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를지의 가을.
0930 영하 1도
이번여행은 일반 여행과 달리 매우 색다르다. 몽골 현지 소장이 취미로 하고 있는 바이크 투어를 이전부터 하자는 제안이 있었으나 계속 미루다가 이제야 실행하는 여행이다. 사실, 이전에 오토바이 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는 나로서는 강한 트라우마와 위험성을 너무 잘 알기에 절대 외면하여 왔다. 그렇게 차일피일 미루다가 태전형과 BMW 이사님의 합류로 바이크 투어가 급물살을 타게 되었고 급기야 상품 개발차 내가 직접 보고 느껴보고자 이루어진 것이다. 나는 물론 바이크를 타지 않고 4륜차로 그들의 동선을 따르면서 간접 경험하며 상품 기획에 최선을 다할것이다. 코로나 이전부터 그토록 갈망했던 바이크 투어가 드디어 시작점에 오른다.
식당에서 밝은 인사 나누고 배를 든든히 채운다. 일행 중 1인이 밖의 온도를 확인하고 추온 날씨도 대비한다. 호텔 로비에서 바이크 복장과 안전장비 상호체크에 여념이 없다. 완전무장에 호텔 지하 주차장에 세워둔 바이크로 향한다. 바이크는 어제 렌털하여 지하 주차장에 보관한 것이다. 로비에서 한국은 현재 27도 더위라는 한국 관광객의 말이 귓전에 아른거린다. 울란바타르 기온은 흩날리는 가느다라한 눈발에 조금은 쌀쌀한 기운이 돈다. 나는 바이크맨들의 무사기원을 염원하며 차를 타고 뒤에 따른다. 테를지 국립공원을 향하여 산을 넘어가는 험난한 여정이다. 선수들의 면면을 보아하니 행복 가득의 표정이나 알록달록 색상의 완전무장한 갑옷 착용으로 1인1인 구분하기 난해하다. 일단, 바이크에 기름을 채우고 산악 입구 지점에서 재정비하고 완전 체비를 한다.
첫 번째 코스는 가파른 산세에 차가 산에 오를 수 없어 바이크 본진만 오르고 나는 기사와 함께 중간지점에 대기하며 그들의 합류를 기다리기로 하였다. 워밍업으로 나섰던 그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약속지점에 도착한다. 몽골에서 첫 바이크 탐험에 신이 난 듯하다. 어느덧 중식시간이 되고 주변의 한식당에 들러 설렁탕을 주문하였다. 맑은 설렁탕 국물에 얇게 썰린 청양고추 한수푼 가득 넣고 풀었다. 와우~ 얼큰하다! 바이크 맨들은 허기짐과 조금 전 산악을 헤치고 온탓에 냉풍으로 인하에 몸이 굳었을 것이다. 얼린 몸을 녹이는 데는 설렁탕이 적격이다. 얼큰하고 거대한 설렁탕 한 그릇을 후루룩 바닥까지 비운다. 이제 다시 출발이다. 그런데 바이크 한대가 애를 녹인다 추위를 먹었나 시동이 안 걸린다. 그래도 각고의 노력 끝에 차에 로프를 연결하여 시동을 거는데 성공을 하였다. 한국에서 가져온 개인 바이크가 아닌 열악한 이곳에서 렌털을 하였기에 이러한 현상이 나오는 듯하다. 드디어 떠난다. 바이크 맨들이 먼저 가고 우리는 차로 그들의 후미를 따르면서 그들을 시야에 담고 가기로 하였다. 문득 그저 호기심으로 타보았던 나의 어렸을 때 엉성했을 것 같은 라이딩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 달리는 저들은 이전의 나와 달리 확실히 안정된 자세에서 프로의 모습이 느껴진다.
몽골은 겨울이 빨리 온다. 지금이 늦가을과 초겨울의 딱 중간 즈음이다. 한국은 벼이삭이 샛노랗게 들판을 덥는다면 이곳 몽골은 들판을 골드칼러의 수림이 산세를 모자이크 한다. 어느덧 민가를 완전히 벗어나고 대자연의 수림 속으로 완전히 들어왔다. 언덕 경사진 곳에서 말 떼무리가 그들만의 여유 즐기는데 바이크 부대 선두가 부르릉거리며 그들을 향하여 돌진한다. 놀란 말무리들 양갈래로 갈라지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인간 훼방꾼의 모습을 카메라 앵글에 담지 못함이 아쉽다. 골든벨리와 황금조화 이루는 언덕 위에서 부릉부릉 거리며 주변을 뱅글뱅글 도는 모습이 할리우드 액션영화 부럽지 않은 명장면을 연출한다. 갖은 묘기 선보이며 즐기는 가운데 어느덧 테를지에 도착했다. 캠프 체크인후 중식을 하고 쉬는 줄 알았는데 바이크맨들 바로 나간다. 피곤하지도 않나 보다. 이번에는 강을 끼고 해발 1800미터의 산을 휘감아 돌고 산을 넘어오는 여정이다. 최근에 비가 많이 온 건지 수량이 많이 불었다. 이강이 흘러 흘러 북쪽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까지 흘러들어 간다. 강가의 단풍은 이미 찌들었다. 조금 전의 지근거리인 또 다른 테를지 뒷산에는 단풍이 선명히 샛노랬는데 이곳은 지기 시작한다. 이처럼 몽골은 시간차 온도차에 따라 주변 색상이 순식간에 변하며 단풍 시기도 매우 짧다. 한국도 짧지만 이곳은 말 그대로 순식간에 단풍이 지나간다. 우리 일행들은 절정의 단풍도 찌들어 가는 순간도 동시에 느낄 수 있었기에 행운이다. 대자연은 경이롭고 위대한 풍경을 만들어우리에게 선물한다.
바이크맨 1인은 말한다. 몽골은 바이크 천국이다! 이에 바이크뿐만 아니라 자전거도 승마도 가는 곳이 코스요 길이며 접경지에 감탄을 자아낼 수 있는 곳이 이곳이다라고 나는 응수했다. 하하하 웃고 즐기며 우리는 또 달리고 달린다. 초원도 언덕길도 돌무더기도 거침없이 헤치고 달린다. 그런데 차로 바이크를 뒤따라가는데 거대한 진흙탕을 만났다. 아무리 4륜 차라고 해도 이곳을 통과할 수 없다며 기사에게 오던 길로 되돌아가라고 했다. 나는 차만 되돌려 보내고 걸어서 바이크를 따라갔다. 그런데 바이크 부대는 순식간 산 너머로 사라졌다. 이제 이 야산에 남은 건 나 혼자뿐이다. 정상 비슷 무리한 곳에 도착하자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어?? 이건 뭐지?? 일행들에게 길을 안다고 가라고 하였는데 이런,,, 난감함에 혼란스럽다. 일단 오른쪽 높은 곳까지 올라보았다. 어?? 내리막길?? 아닌 것 같다. 다시 오던 길을 되돌려 왼쪽길로 가 보았다. 여기도 아닌 것 같다. 다시 중앙으로 되돌아오고 땅거미미는 내려앉고 어둑해지기 시작했다. 중간 높은 곳으로 희미한 차바퀴 자국이 남아 있었다. 계곡 정상에서 반대편 내려다보면 뭔가 윤곽이 나오겠지 하면서 바퀴 자국을 따라 정상에 올랐다. 그런데.. 아아... 이건 뭐야... 너무 멋진 풍경 펼쳐진다. 말 그대로 황금 계곡의 절정이 바로 이곳인 것이다. 서둘러 사진을 찍자.. 찰칵찰칵... 몸놀림 분주하다. 골든벨리를 열심히 찍었지만 어두워서 잘 나올지 모르겠다. 그래도 카메라에 가득 담았다. 서둘러 중앙길로 내려왔다. 이미 어두워졌다. 이 야산에 몽골어도 모르는 한국인이 한밤중에 혼자 서있다. 긴장한 탓에 추위는 잊어버렸다. 휴대폰을 열어보니 영하 3도다. 일단 방향감각 재정비하고 오른쪽으로 정하고 걸었다. 불빛 없는 야산에 두려움이 엄습한다. 기다란 나뭇가지를 호신용으로 찾아 들었다. 이제부터 늑대든 야생 동물이든 덤비면 이걸로 나를 지켜야 한다. 한참을 가니 저쪽 언덕 위에 바이크 한대가 한늘을 배경 삼아 형체 드러낸다. 아.. 찾았다. 그토록 자주 왔던 열트산 정상이다. 저 능선만 넘으면 캠프들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언덕에 오르니 오토바이가 한대 보인다. 얼마나 반갑던지 눈물이 날 지경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가까이 가보니 우리 일행의 오토바이가 아니다. 사람이 없다. 바위에 가까이 가보았다. 으아... 놀래라.. 사람이 누워있다. 급 공포감 엄습이다. 몽골 사람이다. 센베노하니 뭐라 뭐라 응답해 오며 말 길어진다. 나는 한국인이다(솔롱고스)하고 바로 반대편으로 내려가는 숲길을 찾았다. 술을 마신듯한 몽골인은 양치기가 아닌가 추측해 본다. 몽골에서는 가축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밤에도 양치기를 하곤 한다.
숲을 벗어나니 캠프 불빛이 여기저기에서 화려하게 눈에 들어온다 밤에 보이는 저 멀리 캠프 불빛이 이토록 아름답구나.. 이때 전화 걸려온다. 몽골인 자르갈이다. 형 어디여요.. 다들 걱정에.. 알았다. 이제 불빛을 찾았으니 알아서 찾아가마.. 왼쪽에 무슨 캠프 같은데 그쪽으로 갈 것이다. 얄궂은 전파 탓에 휴대폰 통신은 도중에 끊겼다. 그동안 통신이 안 좋아 전화벨도 울리지 않았었다. 수많은 캠프 불빛에 공포감은 이미 사라졌다. 한참을 내려오니 다시 전화벨 울린다. 울타리가 길게 형성된 것 울 보아 골프장 뒤편 계곡 같은데 어두워서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진흙탕을 건너고 건너니 대형 캠프에 도착했다. 아는 곳이다. 자르갈은 일행들 모두 차에 태우고 건너편에서 오고 있었다. 급 안도감에 말로 표현 불가한 색다른 경험으로 개인적으로는 또 다른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나 때문에 비상 걸린 일행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더불어 무용담 자랑하며 캠프에서 삼겹살에 라면에 보도카에 건배사 즐기면서 그렇게 바이크 투어의 하루가 무사히 마감되었다.
내일은 바이크를 반납하고 마사지로 몸을 풀고 숙소에서 쉬고, 익일은 승마와 집차로 야산을 즐기고 강가에서 캠프파이로 이번 여행을 마감한다.
본글은 바이크 라이더 입장에서 쓸 수 있었으면 더욱 액티비티 한 글이 되었을 텐데, 옆에서 지켜보며 나만의 1인칭 관점에서 쓸 수밖에 없어 기대 이상의 스릴감을 글에 담지 못하여 아쉬움이 있습니다. 부디 양지하신 후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