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의 꿈은 단순히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무엇보다도 가족 안에서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집안 사정과 장애를 가진 동생 덕분에, 부모님의 기대는 단순한 응원이 아니라 절박한 바람에 가까웠습니다. 자연스레 나에게 더 큰 책임이 주어졌고, 내 꿈보다는 해야 할 일을 먼저 챙기며 자랐습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치며 공부를 더 잘하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기에 무작정 노력만 하던 시절이었죠. 열심히 해도 결과는 마음처럼 나오지 않았고, 엄마의 실망을 느낄 때마다 저도 모르게 위축되고, ‘나는 왜 이렇게 할 줄 모르는 걸까?’라는 자책감이 깊어졌습니다. 시간이 흘러 대학에 들어가서도 그 시절의 ‘공부에 대한 부담감’은 여전히 나를 떠나지 않았고, 내 꿈보다는 사회와 가족의 기대를 우선으로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길이 열렸습니다. 아이들이 공부를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며, 학창 시절의 제 모습이 겹쳐 보였어요. 그들이 느끼는 힘든 마음과 압박감을 이해하는 데에는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거울을 보는 듯했죠. 그때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 아이들이 나처럼 힘들지 않도록 돕고 싶다. 내 좌절된 꿈이 이들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실현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이제 저는 자기주도 학습 코치이자 마인드 멘토로서 아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마치 라이오넬이 배우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언어치료사로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한 것처럼, 저 역시 아이들을 위한 배움의 길을 통해 꿈을 또 다른 형태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치동에서 공부를 가르치다 보니, 누군가는 이곳이 그저 성적을 위한 치열한 경쟁의 장으로만 볼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이곳에서 만나는 아이들 중에도 진정한 공부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고자 하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학습 기술만을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스스로의 속도에 맞춰 성장하는 법을 함께 찾아주고 싶습니다.
제주도, 언젠가 나의 고향인 그곳에 아이들을 위한 따뜻한 배움의 공간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푸른 바람이 부는 자연 속에서 성적이나 등수가 아닌, 자신만의 속도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곳. 아이들이 책과 함께 친구가 되어 마음을 돌보고, 진정한 삶의 지혜를 쌓아가는 서당 같은 공간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아이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며 자신만의 속도로 걸어가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각자 고유한 빛으로 반짝이며 배움의 터전에서 꿈을 이뤄가기를 소망합니다.
매일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스스로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을 지켜볼 때마다 제 가슴은 따뜻해집니다. 그 안에서 나 역시 함께 배우고 성장하며 진정한 교육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습니다. 오늘도 그들의 꿈과 함께 걸어가는 이 길이, 나에게는 가장 큰 축복임을 느끼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갑니다. 잃어버렸던 내 꿈이 다른 모습으로 빛나고, 그들과 함께 새로운 여정을 써내려가고 있는 지금, 저는 처음의 모습과는 달라도, 이 또한 제가 이뤄낸 꿈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