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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잎새 Sep 29. 2022

PART1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위로를 하다.

<그저 말 한마디>




남편은 퇴근길에 내가 다니는 직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오늘도 나는 제시간에 퇴근을 못하고 40분이나 늦게 퇴근을 하였다. 남편이 뻔히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기에 헐레벌떡 남편의 차를 보며 뛰어갔다.



많이 기다렸죠. 미안해요.



차 문을 열며 말했다. 언제나 늦게 나오는 아내여서 그렇거니 하는 것 같았다.



남편은 언제나 묵묵히 나를 기다려준다. 왜 늦었는지, 왜 퇴근 시간을 정확하게 말해주지 않는지, 왜 한 통의 전화도 안 해주는지 등 묻지 않는다.



또 내가 일을 하면서 대학원을 다닐 때에도 수업을 마치고 녹초가 된 나를 기다려준 남편이었다. 나는 무관심이 아니라는 걸 잘 안다. 내가 더 미안해하고 마음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다.

그런 남편의 마음도 무시한 채 나는 씩씩거리며

'별거 아닌 일로 이렇게 붙잡아 놓을 일이냐'라고,

'꼭 퇴근 전에 일을 버린다'며 투덜거렸다. 몸도 힘든데 마음까지 힘들어서 짜증을 낸다.



당장 때려치울까?


그래, 때려치우자.



혼자서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남편에게 풀고 있다. 그리고는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나를 발견한다. 내가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좋은 아내가 되어주기는 커녕 좋은 아내 역할도 못하고 내가 더 힘듦을 표현하고 있으니 남편은 본인의 이야기를 하려다가 아내의 투정을 말없이 듣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 날이 반복되던 어느 날, 남편은 아침 출근길에 나를 차에서 내려주며 한발 한발 힘겹게 직장을 향해 올라가는 뒷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했다고 한다. 나의 뒷모습이 어찌나 힘이 들어 보이던지 마음이 아팠다고 하면서 오늘은 이 말을 꼭 해야겠다고 했다.



오늘 사직서 내고 와.


평소 진중하고 빈말은 하지 않는 남편이라서 남편이 이 말을 하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을지 짐작이 간다. 나는 이 한 마디에 속 시원하고 통쾌하고 든든했다.



남편의 한 마디가 고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나는 이 한마디에 힘을 얻어 당장에 그만두지도 않을 걸 알면서도 그렇게 힘들어하던 직장생활을 계속 이어갔다. 남편의 그 한 마디가 정말 고마웠다.



매일매일 힘겹게 직장을 가는 아내의 뒷모습을 본 남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육체적으로 힘에 겨워하고, 동료들 간의 냉랭한 분위기를 견디기 어려워하고, 수많은 서류로 업무에 시달려 힘들어했다. 나는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퇴사를 하여 집에서 보내는 이 시간이 참 좋다.



나는 하루하루를 보내며 여유와 감사함으로 지내고 있다. 일상이 행복으로 다가올 때가 요즘만큼이나 많았던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본다. 일상에서 여유를 찾지 못하고 잊고 살았으니 행복하다고 느끼지도 못하고 살았다.



누군가도 나처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수 있다.

당장 직장이든 어떠한 걱정거리든 실타래처럼 엉켜 풀지 못하더라도 시간을 버티고 이기고 나면 여유를 찾아 행복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일상을 보게 되니  이 사는 일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다. 당연하게 여기는 일상이 당연하지 않다고 여기며 소중함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매일 밥을 먹고, 화장실에 가고, 잠을 자고 하는 작은 일이 소중하다. 일상을 느끼며 사는 나날이 새롭고 행복하다. 일상이 행복해야 삶도 행복해진다.



어찌 일상을  매일 이벤트로 채우려 하는 걸까? 살아가는 것이 특별하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멋있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는 거다.



내가 남편의 말 한마디에 이렇게 고마움을 가지며 살아가듯이 누군가도 나의 말 한마디에 기운을 얻고 희망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






힘겹게 직장 생활을 하는 가운데서도 친하게 지낸 동료가 있었다. 그 직장 동료는 오래전부터  이곳을 다니고 있었는데 다른 직장 동료와 말을 섞지 않고  친하게 지내지도 않았다. 내가 보기에 사람에게 상처를 받아 함구하고 지내리라 작정하고 직장 생활을 하는 것 같았다.



직장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의 생각이 맞았다. 몇 년 전 직장 동료 간에 말 전달이 잘못되어 내 생각은 그렇지 않은데 내 생각과는 다르게 다른 직장 동료에게 말이 전달되어 오해가 생겼다고 한다. 그런 비슷한 일들이 반복하여 생기다 보니 말을 하기 싫었다고 했다.



직장 생활을 계속해 나갈 건데 '즐겁지도 않고 행복하지도 않게 직장생활을 해나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직장 동료의 친구가 되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마음을 열고 다가가서 말도 걸고, 힘들 때 물도 떠다 주고, 당이 길 때는 믹스커피도 타서 건네주었다. 사소하게 여겨지는 이 일들이 쌓여 잘 웃지 않던 동료인데 웃기도 하면서 닫혀 있던 동료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며 나에게 본인의 이야기도 꺼내곤 했다. 나의 진심이 통하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더운 여름 퇴근을 하고 에어컨 나오는 시원한  카페에 가서 토마토 주스 한 잔을 하며  더위를  식히고, 직장에서의 고충을 이야기하며  달래었다. 또 둘 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편이었는데 시원한 흑맥주를 한 모금  들이키면서 '바로 이거야' 하는 생각과 동시에 눈빛을 주고받으며 깔깔거리며 웃기도 했다.

서로의 마음이 통하니 즐겁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우리는 힘든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이 시간은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었다.



내가 너의 친구가 되어줄게.


그렇게 우리는 직장 동료이자 친구가 되었다.



내가 남편의 한 마디에 힘을 얻었듯이, 직장 동료도 나의 진심을 알게 되었고 우리는 서로의 다정한 친구가 되었다. 나는 진심으로 좋은 친구가 되어주기로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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