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와 자동차 8대

2. 자동차 8대에 소화기가 분사되었다.

by 도도

딸은 집을 나갔고 10일이 넘도록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이쯤 되면 그저 살아있음에 감사해진다.

친구의 도움으로 연락이 닿아 얼굴을 보게 된 날 따순 밥을 사주면서 물었다.


“잘 있냐?”

“네”

“잠은?”

“친구네서 자다가 노숙하다가 그래요.” 머슴아도 아닌 딸인데 우짤꼬 이일을.

“오늘은 어디서 잘거니?”

“모르겠어요. 잘 데가 없어요.”

마음을 단단히 먹기로 했는데 속에서는 용암 분출이다.


“집에 들어가자”

“싫어요”

“왜?”

“아빠가 싫어요. 아빠 보고 나가라 그러면 안 돼요? 엄마랑만 살고 싶어요.”

이게 무슨 시금치 떨어지는 소리. 3대가 덕을 쌓지 못해 주말부부로 살 수 없는 것이 한이긴 하지만.

이건 받아들일 수 없었다.

worried-girl-g19df7e230_1920.jpg 사진출처: pixabay





잘못은 지가 하고 이일로 아빠를 마주 보기 불편하니 그 불편함을 피해보고 싶은 것이다.

너도 밖에 생활이 이제 지쳤구나. 들어오고 싶은데 핑계를 대는구나 싶었다.

아무리 설득을 해도 집에 가지 않겠다는 딸. 다시 한번 마음을 다듬고 말했다.


“네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내 남편을 나가서 살라고 못한다.”

“넌 소중한 딸이야. 하지만 둘 중 선택해야 된다면 내 남편이다.”

노숙을 하든 밥숙을하든 그냥 돌아 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생각은 우주도 갈 수 있다. 그런데 엄마로서 약해진 마음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사내아이도 아니고 딸 아닌가. 그냥 놓고 돌아설 용기가 나에겐 없었다.


“며칠 묵을 고시원을 알아봐 줄게”

딸은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게 그날부터 두 집 살림이 시작됐다. 이제 겨우 15살이었다.


고시원을 들여보내고 이틀 뒤 이른 아침 핸드폰이 울린다. 031-000-0000 모르는 번호다. 평소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았다. 하지만 딸의 방황이 시작되고 여러 가지 일들을 겪다 보니 모르는 번호도 버선발로 마중 나가듯이 받게 되었다.

“000 어머님 맞으시죠? 여기는 00 경찰서입니다.”

“따님이 0월 0일 00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소화기를 갖고 놀다가 자동차 8대에 분사되었어요. cctv로 그 시간에 거기 있었던 것 확인했습니다. 조사가 필요하니 출석 바랍니다.”

strba-tarn-gf2a1ba7f5_1920.jpg 사진출처: pixabay





전화를 끊고 얼굴을 들어 거울을 보니 50년은 더 늙어버린 호호 할머니가 우둑허니 비쳤다.

그 모습이 너무 안되고 서글펐다. 열심히 부끄럽지 않게 살았는데 그것만으로는 최선이 아니었던가.

마음이 첩첩산중이다.


자녀의 사춘기가 부모에겐 얼마나 괴로운 시간들인지 아무도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었다. 마치 아이를 낳으면 얼마나 고단하게 그 어린 신생아를 키워야 되는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던 것처럼.

이 아이를 끝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그때는 엄마 같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하는 오늘이 없을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