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하르트수도원, 가르니 주상절리, 가르니 신전, 제노사이드 박물관
오늘은 세반호수 남단을 향하여 이동한다. 아자트 계곡을 지나 게하르트 수도원 입구에 진입하였다. 진입 계곡 주변 풍경은 굵직한 바위에서 강한 힘이 전해오는 듯 웅장하다. 게하르트 수도원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이다. 이곳은 아르메니아를 세계 최초의 기독교 국가로 개종시켰던 그리고르가 4세기에 세운 수도원이다. 처음 지어진 수도원은 9세기에 아랍 군대에 의해 파괴되었고 현재 남아 있는 건축물은 12~13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아르메니아어로 '게하르트'는 '창'이라는 뜻이다. 이작은 나라 아르메니아에는 가는 곳마다 세계 문화유산이다. 이제는 너무 많이 본 탓일까 처음의 감동과 달리 그저 그러려니 하는 밋밋함까지 전해온다. 소변을 보고자 화장실을 찾았다. 건물 끝의 외부로 나가서 좌측으로 올라가면 나온다. 역시 유료다. 한국 같으면 돈이 없어도 급해 보이면 무료로 사용하게 해 줄 것도 같은데 조지아도 이나라도 무료 제공이 안된다. 급한 건 내 사정일 뿐이다. 한국에도 유료 화장실이 있나? 화장실 인심은 한국이 세계 최고다. 좋은 관광 거리에 화장실 문화를 개선하면 국가에 좀 더 좋은 이미지가 더하여질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곳에서 15분여를 가면 주상절리 계곡이 있다. 오기 전 인터넷을 통하여 규모에 대하여 확인하였다. 이제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러 가야 한다. 계곡 윗부분에 도착하고 버스에 내려서 조그마한 차로 갈아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아래에는 또 다른 이동 수단이 있었다. 물론 걸어 다니면서 즐겨도 된다. 나는 역시 더 많이 볼 생각으로 이동 교통수단을 선택하였다. 입구에서부터 기이한 바위 모습 드러낸다. 마치 엿가락처럼 길게 길게 늘어져있는 것이 파이프 오르간 모양 같기도 하고 아무튼 기이다. 가르니 계곡 주상절리는 1km 정도가 이어진다고 한다. 약 120만 년 전에 생성되었다 한다. 보통 용암과 해수면이 접하면서 만들어진다고 일행 중 1인이 설명하였다. 그렇다면 이곳은 용암이 흘러가는 거대한 강이었을 것이다. 아니 내가 현재 서있는 이 계곡 전체가 용암이 흐르는 뜨거운 강이 아니었을까 싶다. 으으,, 우리는 현재 120만 년 전에 존재했던 뜨거운 강의 중심을 걷고 있는 것이다. 욕심이 더해저 당시 용암의 분출구는 어떠했을지 그곳까지 더듬어 올라가 보고 싶은 욕구도 강하게 인다. 제주도와 한탄강의 주상절리는 이곳의 구모와 비교하면 애교 수준이었다. 자연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고 기묘하다. 더 많이 보고 싶어서 입구에서 유료 교통수단을 이용하였는데 돈이 아깝다. 충분히 걸어 다닐 만 큰 짧은 거리였다. 잠시 고도게를 보니 해발 1325m이다.
점심은 주상절리 바로 옆에 위치한 식당에서 세반호수에서 잡은 연어구이와 함께한다. 연어? 바다 없는 이곳에서 어떻게 연어가 나오지? 궁금하여 물어보았다. 연어가 아닌 세반호수의 송어라고 바로 잡아 주었다. 신기한 것이 송어구이도 연어구이와 같이 붉은색을 하고 있다. 식당은 전망이 확 트인 절벽뷰를 가진 곳이다. 식당 발코니에서 우측으로 시선 돌려보니 저 멀리 절벽 끝에 그리스 스타일의 신전 비슷한 건물도 보인다. 이 멋진 전망 좋은 식당에서 푸짐하고 훌륭한 현지식으로 멋진 점심시간을 즐긴다. 정말로 멋지다! 다음의 코스는 조금 전 식당에서 보였던 그리스 신전 비슷했던 건물이다. 가르니 신전(Garni Temple)으로 현재 아르메니아에 남아있는 헬레니즘 건축물로는 유일하다 한다. 신전을 세울 당시의 아르메니아는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를 받아들이던 시기였다. 17세기의 지진으로 파괴되었으나, 1970년대에 재건하였다 한다. 2000년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신전답게 절벽 위 신성스러운 곳에 이건 물 만이 외로이 자리하고 있다. 건물 안까지 관광객에 모두 개방하고 있으며 상층부에 오르는 계단 폭의 차가 매우 커서 온몸으로 기어올라야 한다. 나는 튕겨 나온 배 움켜잡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 주변풍경과 신전 곳곳을 카메라에 담았다. 상층부에서 보니 석축 건물의 규모가 훨씬 더 웅장해 보였다. 절벽 위의 건물인지라 주변 자연 전망 감상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장소였다.
이제는 예레반으로 이동하여 무거운 마음으로 제노사이드 박물관을 관람하여야 한다. 도착하니 14시 40분이다. 박물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학살! 박물관이다. 나는 이곳을 돌아보는 내내 가슴 한편이 먹먹해졌다. 전쟁은 왜 하며 그 전쟁은 누가 일으키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분명 전쟁은 대부분의 국민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난다. 정치인 선동꾼에 의해 일어난다. 전쟁의 처참한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다. 전쟁 없는 곳에서 평화적으로 살 수 없는 건지 보는 내내 안타까웠다. 낡은 흑백 사진들이 한국의 625 동란 당시의 사진을 보는 듯하여 더욱 엄숙해졌다.
암울한 박물관을 벗어나 전망대에 올라 시내를 조망하고 식당으로 옮겨 로컬 음식과 공연을 즐겼다. 공연 막바지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무대로 향한다. 집단 댄스파티다. K-Pop, K-Culture의 끼가 이곳에서 발산한다. 한반도 특유의 한이 흥으로 발현된다. 나는 이것을 굴곡진 역사의 "한의 표출"이라 명명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