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립(而立)을 위한 준비
개강하고 일주일이 지났다. 더위도 풀리는 것 같고, 종종 바람이 불어서 기분이 상쾌해지기도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아직 더워서 밖에 오래 있으면 꽤나 지치게 된다. 그럼에도 9월 1일에 열린 러닝크루 체육대회에 참여해 보았다. 역시나 땡볕에서 열심히 조별 대항전을 하다 보니 다리와 얼굴이 무척이나 따가웠다. 살이 타고 있군. 방학 때 열심히 러닝크루를 다녀보려 했는데, 내 마음과 달리 더위를 이기기 어려웠다. 오랜만에 크루를 나가니 반가운 얼굴들이 보여서 즐거웠다. 새로운 분들과도 인사하고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운영진 분들이 마련해 주신 시원한 캔 이온 음료와 과자를 먹으며 신발 던지기, 줄넘기, 계주, 제기차기 등 열심히 참여했다. 우리 조의 결과는? 3등!
4개 조 중에서 3등을 했다. 어떤 게임에서는 1등을 했다가, 다른 게임에서는 꼴찌를 했다가를 반복하다 보니, 결국에 3등으로 마무리된 것 같다. 순위에 상관없이 체육대회 자체가 재밌었어서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꽁으로 4만 원을 얻었다. 3등에게 주어지는 상금! 우리는 그걸로 맛있는 비빔면과 돈가스를 사 먹었다. 조원 분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도 듣고, 일상도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왔는데, 역시 세상에는 멋진 분들이 참 많은 것 같다고 느꼈다. 일찍 간호대를 졸업해서 벌써 3년 차인 1살 어린 동생도 있었고, 한국에서 수리와 화학 분야를 전공하신 뒤 미국에서 박사를 보내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 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는 언니도 있었다. 배터리 설계 관련해서 일하시는 오빠도, 생산 공정 관련해서 일하시는 오빠도 있었다. 조원 분들은 내 이야기도 잘 들어주셨다. 서로 배려 속에 재밌게 얘기하고 온 것 같다. 다녀오니 열심히 체육대회도 했겠다 얘기도 많이 했겠다 급 피곤해져서 씻고 한숨 푹 자고 일어났다. 그리고 이제 1학년 2학기의 수업 2주 차를 지나고 있다.
저번 주에는 한 번 더 지도교수님을 찾아뵀다. 오랜만에 만나 뵈어 반가운 마음도 들었다. 흔쾌히 시간을 내주셔서 여러 가지 대화를 하고 왔다. 학교에 입학 후 첫 학기를 보내고 방학을 지나면서 든 여러 생각들이 있었는데, 결론을 내리고 싶은 게 있는지라 나에게는 조언이 정말 필요했다. 교수님께 연락을 드리고 약속을 잡았다.
하나는 해외 물리치료사 준비에 대한 부분이었다. 주로 해외 물리치료사로 간다고 하면, 미국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의 물리치료사의 대우는 임상 의사에 준하고, 그만큼 연봉도 많이 받으며 실력을 쌓고 사업의 역량이 된다면 치료실도 차리고 더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라는 큰 무대도 선택의 이유 중 하나일 수 있겠다. 그러나, 나는 미국에는 사실 관심이 많이 없다. 여행 정도로는 가고 싶어도 미국이라는 곳에 살 것인가? 에 대해서는 아직은 잘 모르겠는 마음이 든다. 그렇다고 미국 물리치료사의 치료 능력이나 이런 부분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미국에 관해서는 그래도 가끔 특강도 열리고 준비를 마음먹는다면 취업 이후에 준비반을 꾸릴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지금 내가 원하는 나라는 캐나다 혹은 싱가포르 쪽이다. 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인지가 나한테는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물리치료로써도 미국만큼은 아닐 수 있겠지만, 그만큼 발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내가 그 부분에 기여해도 좋을 것 같다. 싱가포르는 후기가 많이 없어서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캐나다는 드문드문 정보가 보이기는 한다. 하나씩 찾기로 하고.
어쨌든 중요한 부분은 해외(미국 또는 캐나다)로 나가기 위해선 실습 시간에 대한 조건을 맞춰야 한다. 약 1000시간을 맞춰야 하는데, 한국의 대부분의 4년제 대학은 여러 가지 이유로 기본적으로 1000시간을 실습하지 않는다. 적게는 600여 시간에서 많게는 800여 시간까지 실습하는데, 1000여 시간을 실습하는 곳도 있기는 하다. 우리 학교의 경우에도 기본으로 1000시간을 주진 않아서, 추가로 요청하면 실습이 더 가능한지가 궁금했다. 그런데, 학생이 원하면 충분히 그 시간을 채울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다만, 실습도 학점을 통해 주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기본적인 전공과 교양 학점으로 졸업 학점을 채우고 그 외의 남는 학점을 통해 실습을 추가로 얻거나, 4.0 이상의 학점을 받아서 추가 학점을 얻어서 실습을 더 할 수 있는 방향이 있다는 것이었다. 긍정적인 답변이라 다행이었다. 남는 학점을 활용하거나 추가 학점을 얻어서 실습도 더 할 수 있다는 것이라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본적인 실습 외에 2학년 때 추가로 실습을 한 번 더 얻고, 3학년 때 한 번 더 얻으면 1000여 시간을 채울 수 있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대학병원에 대해 궁금한 점을 여쭤봤다. 요즈음 워낙 의료계 파업 문제로 간호사도 취업이 어려워진 상황인데, 하물며 의료기사는 더한 상황이다. 게다가, 대학병원 TO자체도 간호사는 많지만, 의료기사는 덜하고 그중에서도 물리치료사는 정말 TO가 부족하다. 각 학교마다 1~2등끼리 붙어서 겨우 한 명 들어가는 구조랄까. 그리고 대학병원은 경력도 중요하고 나이도 꽤 중요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지인 중에 물리치료사로 경력이 10여 년 되시는 분이 있는데, 실장일 때 나이가 있는 사람은 채용할 때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편이라고 하시기도 했고 말이다. 이해는 간다. 내가 바꿀 수는 없는 부분이라는 점도 알고 있다. 어쨌거나 이러한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제가 대학병원을 노려봐도 괜찮을지 여쭤보았다.
예상외의 답변을 해주셨다. 현실적으로 포기하는 게 맞다고 하실 줄 알았는데, 1년에 붙어오는 사람이 꽤 된다는 것이었다. 학점 4.0은 필요하고, 그 이하(이하여도 3점대 후반이다.)라면 응당 본인만의 강점이 있어야 된다고도 하셨다. 그러면서, 대학병원에 국제진료센터도 있다고 그런 것도 괜찮다며 추천도 해주셨다. 물론 종합병원도 고려해 봐야 된다고도 하셨다. 그리고 여러 가지 물리치료 분야에 대한 질문도 겸해서 드렸는데, 아직 분야보다는 물리치료사가 되는 것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해주셨다. 이러한 답변 덕에 복잡한 생각이 많이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교수님께 많이 고민이 해결된 것 같다고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수업 때 또 뵙기로 하고 인사드리고 나왔다.
고민만 하거나 자료만 검색할 때는 어려웠던 것들이 꽤나 많이 정리되었다. 그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과의 시간을 가지는 게 역시 가장 좋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이번 학기 수업 중에서 일반물리학 수업이 매우 걱정되었던 나는 설레는 마음 반, 두려운 마음 반으로 수업 OT를 들었다. 이게 웬 걸? 수업 내용이 꽤나 어렵게 구성될 줄 알았는데, 내가 했던 것들이 그냥 다였어서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교수님이 굉장히 재밌고 유쾌하시고 열린 분이신 것 같아서 그냥 막 교수실을 찾아가도 뭐라 안 하실 것만 같은 분이다. 막상 가면 이렇게 마음이 휙휙 달라진다. 그래도 좀 편안한 마음으로 OT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아 그런데, 실험 보고서 쓰는 건 좀 많이 귀찮을 것 같다. 그래도 해야지 뭐. 이렇게 마음먹어본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