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희망> 4회차 모임
‘죽음을 그리는’ 퍼플아티스트를 만났다. 죽음을 주제로 여러가지 활동을 하고 있는 분이었다. 인터뷰를 계획했었는데 누구를 섭외할지 몰라 고민을 하던 차에 불현듯 생각이 나서 얼른 섭외 요청을 했다. 감사하게도 제안을 너무나 반갑게 환영해주었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기대가 된다며 따뜻하게 답을 주셨다. 죽음을 생각하게 된 계기, 퍼플 아티스트로 활동을 하게 된 과정, 죽음에 대한 고민 등에 대한 주제로 강의를 부탁드렸고, 나머지 시간에는 모임 구성원들이 평소 궁금했던 질문들을 같이 나눴다.
Q. 만약 내일 죽게 된다면?
J: 이게 언젠가 올 줄 알았는데 드디어 오는구나. 그리고 어떨 때는 빨리 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날 밥을 진짜 꼭꼭 씹어 먹고 커피 한두 잔 마실 것 같아요.
S: 장사를 하고 싶기는 한데 현실적인 안정감에 대한 욕구 때문에 지금은 못 하겠고 나중에 애기들 다 키우고 시작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그래서 갑자기 죽음이 찾아와버리면은 좀 후회가 될 것 같아요.
O: 저는 후회를 딱히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왜냐면 저는 하고 싶은 거 다 그때그때 하고자 하는 그런 느낌이어가지고 딱히 뭐 그렇게 후회는 남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죽음 앞에서 가져야 할 자세는?
J: 죽음 앞에서 살아가야 하니까 계속해서 나를 성찰하는 것, 나와 대화하는 것 그리고 소통하는 것. 소통하는 자세에 있어서는 존중, 용기, 자유를 가지고 소통해 가는 자세.
H: 그럼에도 내가 살고 있는 이 시간을 조금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담담한 마음도 있어야 될 것 같아요.
N: 죽음이 언제 어디서 올지 모르잖아요. 살아가면서 가져야 할 자세라는 문장으로도 해석이 돼가지고요.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 그 자세가 가장 중요할 것 같고 그렇게 충실하게 살았을 때 죽음이 갑작스레 찾아오는 순간에 후회가 엄청 남지는 않을 듯해요.
P: 예전에는 진짜 떠올리기도 싫고 굉장히 두려운 걸로 받아들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건 없어졌어요. 많이 덤덤해졌어요. 죽음이 찾아온다고 해도 수용하는 자세.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남은 기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라고 이제 생각이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M: 저는 죽음을 믿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퇴근할 때 오늘 고생했다고 얘기를 하고 아니면 친구랑 놀고 나서 오늘 재미있었다고 얘기하고 남편이랑 잠들기 전에 사랑한다고 얘기하고, 엄마랑 전화 끊을 때 사랑한다고 말하고 이런 자세가 중요한 것 같고 저도 이렇게 살고 있는 것 같긴 해요.
Q.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떠올리면?
J: 제가 그런 오해를 많이 받거든요. 매일 매일 죽음을 생각하니까 퍼플아티스트 정도면 죽음이 담담하지 않을까 하는데 저 엄청 많이 울거든요. 사실 '한 사람'의 조각이 빠지는 상실을 겪을 때, 그 조각을 대신 할 무언가가 있을 수 없잖아요. 저는 그 조각이 비어있는 상태도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숙명이 너무 슬프게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Q. 죽음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은?
J: 일단 잊을 수 있으면 잊으셔라 잊으셔도 괜찮다. 그런데 잊지 않고 살아가려면 자기 자신과 대화를 많이 하시고 소통하시고. 제가 10대부터 90대까지 나이에 상관없이 다 만나서 인터뷰를 했는데 분명 저는 죽음 인터뷰고요, 질문은 딱 하나예요. ‘당신에게 죽음이란 무엇인가요?’ 이렇게 죽음을 주제로 시작을 하면 이야기의 끝이 무조건 삶으로 끝나요.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불문율처럼 삶으로 끝이 나더라고요.
소감 나누기
N: 어떤 이야기들을 같이 할까 같이 들을까 하면서 기대하면서 왔는데 기대보다 더 너무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죽음을 생각하면서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 빈칸이 각자 다르다고 하셨는데, 저는 죽음을 생각하면서도 집중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라고 채우고 싶어요. 오히려 죽음을 생각하면 내 삶에 집중하며 살아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H: 퍼플아티스트님께서 죽음에 대한 답이 심플하게 나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많이 고민을 하고 정의 내리고, 답을 해보고 또 사람들하고 소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인상 깊었어요. 어떻게 살아야 의미 있는 삶으로 더 채워갈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 계속 드는 것 같아요.
O: 죽음을 생각 안 할 수 있으면 안 하는 게 더 좋은 거 같다라고 말씀해 주셨을 때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P: 삶만 생각하는 사람은 휘청거리고, 죽음도 똑같고. 삶과 죽음을 균형 있게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했는데 그 균형에 초점을 맞추게 되더라고요. 적당하게 균형을 맞춘다면은 지금보다 좀 더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D: 퍼플아티스트님이 죽음을 준비하고 계신 방식이 신기했고, 아직까지는 깊게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이런 걸 미리 준비하고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J: 오늘 이 순간을 곱씹으면서 계기이자 경험이자 동력 삼아서 작업을 해 갈 것 같아요.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어 감사드리고요. 여러분들 만나면서 죽음과 삶에 대해 내 작업을 한번 돌이켜 봄에 있어서 더 다양한 질문들이 올 수 있는 사람이 됐구나를 저는 느꼈거든요. 사람들이 제게 묻는 질문이 되게 한정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폭넓은 질문을 이제는 받는구나 싶어서 인상 깊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