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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만송이 Jul 27. 2023

유난스럽지만 희미해지지 않게

<다정소감 - 김혼비>





살다 보면 무릎을 탁 치고


"아" 하는 바보 같은 소리를 뱉을 때가 있습니다.


그때의 사건과 존재를 유난스럽지만


희미해지지 않게 사라지지 않게 기억하고 싶은 순간.


그래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그 하나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들이 없어서.







이 책을 보게 된 것은 순전히 '북스 키친' 때문이었다. 주인공 유진이 소개해 준 책에 [아무튼 술]을 쓴 김혼비작가의 산문집이 있어서 찾아봤다. 아무튼 술도 재밌게 봤고 특히 작가의 마음이 예뻐서 좋았던 기억이 있다.



작가가 살면서 느낀 다정함 들을 소소하게 풀어냈다. 물론 절대 소소하지 않은 주제들도 있다. 편협한 시각으로 다른 사람을 비판하는 사람들, 꼰대는 무조건 나쁘다는 사람들, 그리고 평등이라는 것과 자신을 위해 다른 류의 존재를 사라지게 하는 사람들까지. 읽다 보면 반성하게 되는 묘한 글이다.



다정한 사람이 가까이에 많은 것을 보니 작가도 다정한 사람일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녀도 다정하니 그 다정함을 눈치챌 수 있는 것일 테니까.





여러 종류의 개탄맨들




그냥 다 불편한 사람이 있다. 왜 이곳에 아이를. 왜 이곳에 저런 사람이. 왜 이곳에 굳이. 이런 느낌으로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여기저기 알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개탄맨이라고 불렀던 그녀. 단순히 보이는 것만으로 단정 짓기에는 우리는 그 사람들을 전혀 모르는데 말이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면 된다. 그 사람들이 나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내가 생각하기에 그런 사람들이라는 이유로 개탄할 필요는 없다. 하나로 묶어 싸잡아 욕하기엔 우리도 크게 잘난 것이 없다.






언니들 말이 맞네요. 그 나이가 되어가니 조금씩 알겠어요.



그녀는 축구를 했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라는 글을 쓸 정도로 축구에 해정을 가지고 있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 아주 열심히 했다고 하는 축구. 거기에는 50대 언니들이 있었는데 그 언니들은 풀타임으로 축구를 뛰고도 체력이 남아 집까지 뛰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 언니들이 항상 했던 말은 '내 나이 되면 다 돼. 나도 너 때는 못 했어'이다.



생각해 보면 사람들마다 운동하는 시기라는 것이 있다. 젊었을 때 잠깐 보디 프로필을 찍어보겠다고 급하게 하는 것이 아닌 정말 체력을 쌓기 위해 하는 운동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말 죽을 만큼 아파봐야 운동을 시작한다. 나는 정말 실시간으로 살이 찌고 붓고 하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몸이 안 좋았다. 사진 한 장에 충격을 받고 걷기 운동부터 시작했는데 30분을 못 걸었다. 골반이고 무릎이고 다 틀어져서 온몸이 저리고 아팠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1년 동안 고군분투하며 건강해지기 위해 노력했고 지금껏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때로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아 꾸준히 운동을 한다. 저 언니들처럼 축구 풀타임 뛸 체력은 만들지 못해도 회사 다니며 운동하고 공부하고 아이 보고 집안일해도 안 아플 정도의 건강함을 만들었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 했던 폴댄스에도 40대인 나보다 열정과 힘을 가진 50대의 언니들이 있었다. 정말 날아다닌다. 나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걸 보고 느낀다.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 그런 거 없다. 그냥 하면 되는 거다.







제사란 성차별을 똘똘 뭉쳐놓은 응집체




말해 뭐 해. 어떤 조상들이 자손이 제사 한번 안 지낸다고 그렇게 구박하겠는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말대로 자손에게 해코지를 한다면 그건 조상신이 아니다. 악귀지. 제사를 지낼 게 아니라 퇴마를 해야 하는 게 맞다.






'기본'이라는 단어에는 기본에 미치지 못하는 한 부분을
그 사람의 전체로 확장해 버리는 힘이 있다.



맞춤법 이야기가 나왔다. 아주 뜨끔한 이야기였다. 요즘 나의 작은 다짐은 사람을 만날 때 단정 짓지 말자인데 이런 것들은 아주 오랫동안 나의 프레임이었던 것 같다. 맞춤법이 틀리면 이상하게 보인다는 다른 글들을 보고 그 틀린 맞춤법을 모아놓은 피드를 보고 킥킥거렸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맞춤법도 연산과 마찬가지다. 우리가 사칙연산 조금 틀렸다고 바보라고 우습게 보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맞춤법만은 이상하게 바라보는 버릇이 있다.



맞춤법이 틀렸다고 전부 다 모자란 사람이 되어버린다는 것이 이상한 일이라는 것을 처음 느꼈다. 뭐 물론 난 그래도 안돼. 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겠지만. 적어도 나만은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뭐 딱히 나도 맞춤법을 잘 맞춰 쓰는 타입은 아니라서.... 그리고 그놈의 오타는 왜 그리 많은지....







그 누구도 단어에 갇히고 말에 상처받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그녀의 친구 D가 그저 교과서에 나오는 부모 이야기에 발끈하는 장면을 보고 보편적으로 쓰는 말들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쓰지 않는 단어들을 나열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단어들이 나와서 놀랐다. 부모보다는 보호자, 장애나 병을 희화화하고 있는 단어들. 예를 들면 결정 장애. 발암 뭐 이런 것들.. 유난인 거 같으면서도 안 쓰는 게 맞는 거 같은 느낌이 드는 순간이었다.



대학원을 나오고 병원 쪽에서 근무를 오래 해서 그런지 나는 모든 사람이 대학을 나왔다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무슨 과 나왔어요.라는 물음을 던질 때가 있다. 그리고 당연히 결혼을 했을 거라 생각하고 당연히 아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뱉어내는 물음들이 있다. 너무 틀에 박힌 가족을 생각하며 물어보는 것들이 그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언젠가부터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지만 더 확실해졌다. 물어보지 말아야지. 그냥.










저번 책에서도 느꼈지만 김혼비작가는 감정이 풍부하다. 아주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고 그 경험을 적절하게 펼칠 줄 아는 사람이다. 말은 항상 조심스럽게 하고 적당하게 모두와 잘 지내고 특별한 몇 명과는 정말 잘 지낸다. 가끔 소심한 성격이 나온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아마 그녀의 매력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추천사처럼 친구하고 싶은 사람이랄까.



긴 호흡의 문체를 좋아하고 조금은 다른 시야를 느끼고 싶다면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나에게 다정했던 사람을 떠올리기에도 그만이다. 'J의 사리곰탕면'처럼 나를 귀하게 여겨주던 사람을 추억하고 싶다면 읽어보길 바란다. 다정함이란 서로를 지켜주는 마음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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