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
오늘은 오전에만 서핑을 하고, 오후에는 ‘갈레’로 관광을 하러 갔다. 갈레는 유럽 분위기를 가지고 있고, 구경할 상점도 많아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지역이라고 한다. 웰리가마역에서 40분 정도 기차를 타고 갔는데 기차의 속도가 느려서 예쁜 인생샷을 찍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진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그런데 느림과 빠름의 기준이 달랐던 건지 여유있게 기차 밖에서 몸을 내밀고 포즈를 취할 속도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하나 건져보겠다고 애쓴 결과, 굉장한 멀미를 얻었다. 도착하기 전부터 진이 다 빠져서 지인이 챙겨 온 얼음물이 아니었다면 난 길바닥에 정말로 토를 했을지도 모른다.
기차에서 사진을 찍겠다고 왜 그 난리를 피웠을까, 아니 왜 기차를 탔을까, 갈레에는 왜 오겠다고 했을까 후회의 감정이 밀려올만큼 컨디션이 바닥을 쳤다. 다행히 근처 카페로 들어가 수박 주스로 열을 식히니 살만해졌다. 한층 산뜻해진 기분으로 거리를 구경했다. 기념품 가게, 보석 가게, 옷 가게, 차나 향을 파는 가게 등등 이것저것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었다.
상점들을 얼추 둘러보고 바닷가 근처로 가서 사진도 많이 찍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에 해가 가진 주황색 빛이 내려앉았다. 걷다보니 유치원에서 다같이 놀러왔는지 떠드는 아이들과 잔디밭에서 야구를 하는 남자 애들도 있었다. 해가 지는 배경으로 각자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저녁에는 내일 떠나야 하는 분이 계셔서 해산물 요리를 먹으며 술도 한 잔씩 했다. 새우와 문어, 생선, 밥. 평생 새우를 그렇게 배 터지게 먹어본 적이 없는데 좋아하는 새우를 실컷 먹으니 행복했다.
지금 같이 지내는 사람들을 합치면 12명 정도 되는데, 하필 저녁 먹을 때 제일 덜 친한 사람들과 한 테이블에서 먹게 됐다. 낯을 심하게 가려서 그릇에 시선을 고정한 채 밥만 먹다가 주변에서 잘 챙겨주신 덕에 재밌게 있을 수 있었다. 처음으로 보드카도 마셔봤는데 한 모금 마시자마자 열이 확 올라서 당황했지만 스프라이트를 타 먹으니까 맛있었다. 텐션이 높은 걸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하실 듯한 분들 사이에서 용케 어울리며 놀았다. 알딸딸해져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멀찍이 떨어져 혼자만의 시간을 충전하고 있었을지도. 무튼 서핑만 하러 다녀서 같이 이야기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사람들과 갈레 여행도 다녀오고 밥도 먹으면서 조금씩 가까워진 것 같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