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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주 Jan 16. 2024

스리랑카 서핑 여행 8

일요일은 정해진 서핑 일정이 없는 날이라 미리사 해변으로 다같이 놀러갔다. 바닷가 산책을 하다가 햇빛에 얼굴이 익을 것 같아 다시 그늘로 돌아왔다. 파도가 닿을락말락한 위치에서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하고 있는 사람도 보고, 비치 발리볼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보고, 아침을 먹고 가라며 호객 행위를 하는 가게 직원도 봤다. 카메라로 사진도 찍고, 서핑을 하는 모습도 구경하고, 썬 베드에 누워서 잠시 졸기도 했다. 여유를 즐기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리욘에게 한국어로 ‘오늘은 안 오셨어요?’라고 메시지가 와있었다. 내일 가서 반갑게 인사를 해줘야겠다.


마침 ‘히피 마켓’이라는 이름으로 플리마켓이 열렸길래 이것저것 돌아다니면 구경했다. 목걸이, 팔찌, 반지 같은 악세사리부터 옷, 향, 차, 그림 등 다양한 것들을 팔았다. 목걸이를 하나 사고 싶었는데 가격을 물어보니 터무니없이 비싸서 포기하고, 적당한 가격의 반지를 하나 샀다. 파도 물결 모양의 심플한 반지였는데 딱 내 취향이라 얼른 데려왔다.


애플을 만나서 오토바이를 타고 미디가마 해변으로 갔다. 말 그대로 에메랄드빛 바다였다. 오토바이를 타자마자 애플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뭘 꺼내더니 내게 건냈다. 서핑 보드 모양과 비슷한 목걸이였다. 아까 미리사 마켓에서 목걸이를 사지 않았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나보다. 내가 한국에 돌아가서 애플을 잊을까봐 목걸이를 준다고 했다. 목걸이를 잃어버리지 말고, 자기를 잊어버리지도 말았으면 한다고. 목걸이가 없어도 나는 아마도 평생 이 아이를 기억할 것이다. 이제 열흘밖에 남지 않아서 너무 슬프다고 계속해서 말하는데 어찌나 안쓰럽던지. 수다를 떨면서 바다를 보다가 목이 말라 근처 식당으로 가서 음료를 한 잔씩 마셨다.


간식이 다 떨어졌길래 마트에 다녀왔다. 시내쪽으로 나갈수록 복잡해지는 거리에 적응하려면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혼이 쏙 빠지는 난잡한 길이다. 장을 보고 돌아갈 때의 하늘 색깔도 예뻤다. 보랏빛과 자주빛이 섞인 하늘에 달까지 떠있어서 눈을 못 뗐다.


2주 넘는 일정이 길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1주일이 지나고 10일밖에 안 남았다니 믿기지 않는다. 아쉬워서 어떻게 떠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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