식에 사람들을 초대를 안 할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올 사람들은 오고 일부러 퍼뜨리고 싶지는 않아요.      


S: 일과 끝난 뒤 노을이 지는 시간, 금요일 저녁이 좋을 것 같아요. 장소는 우리 집 앞 마당. 분위기는 밝은 분위기 재미있었으면 좋겠어요. 초대할 사람은 가족이랑 그때까지 연락하고 지내는 가까운 친구나 이웃. 그리고 음식은 뷔페식으로 맛있는 음식 많이 놔두고 싶어요. 이벤트는 제가 홀로그램 영상을 배치해서 사람들이 들어올 ‘어서 와’라는 말이 나오는 거죠. 게다가 홀로그램으로 진행도 하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가족 그리고 가까운 사람과 함께한 행복한 시간의 소중함을 전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내가 읽었던 책들을 놔두고 마음껏 골라가라고 하고 싶습니다.      


N: 재즈 공연을 한구석에서 했으면 좋겠어요. 음식은 보통 육개장을 많이 먹잖아요. 근데 저는 뼈해장국을 진짜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뼈해장국으로 했으면 좋겠다. 소중했던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편지를 미리 써놔서 그 사람들이 왔을 때 전달을 해주고 싶어요. 식장 주변에는 작은 공원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앉아서 쉴 수도 있고 생각 정리도 하고 고요함을 즐길 수도 있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여러 가지 제 모습이 나오는 영상들을 비디오 아트처럼 깔아놓고 각각의 영상들이 틀어지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장례식에 와준 사람들이 저에게 남기고 싶은 한 마디를 종이에다 써가지고 천장에 달아놓은 실에 묶어두게 하고 싶어요. 


O: 바다가 보이는 제 별장에서 하고 싶어요. 기간은 7일 정도로 잡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죽으면 바로 화장해가지고 유해만 가지고 와서 장례식을 시작하면 좋겠고. 저도 전시를 하고 싶어서 사진이나 내가 하고 싶은 말들 이야기하고 배경 음악은 밝은 분위기의 CCM으로 하고 싶어요. 색상은 밝고 파란색으로 준비하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나와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같이 천국에서 다시 만나요.’ 이런 거 이야기하고 싶어요. 음식은 육개장 맨날 먹었으니까 든든한 콩나물국밥과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 그래서 7일 끝나는 마지막 날에 바다에 뿌려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 기일에는 가족들이 모여서 하루 같이 시간을 보내는 날로 정했으면 합니다. 




O: 장례식을 평범하게 하고 싶은 분들이 없다는 게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패턴의 장례식을 하는데, 이렇게 하면 장례식이 기대되고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N: 각자가 상상한 장례식이 비슷한 부분이 있으면서도 개성이 있어서 인상 깊었고 진짜 이런 장례식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내 장례식을 하게 될 수도 있으니 부지런히 준비를 해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S: 장례식을 생각하다 보니까 그 자리에 누가 올지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내 삶의 끝에는 누가 남아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 게 기억에 남았어요.      


K: 각자의 장례식을 얘기할 때 그 순간들이 머릿속에 그려졌던 게 되게 인상 깊었거든요.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 이런 얘기를 이렇게 밝게 나눌 수 있다는 게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P: 막연하게 이렇게 해보고 싶다를 넘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 봤던 게 인상 깊었어요. 나는 내 지인들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을까라는 궁금증이 들었어요. 

      

H: 죽음이 되게 막연하고 멀리 있는 것 같은데 장례식은 더 막연했어요. 너무 획일화되어 있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다 같이 그려볼 수 있어서 되게 좋았었던 것 같아요. 


M: 여기 계신 분들의 장례식장에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들 너무 새로운 접근이고, 다양해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죽음을 묻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