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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삶은 어때요?

이런 질문은 처음입니다만 받아보네요.

by 도도

문제가 있으면 한참을 함몰되어 빠져나오지 못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이런 사람은 결코 헤어진 전남편과 다시 또 한집에 살고 있는 H를 이해하긴 힘들다. 물론 아주 잠시지만 그것마저도 말이다.


인생 파도가 덮쳐와도 언제나 평온한 그녀가 신기하기도 대견하기도 하다. 유복하고 평화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고 형제자매와 사이가 돈독하기까지 한 H의 인생은 걱정거리가 없어 보였다. 이혼이 또 무슨 대수랴. 길이 아니면 빨리 돌아 나오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혼 후 마음속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는 전남편이다. H는 아직 마음이 남아 있어 보인다. 간혹 살랑이는 그 마음을 숨기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툭 내놓을 때가 있어 듣는 사람이 되려 당황하곤 한다.


어린 자녀들도 있기에 같은 엄마로서 안타까울 때도 많다. 머리가 무거울 만도 한데 늘 여유가 있어 보인다. 그런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 배울 수 있으면 배워가고 싶다.




간혹 안부를 물을 때는 굉장히 철학적인 질문으로 대신한다. "요즘 삶은 어때요?" 두둥 머리에 전기가 스치고 입은 뭐라 말할지 모르겠다. 한참을 웃다 입을 떼었다. "이런 질문 처음인데 순간 할 말을 잃었어요. 뭐라고 해야 될지 몰라서"


"너무 무거웠나? 그냥 가볍게~"라며 웃는다.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으니 편안해요." 하면서도 이 말을 이해할까 걱정됐다. 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 할까 봐.


하지만 H는 이내 이해했다.

"그동안 생각을 많이 했군요. 그럴 수 있는 시간이 있어 다행이에요."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을까. 오랫동안 괴롭혀온 것에 대한 것을 깨달은 뒤 생각할 수 있는 시간들이 주워짐에 참으로 감사했었다.


분명 같은 또는 비슷한 고민들을 그녀도 해왔기에 이해라는 것을 할 수 있었으리라. 이 말을 이해한 H가 반가운 것도 잠시 마치 지난 시간 나처럼 안쓰러워 꼭 안아주고 싶었다.




사진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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