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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진 - 마음 청소기

물아일체

by 이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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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쾌한 물살에

켜켜한 맘속 먼지 씻겨간다.

물과 내가 하나되니

호쾌한 전율에

순간 나를 잊는다.


살면서 많은 소소한 행복들이 있다. 그 중에 가장 강력한 한 가지를 고르면 단연코 여름 산행 후의 계곡 알탕이다. 흔히 알탕이라고 하면 명태알과 콩나물을 넣어 시원하게 끓인 음식을 떠올리지만, 여기서 알탕은 등산복을 입은채 계곡 물에 풍덩 몸을 담그는 행위를 의미하는 등산용어이다. 예를 들어 산 정상에 구름이나 안개가 가득해 주변 풍경을 볼 수 없을 때 산꾼들은 '곰탕'이라는 표현을 쓴다. 여름 산행의 더위와 피곤함을 일시에 풀어주는 최고의 피서이다. 나는 이 알탕을 위해 여름 산행을 간다.

집에서 거의 에어컨을 켜지 않는다. 오히려 숲이 우거진 그늘진 산을 걷다보면, 땀은 나지만 도시의 땀과는 다르다. 내 몸을 움직여 산을 오르고, 가끔은 시원한 산바람에 몸과 마음을 식힌다. 그리고 각자 가지고 온 간식과 음식을 나눠 먹는다.

여름 산행은 항상 마지막에 계곡이 등장하는 코스를 선택한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옷을 입은 채로 물에 풍덩 빠진다. 그리고 아이가 되어 물장난을 한다. 쏟아지는 폭포물에 앉아 온몸으로 물살을 맞으면, 웃음도 괴로움도 아닌 표정이 되어 그 순간을 즐긴다. 그야말로 물아일체, 나는 나를 잊고 물과 하나된다. 자연을 즐기는 최고의 방법은 내게는 단연 여름 계곡 알탕이다.

단 아무 계곡에서 알탕은 안된다. 상수원으로 금지된 구역이 있고, 국립공원의 계곡은 대부분 입수 금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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