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에 맡기기와 통제: 놓아야 할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나는 오랫동안 삶을 통제하려는 욕구에 이끌려 살아왔다.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완벽하게 실천하는 것에서 안정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작은 성취 뒤에는 묘한 피로감이 남았다. 모든 것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는 불안이 엄습했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고민하며 스스로를 자꾸 채찍질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불쑥 이런 생각이 스쳤다. "정말로 모든 걸 내가 통제할 수 있을까?" 솔직히 그 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아니, 알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통제라는 것은 결국 내가 만들어낸 착각이었고, 그 착각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진정한 평온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삶은 늘 우리를 앞서간다. 아무리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고 준비해도, 예기치 못한 일들은 불쑥불쑥 찾아온다. 그때마다 나는 그 상황을 내 방식대로 끌어안으려 애썼다. 계획과 다르다고 좌절하고,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분노했다. 하지만 그렇게 애쓰는 동안 나는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었다. 통제하려는 그 힘든 싸움을 놓아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비로소 나는 내 삶의 다른 모습을 보기 시작했다.
내려놓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아직도 불안감이 올라오고, 통제하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릴 때도 많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괜찮아, 그냥 흘러가게 두자." 처음에는 낯설었던 이 다짐이 이제는 내게 위로가 된다. 강물은 저절로 흐른다. 억지로 방향을 바꾸려 하지 않고, 그저 물결에 몸을 맡기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다.
통제할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내려놓고 나니 선명하게 보였다. 세상이 훨씬 넓게 느껴졌다. 마치 잔잔한 강가에 앉아 물소리를 듣고, 바람결을 느끼는 순간처럼, 마음이 평온해졌다. 작은 것들이 아름다워졌고, 계획 밖에서 찾아온 일들조차 감사하게 여겨졌다. 억지로 쥐고 있던 것을 내려놓고, 그저 흐름에 몸을 맡겼을 때, 나를 둘러싼 것들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풍요로운지를 알게 되었다.
글쓰기도 그렇다. 때로는 계획한 구조나 형식에서 벗어나, 글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모른 채 그 흐름을 따를 때, 그 글은 더 진솔하고 생동감 있게 변한다. 내가 의도한 방향이 아니라도, 그저 단어들이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것. 그것이 바로 글을 더 깊게, 더 넓게 만드는 방법임을 배워가고 있다.
삶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애쓰기보다는, 그저 흘러가게 두는 것이 더 많은 자유와 평안을 준다. 미래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그 불확실성 속에서도 나는 더 큰 나를 발견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그 흐름 속에서 알게 된 것이 있다.
"강물은 서두르지 않고, 그럼에도 모든 길을 통과한다." — 타오의 가르침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