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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 Apr 24. 2024

50년 직장생활은 어떻게 하나요

공부를 한참 진행 중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운동이 맞는지 운동은 언제 해야 더 개운한지. 아침루틴을 어떻게 하면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지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고 무엇을 남기고 싶은지 어떤 것에 보람을 느끼고 더 잘 웃는지 말이다.  


여느 날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목 평소 안면이 있는 곱디고운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50년 직장생활을 마치고 보니 내 인생을 산적이 없네"  "오! 오십 년이요?" 놀라서 말문이 막혔다.

"대단하세요. 어떻게 오십 년이나 하셨어요" 그러게 라며 쌉싸름한 미소를 씽긋 지어 보였다.


인사를 나누고 오는 길 50년의 직장생활에 놀라움도 잠시 '내 인생을 산적이 없다'는 말이 묵직이 울려댔다. 그 시간도 분명 당신 인생이었을 텐데 무엇이 내 인생을 산적이 없다고 느껴지게 했을까. 찰나의 생각이 이내 할머니에 대한 애잔함으로 올라왔다.


어쩌면 할머니도 나라는 사람 없이 살아오신 건 아닌지 남의 지난 인생이 애달았다.  I am이 빠져버린 체 어떻게 50년이나 달리셨을까. 그 세월이 얼마나 건조하고 고단했을까 싶어 마음이 아파왔다.


졸업 이후 20년의 직장생활은 그날 하루 해야 될 일을 끊임없이 전자동으로 알려줬다. 물론 그 속에서 방법을 찾고 계획을 세우는 건 내 몫이다. 밖에서 보낸 시간만큼 집안일은 복리로 쌓여 해치우기 바빴다.


생각하고 돌아보는 것도 마음에 틈이 있고 시간에 짬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나면 발바닥부터 전해오는 피곤함에 주말에는 몸살을 친구 삼아 누워 있어야 할 때가 많았다. 떨어진 체력에 인생을 응원해 줄 조력자도 없어 그저 눈뜨고 감기 바빴던 시간들이었다.


그때의 남편은 조력자는커녕 염장만 안 질러도 다행인 상태였다.





그러다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어떻게 하지'라는 마음이 1년에 몇 번, 한 달에 두어 번 그러다 거의 매일 찾아왔고 동시에 번아웃과 공허도 친구처럼 같이 왔다. 그때는 억울하기만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당연한 결과였다는  알게 됐다.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은 할 수 있지만 많은 마음을 갖지 못한다. 남들은 일하면서 번아웃도 이겨내고 공허도 지나며 자신을 돌아보고 길을 찾고 더 나은 방향으로 잘만 나가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게 어려운 사람. 멈추고 난 뒤 그제야 돌아볼 수 있는 이들도 있다.


해야만 되는 것들이라 해치우고 살아왔을 뿐 거기에 늘 나는 없었다. 그러니 한계가 왔을 때 공허가 쓰나미처럼 몰려왔고 깜냥이 안되니 감당도 할 수 없었다. 그것을 돌려 치고 메치고난 이후 알 수 있었다.

 

정신 차리고 둘러보니 주위 사람들은 나라는 사람을 잘 챙기며 살아가더라. 진작 그리 살았더라면 번아웃도 공허도 덜 왔거나 안 왔거나 왔더라도 그 파도를 잘 넘었을 거라 생각한다.


공부를 열심히 한 덕분인지 아니면 지난 시간에 대한 깨달음 인지 모르지만 지금은 무엇을 하든 그 안에 나라는 사람이 충만하게 있는 시간을 지내고 있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야 도착한 것이 아쉽고 그렇게 살지 못한 지난 시간이 안타갑기도 하다.


 앞으로 남은 삶도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든

 I am으로 삶의 길을 잘 내어 가길 소망한다.





사진: In my ph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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