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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부마 Nov 21. 2024

마흔, 도전과 안정의 갈림길에서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고, 안주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


마흔은 인생의 중간쯤에 쉼표를 찍는 나이다.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면 치열하게 앞만 보고 달려왔던 시절이 떠오르고, 앞으로의 날들을 생각하면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조금 더 앞선다. 20대, 30대에 느꼈던 뜨거웠던 열정은 비를 맞은 장작불처럼 조금씩 잦아들고, 안락한 현실에 안주하려는 마음이 고개를 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직도 무언가 새롭게 시작해보고 싶은 까지지 않은 불씨 같은 욕망과 가능성을 완전히 놓지 않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자주 고민한다.


"도전을 선택해야 할까, 아니면 안정을 택해야 할까?"


마흔 살 생일을 보낸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뭐가 되고 싶지?" 물론 그동안 이룬 것들은 내가 간절히 원했던 것이고 여전히 소중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놓친 것들도 적지 않았다. 꿈꿨던 직업, 배우고 싶었던 취미, 쌓아두기만 했던 여행 계획. 어쩌면 안정이라는 이름 아래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미뤄두고 있었던 건 아닐까?
 도전과 안정 사이에서의 갈등하는 건 나만이 아니었다. 최근 만난 친구도 비슷한 고민을 털어놨다. 5년 전 인스타그램에서 만나 친해진 친구와 차를 마셨다. 그녀는 2년 전 재취업에 성공했지만,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생활에 지쳤다고 했다. 스트레스가 심한 직종에서 일하며 응급실에 몇 번이나 다녀왔고, 번 돈이 병원비로 다 사라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부동산 공부를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경매로 구입한 바닷가 집을 개조해 에어비앤비로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남편은 이미 부동산 중개업은 포화상태라면서 반대한다고 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금 시작하면 너무 늦지 않을까?"


나는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몇 분 고민하다고 입을 뗐다. "늦지 않았어. 꼭 중개업자가 되지 않더라도 부동산 공부는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야. 시간을 조금씩 내어 공부하면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거고. 삶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거야. 그리고 네가 이미 잘하고 있는 일이라면 더더욱 시작할 이유가 있지."


이 말은 친구에게만이 이날, 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 도전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새로운 직업을 얻거나 큰 변화를 일으키는 것만이 도전이 아니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일이면 충분하다. 현재의 안정된 기반 위에 작은 변화를 더하며 내 삶을 다시 조율해 가는 것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도전이 될 수 있다.


도전을 선택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안정적인 가정과 경제력은 도전을 위한 튼튼한 기반이 된다. 중요한 것은 안정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마치 단단한 땅 위에 씨앗을 심는 것처럼. 안정이 없다면 도전을 계속할 수 있는 추진력과 방향을 잃게 된다.


나 역시 이런 안정 속에서 작은 도전을 시작했다. 마흔을 앞두고 오랫동안 미뤄왔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고, 블로그에 매일 나만의 이야기를 쌓아가고 있다. 매일 아침 30분씩 글을 쓰고, 틈틈이 새로운 강의를 들으며 배우는 시간을 마련했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내가 해야 할 일과 전체적인 균형을 깨지 않으면서도 내 삶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잊고 있던 설렘을 느끼고, 다시 이루고 싶은 꿈을 갖게 되었다.

최근 일 년 반 동안은 내 인생을 재평가하며 책을 썼다. 책을 쓰는 동안 나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동안 바쁘게 살아오며 스쳐 지나갔던 순간들, 외면했던 감정들, 그리고 당연시했던 관계들을 다시금 되새기며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실패자'에서 '도전자'로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다.


마흔은 도전과 안정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나이다. 모든 것을 걸고 무작정 새로운 길로 뛰어드는 대신, 한 걸음 물러서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고 준비할 여유가 있다.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나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도전과 안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를 조화롭게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수시로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언제 시작하느냐가 아니라, 지금부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이다. 삶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과정이다. 도전이든 안정이든,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하느냐다. 마흔은 새로운 시작을 꿈꾸기에 늦지 않은 나이다. 시작할 것인가? 안주할 것인가? 오늘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 가에 따라 10년 후의 내 모습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삶의 주도권은 내가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다. 그리고 자유로운 삶은 그 선택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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