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
가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한 행동을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지난 토요일, 프로비던스에 있는 리즈디 뮤지엄 카페에서 사람들과 만났다.
십 년 넘게 친하게 지내는 영어 선생님인 제인이 새로운 한국 사람들을 소개해 주겠다고 해서 나간 자리였다. 그날 만난 두 여성은 독식에 나이는 나보다 조금 어렸고, 한 명은 브라운 대학교에 포스트 닥터로, 다른 한 명은 로드아일랜드 대학교에서 박사로 연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오랜 시간 동안 꾸준하게 한 분야에 대해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보통 결단력과 행동력, 꾸준함이 없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들이 하는 이야기와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열시에 만났는데 어느새 오후 두 시가 넘어있었다.
다음에 또 보자고 인사를 하고 차를 세워둔 곳으로 걸어가는데, 뭔가 싸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올 때는 내 가방이 더 무거웠던 거 같은데?
가방 안을 보니 분명 집에서 갖고 나왔던 애플 맥북이 없었다.
혹시나 해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식탁 위에 있는지 봐달라고 했다.
없단다.
그때부터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서둘러 애플폰에 있는 '나의 기기 찾기'에서 맥북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런데, 발이 달려 있지도 않은 맥북이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두 블록 정도 떨어진 곳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면서 빠르게 스마트폰 화면 속의 화살표를 따라갔다.
화살표가 멈춘 곳에서는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은 하얀 차가 한 대 서 있었다.
창문은 열려 있었고 안을 보니 흑인 남성이 나를 쳐다봤다.
나는 다짜고짜 물었다.
내 애플 맥북 봤어요?
그는 당황한 얼굴로 자신은 우버 기사라고 했다.
곧 한 남자가 와서 차에 탔고 그는 출발했다.
나는 급한 맘으로 다시 스마트폰 화살표를 봤는데, 그 차가 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든 저 차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거기 서!"라고 외치며 달려갔지만, 차는 떠나버렸다.
황망한 마음으로 계속 화살표를 보는데, 이번에는 어떤 집을 가리켰고, 주소도 나왔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그 집 앞에서 스마트폰과 주변 거리를 둘러보는데,
한 중년의 동양 여성과 백인 남자가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는지 나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괜찮아요? 도움 필요해요?
나는 누가 카페에서 내 맥북을 훔쳐 간 것 같다며, 범인이 이 주변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어디냐고 물었고, 내가 폰을 보여주자, 당당하게 그 집 문을 두드렸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녀의 남편도 옆집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는데,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미안해서 괜찮다, 내가 다시 문을 두드리던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부부는 함께 있어주겠다며, 경찰에 전화를 걸어보라고 했다.
경찰에 전화를 걸었더니, 우선 온라인에서 사건 신고를 하고 다시 전화하라고 했다.
이제는 부르면 바로 출동하지 않고, 나의 인적 사항부터, 사건 경위까지를 아주 자세하게 적은 리포트를 적어내야 했다. 그런데 아무리 주소를 넣어도 무언가 잘못되었다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을 끄는 동안, 문득 혹시 내가 차에 두고 내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부부에게 일단 차에 가보겠다고 했다.
친절한 두 사람은 자신의 차로 내 차 근처까지 데려다주었다.
설마... 설마.. 제발,,, 제발,,,
간절하고 다급한 마음으로 차 문을 열었다. 보조석에 놓여있는 은색 애플 맥북이 놓여 있었다.
순간, 약 40분 동안 있었던 상황이 아주 빠르게 플래시백 되며 뇌리 속에 스쳐 지나갔다.
만약 그 흑인 남자가 진짜 내 랩탑을 가지고 간 범인이라면, 나는 그에게 말을 거는 순간 험한 일을 당할 수도 있었다.
만약, 남의 집 문을 두드렸을 때, 주인이 나와서 자신을 도둑 취급한 것으로 인해 나와 중년 여성은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었다.
만약, 경찰이 바로 왔을 때, 나와 그녀는 더욱더 곤란한 입장에 처할 수도 있었다.
나는 왜 마음을 가다듬고 차 안부터 확인해 보지 않았던 걸까?
5년 전에 나단이를 데리고 칠드런스 뮤지엄에 갔다가 사물함에 넣어두었던 귀중품을 도난당한 이후 한동안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이후, 종종 중요한 물건이 바로 보이지 않으면 나는 패닉에 빠졌다. 여러 번 침착하려고 해봤지만, 이번처럼 잘되지 않았고 어떻게든 도둑을 잡아 물건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행동이 앞섰다.
하지만 내가 한 행동은 몇 번을 생각해도 위험했다.
특히 총 소지가 가능하고, 그로 인한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미국에서는 더더욱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
이성보다 감정이 앞선 비상식적인 사고의 최후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부정적일 수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고, 중요할수록 신중하라는 말은 몇 번을 새겨도 부족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