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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 콜라다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칵테일 취향




스무 살 때인가?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더 플레이어?’ 그런 이름이었던 거 같은데. 칵테일 바가 유행했었다. 거기서 처음으로 ‘피냐 쿨라다’를 먹고, ‘세상에, 술이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니!’ 눈이 번쩍 뜨였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소주를 억지로 먹고 나서 술은 쓰고 맛없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파인애플 주스와 코코넛 밀크를 부순 얼음, 럼을 넣고 함께 흔들어 만든 피나콜라다는 달달하고, 시원했다. 그다음에는 커피와 밀크를 섞은 칼루아 밀크에 빠졌었다. 


그러다 스물아홉 살에 뉴욕에 갔다. 친구를 따라 이스트 빌리지에 있는 스피크이지(speakeasy)에 갔다. 스피크이지는 미국에 금주령이 내렸을 때 비밀리에 운영되던 바를 뜻하는데, 지금은 간판이 없거나, 식당 안에 비밀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 안에 바가 있는 숨겨진 바를 부르는 말로 쓰인다.

평범한 중식당 안에 있는 비밀문으로 들어가니 그 안에 바가 나왔어요. 거기서 일본인 바텐더가 만든 투명하고 섬세한 맛의 칵테일을 마셨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맛의 칵테일이 있다니!'  신세계를 알게 되었다.

그 맛을 경험하고 나니, 걸쭉하고 달짝지근한 피나 콜라다가 촌스럽게 느껴졌다.

마흔이 지난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와인 반 잔이나 맥주 다섯 모금 정도를 마신다.


오랜만에 풀장에서 체리 맛 프로즌 칼루아 밀크를 마셨다. 맛있었다. 

칵테일 취향도 내 인생과 비슷하게 변하는 것 같다. 

이십 대 때는 달고 강한 맛이 좋았다.

삼 십 대 때는 미묘하게 개성 있는 맛이 좋다. 

사 십 대가 되니 보통 깔끔한 맛이 좋은데, 가끔 엄청 단 게 먹고 싶다.

당신은 어떤 칵테일을 좋아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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