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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jin Feb 29. 2024

[ES-Barcelona] 사그리다 파밀리아

La Sagrada Familia, 아름다움을 닮다. 담다.

한 달 정도 홈리스 여행자 생활을 하다 보면 어지간한 풍경에는 고개를 들지도 않고,

어지간한 명소도 그저 그런 감동으로 사진마저 대충 찍게 된다.

(스페인 광장이 있던 세비야도, 멋진 누에보 다리가 있는 론다도, 해양박물관이 자리 잡은 발렌시아도, 아름다운 소년 합창단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몬체라트도 들렸지만 마음 깊은 감동이 덜하다)


이런 게으르나 눈만 높아진 여행자인 우리들에게도,

게다가 알함브라로 한껏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우리에게도.

감동과 감탄을 쏟아져 나오게 한 그곳.

사그리다 파밀리에.


바르셀로나를, 가우디를, 사그리다 파밀리에를 일생에 한 번쯤은 꼭 만나보기를.


성당을 이루는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같은 것이 없다.

때로는 웅장하고 어떨 때는 소박하고, 어떤 것은 간결하고 또 다르게는 화려하다.

그리고 그 다른 모든 것이 원래부터 하나인양, 모든 게 조화롭다.


성당을 이루는 어느 돌 하나하나 같은 게 없다.  하나하나 다르게 쓰였음에도 어쩜 이렇게 조화로운지. 색감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고. 웅장하고 소박하고 간결하고 화려하다.
비눗방울과 사그리다
푸른 빛이 저렇게 아름다울 수가. 하늘을 담은 창

아무리 비를 사랑하는 사람이라하더라도, 사그리다 파밀리에 만큼은 꼭 햇빛을 가득 담은 날에 가야 한다.

빛이 만들어낸 이 아름다운 공간에 있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숲에 들어선 기분이다.

그리고 두 개의 타워 중 하나에 올랐다. 

머리를 쓴다고 해가 지는 시간을 골라 예약을 했는데, 타워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지 못해  우리가 오른 타워에서는 해가 보이지 않았다. 여행에서는 해의 위치를 늘 잘 기억해야 한다.

사람들 후기에서는 타워가 별로라는 평이 많았지만 난 가까이서 보는 건물의 부분도 새로웠고,

바르셀로나 저 멀리까지 보이는 경치 역시 좋았다.


아래에서 이곳을 올려다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이 부분의 디테일은 전혀 보이지 않을 거다.

그런데, 가까이 올라와서 보는 이곳에도 하나하나 쏟은 정성과 그로 인한 아름다움이 정말이지 놀랍다.

명품이란, 명작이란. 그리고 아주 소수의 사람만 이루어내는 가치 있는 삶이란,

어쩌면 이렇게 보이지 않는 매 순간, 모든 장소에 어마어마한 정성과 노력이 담겨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지.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모든 것에 정성과 마음을 담아야 그래야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아닐지.

 아주 작은 곳까지 미친 정성과 아름다움
아래에서 사그리다 파밀리에를 보면 돌로 만든 느낌보다 동화속 궁전같은 사랑스러운 느낌이 들었는데. 어쩜 이 곳에서 보는 저 핑크핑크한 색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경건하고 딱딱하기 쉬운 성당이 참으로 블링블링 러블리~~~ 색감이 참 예쁘지 않은가. 다양한 곡선이 자유롭게 여기저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뒤, 저 나선형 계단을 타고 꼬불꼬불 내려간다. 헤갈레이아 별장의 우물같다.



그리고는 다시 나와 성당을 바라본다.


아직은 그저 관광지고 아름다운 건축물에 지나지 않겠지만, 

언젠가 저 안에서 아름다운 성가와 함께 미사를 드리고 싶다. 


사그리다 파밀리아에도 하나 둘 저녁 불빛이 켜진다.

저 공간에 있었다는 사실이 벌써 아득해 꿈결 같다.

내가 받은 아름다움에 감사하며, 아름다움을 닮고 담는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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