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민주 Sep 25. 2023

버킷리스트

<장례희망> 3회차 모임

덜 후회되는 죽음을 위해서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볍게 쓰는 버킷리스트 말고, 진심으로 내가 이루고 싶은 것들을 생각하고 적어보기 위해서 짧은 영상 한 편과 책의 한 부분을 함께 봤다. 첫 번째 영상은 암에 걸린 고등학생이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하나씩 이루고 세상을 떠난 내용이 담긴 영상이었다.  


S: 아쉬운 것 같아요. 더 살아갔으면 다양한 분야의 버킷리스트가 작성되지 않았을까. 너무 어린 나이라 안타까웠어요.


K: 저는 오히려 행복하게 마무리했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왜냐하면 분명히 오래 살든 짧게 살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다 못하고 가는 분들도 많다고 생각을 하는데 이렇게 좀 똑똑하고 멋있게 이렇게 갔다 행복하게 갔다. 남은 기간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것 같아요.


H: 치료에 희망을 걸어볼 수도 있는데 저 결정을 한 게 진짜 쉽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N: 되게 멋있기도 하고 되게 안타깝기도 하고 근데 또 한편으로 든 생각은 이제 버킷리스트를 정해서 다 하고 마무리를 하고 간 거잖아요. 지금 내가 저렇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을 못하겠는 거예요. 내가 갑자기 막 어떤 병에 걸린 게 아닌 이상 저 정도 실행력을 가질 수 있을까?


영상을 본 후에는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사실 나는 내가 죽는다는 걸 믿고 있지 않다'는 주장을 하는 부분을 함께 읽었다. 


S: ‘아마도 우리 모두가 자신이 언젠가 죽을 거라고 스쳐 지나가듯이 말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라는 게 내가 죽을 고비를 넘긴다고 해서 저렇게 도전을 하거나 용기 있게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도 해보고.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뭔지, 좋아하는 게 뭔지 이런 것도 없이 그냥 뭔가 목적도 없이 목표도 없이 살아가고 있구나 약간 이런 생각이 조금 들었던 것 같아요.


M: 제가 비슷한 말을 들었어요. ‘우리가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고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불안해하며 시간을 보내는 이유는 자신이 언젠가 죽을 거란 사실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는데 그럼 내일 죽는다면 오늘 어떤 태도를 지니면서 살아야 될까 생각을 해봤는데 일단 세상에 대해 애틋한 마음을 가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용서하는 마음까지 지니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O: 사실 나는 내일 죽지 않는데. 나는 앞으로 미래에 대해서도 더 행복한 것들을 그리기 위해 준비를 해야 되고 투자를 해야 되는데 당장 내일 죽을 것처럼 이렇게 해야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가지고 다만 이제 제가 생각했을 때는 그렇게 관점에 따라서 죽음에 대해서 아직 건강하지만 미리 생각했을 때 현실에 대해서 행복을 느낄 수 있고 좀 더 풍족하게 삶을 살 수 있겠구나라는 그런 생각은 들었어요.


N: 죽음을 정말 믿을 수 있는 게 맞나? 그럼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런 고민이 들 때 균형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일단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을 충실히 하고 내일 제출해야 할 게 있으면 최선을 다해서 하고 또 그것과 동시에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조금씩 조금씩 해나가는 너무 겁먹거나 너무 이렇게 안주하고 있지 말고. 근데 그게 참 어렵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영상과 책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처음보다는 좀 더 진중한 마음으로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1년 뒤에 죽는다면, 5년 뒤에, 10년 뒤에... 이렇게 기간을 나눠 적어보기도 하고 세운 목표들을 언제까지 이룰지 구체적인 날짜를 정해보기도 했다. 그렇게 각자의 삶의 태도와 가치관이 듬뿍 담긴 버킷리스트가 완성됐다.  


P: 버킷리스트를 예전에 한번 세웠는데 망각하고 살았어요. 그런데 다시 한 번 해보면서 조금 더 구체화해봤던 그런 시간이어서 인상 깊었습니다. 


D: 막상 적고 나서 보니까 지금도 할 수 있는 건데 미루고 있는 게 많았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다 이루고 싶다. 바로 시작을 해보자. 이렇게 생각을 했었고 내가 은근히 내 가족을 많이 사랑하고 있구나라는 거를 좀 깨달은 것 같아요.


M: 저는 이전과 다르게 원래 버킷리스트를 되게 상세하게 썼었는데 오늘 보니까 되게 간소화하게 되더라고요. 가정을 만나니까 점점 좁혀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게 인상 깊었습니다.


K: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2시간 넘게 할 수 있다는 게 되게 귀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렇게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면서 근본적으로 내 마음이 어떤 거를 원하고 어떤 방향을 원하는지 조금씩 알아갈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매거진의 이전글 주마등처럼 스쳐갈 순간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