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백수도 바쁘구나
더위를 좀처럼 느끼지 못하는 편인데, 최근 며칠간은 덥다, 더워를 연발하게 된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따뜻한 공기가 온몸의 세포를 축축 늘어지게 만드는 듯하다.
장마도 6월 한 철이면 끝이고, 매미가 지독히도 울어대는 지금 쯤이면 파란 하늘에 쨍한 햇살, 아니었던가.
장마와 쨍한 한여름의 더위가 함께 공존하는 올여름이 유독 덥구나.
그늘이면 청량한 바람이 불던 뽀송뽀송한 반짝이던 샌디에이고의 따스함에 익숙한 탓인지,
그전에는 한 여름이면 오히려 에어컨 빵빵한 실내에서만 머물렀던 탓인지,
아무튼 올여름은 유달리 후덥지근하다.
코로나로 강력히 추정되는 감기 몸살을 독하게 앓고 났다.
한 일주일 자가격리 비슷하게 하루 종일 집 안에 머물렀더니 7월 말,
그리고 또다시 비슷한 증상으로 4-5일을 누워있었더니 어느덧 8월이 되어 버렸네.
수레국화가 있던 곳에는 백일홍이 가득하다.
더운 한 낮을 피해 저녁 산책.
아무리 더운 여름도, 해질 무렵이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야 하는데.
숨이 턱턱 막히는 이 무더위는 사람을 지치게 하네.
여름 방학에 한 일이라고는 하루 종일 아이들 밥 차려주고, 학원 스케줄 챙기는 것뿐인데.
기껏해야 대충 하는 집안일에, 미식가인 아이들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운 불량식품을 양산하는 것뿐인데.
그냥 시간이 흐른다.
나의 일을 가지지 않아, 그래서 좀 더 발전하지 못하여 불안한 마음이 저 깊이 꿈틀거리지 않는 것은 아니나
그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 시간들이 너무나도 소중하고 행복하다.
J가 기타를 배우고 싶어 해서 동네 청소년 센터에서 저렴히 하는 수업에 넣어주고, 한 시간 남짓 되는 시간이지만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숲길을 걸었다. (한 여름의 무더움이 사진에도 고스란히 느껴지지만, 싱그럽지 않은가).
이렇게 뜨겁고 아름다운 여름이 지나가고 있구나.
나의 행복은 이렇게 한국의 산과 천에도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