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사이 이렇게 달라질 줄이야
작년 2월부터 남편에게 점심 도시락을 싸주기 시작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아이를 사립 초등학교에 보내기로 하면서 지출을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외식비라도 아껴보자는 마음에, 한 끼라도 더 직접 음식을 만들기로 했던 거다. 건강도 챙기고, 식비도 절약하자는 전략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남편 도시락 싸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먼저, 우리 부부 사이가 조금씩 달라졌다.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싸면서 남편을 더 챙기게 되었다. 장을 볼 때도 남편이 좋아할 만한 음식이 뭔지 생각하게 되고, 밤에는 다음 날 메뉴를 고민하면서 준비하고, 아침이면 남편이 맛있게 먹을 모습을 떠올리며 요리했다. 점점 남편을 더 자주,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연애 이후로 그에 대해 이렇게 자주, 많이 생각한 적이 있었던가 싶다.) 평소 말로 전하기 어색했던 감사의 마음을 도시락에 담아 남편에게 전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경제적으로도 기대 이상의 효과가 있었다. 외식을 줄이고 재료도 알뜰히 쓰다 보니 식비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일 년이 지나자 천만 원을 모았다. 수중에 돈이 있으니 자신감이 생기고 마음이 든든해지더라.
남편도 건강해졌다. 외식 대신 균형 잡힌 도시락을 먹으면서 체중도 줄고, 뱃살도 빠졌다. 남편 말로는 몸이 훨씬 가벼워졌다고 한다. 남편의 건강이 좋아지는 모습을 보니 노력한 보람이 있다.
남편의 행동도 달라졌다. 전에는 출근하고 나면 급한 용무가 아니면 거의 연락을 안 하던 사람이었다.
이제는 점심시간마다 도시락 사진을 찍어서 보낸다.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라는 한마디에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몇 번 하고 말겠지 했는데 1년 넘게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나도 “열심히 일해줘서 고마워요. 사랑해요”라고 답장을 보낸다. 이렇게 고맙다는 말을 주고받다 보니, 서로에 대한 애정이 더 애틋해졌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있었던 서로의 소중함을 다시 인식하기 시작했다.
저녁에 같이 밥을 먹으면서도 도시락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진다. 내가 “오늘 반찬 어땠어?”라며 물으면, 남편은 “그거 진짜 맛있었어요!”라고 웃으며 대답한다.
한 번은 아침에 고기를 굽고 있는데 남편이 “무슨 냄새가 이렇게 좋아요?”라면서 신난 얼굴로 다가오길래, “오늘 힘내라고 특별히 고기반찬 했어요!”라고 웃었다. 그랬더니, 남편이 너무 좋아하며 고맙다고 했다. 순간, 그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 (마흔 여덟인데...).
결혼하고 8년 동안 싸지 않았던 도시락을 싸려니, 귀찮았다. 하지만 1년 7개월 동안 얻은 변화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남편과 나는 더 가까워졌고, 부부 사이에 따뜻한 온기가 흐른다. 건강도 챙기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겼습니다.
작은 도시락 하나에 담긴 정성과 사랑이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중이다.
부부 사이에도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세상에 저절로 되는 일은 없고,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도 없다.
내가 싸는 도시락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우리 부부와 가족의 행복도 함께 커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