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도 May 08. 2024

18살, 초등생에 배워요.

기가차지만 깨닫고 배우는 것에 의미를 둡니다.

18살 사랑이는 스스로를 사회부적응자로 칭한다.

조용하고 생각 가지가 많고 느린 아이. 그러다 하고 싶은 것 또는 해야만 되는 말이 있으면 푸틴과 김정은, 시진핑을 합체한 인간이 나타나 강한 주장을 펼친다.


자기중심적이라 듣는 사람의 입장까지 배려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간혹 여린 동생 맘을 박박 긁어대 결국 눈물을 터트리게 만들기도 한다.


"누나 사랑해" 애정 가득 담아 인사를 건네면

"어쩌라고" 퉁명한 답이 돌아온다. 동생 얼굴은 금세 울그락 불그락 터질 것 같다.


갖은 구박에도 불구하고 군것질 거리를 사 올 때면 항상 누나 것까지 챙기는 바라기다.

누나가 들어오면 부리나케 나가서 외친다.

"아이스크림 사놨어. 꺼내 먹어"  

"잘했어" 참 시크하고 네 가지 없는 답을 한다. 혹시나 행여나 고맙다는 말을 할까 매번 기대하지만 또 실망하고 돌아선다.


지켜보다 열 받쳐 한마디 한다. "그렇게 말하면 동생이 상처받지 않겠어? 그냥 고맙다 한마디 하면 안 되겠니?" 듣는둥 마는둥 멋쩍어하며 방으로 훅 들어가 버린다.


그리고 둘째에게 말한다. "나 같으면 이제 안 사 올 거야. 매번 좋은 소리도 못 들으면서 왜 그렇게 챙기는 거야?"  "누나가 좋아. 요즘 힘들잖아. 잘 살아갈지 걱정이야." 초등학생의 근심 걱정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어린 시절 엄마, 아빠 없는 시간 누나에게 상당한 케어를 받아본 동생은 누나라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인간으로서 믿음이 있어 보인다.


어느 날 저녁 사랑이와 산책하던 날

"엄마, 내가 집에 들어왔을 때 현관에 거미가 있었거든요. 너무 무서워 소리 질렀더니

00 이가 자기도 무서우면서 그래도 잡아보려고 뛰쳐나왔는데 잡지는 못하고 안절부절하더라고요.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어요." 사랑이는 곤충이라면 질색팔색 집안이 떠나가라 발버둥 친다.


"그때 알았어요. 뭘 해주지 못해도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것을요"

"난 사회부적응자잖아요. 그런데 동생 덕분에 사회생활을 많이 배웠어요. 그래서 요즘 좀 잘하는 듯요."


18살인데, 초등학교 다니는 동생에게 사회생활을 배우다니. 기함할 일이지만 앞에 있는 덩치 큰 아이를 그 자체로 이해하겠노라 맘먹은 덕분인지 이내 정신이 돌아오고 매우 긍정적인 메시지를 날렸다.


 "그런 마음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사람은 사회부적응자 아냐." 그리고 진짜 그러길 마음으로 바랬다.




사진출처: 글그램

매거진의 이전글 요즘 삶은 어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