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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카야 Nov 29. 2023

반평생 살고서야 알게된 나

젊었을 때부터 난 두통을 달고 살았다

차라리 어디가 부러지는 게 낫지, 하루종일 지끈거리는 편두통은 진짜 사람을 미치게 한다

새벽 내내 두통약을 수 알씩 먹고 그 때문에 속이 뒤집히고 

어쩔 땐 토하기까지 했는데

찾아보니 그런 증상들이 뇌종양이랑 비슷해

너무 일찍 죽는게 억울하다며 혼자 새벽에 질질 짠 적도 여러번 있다

그러다 알게되었다 

나의 고질적인 두통은 뇌종양이 아니라 생리전 증상이었다는 걸 내 나이 50,폐경이 가까워서야 알게되었다.

난 당연히 내가 외향적인 성격이라 생각했다

지금같이 디테일한 MBTI 테스트가 없었던 예전에

모든 성격을 외향적,내성적 딱 두가지로만 분류했었다

남들 앞에서 부끄럼없이 말잘하면 외향적,부끄러워하면 내향적이라했다

항상 술자리에서 원샷을 외쳐대며 분위기를 주도했던 나를

주위 사람들도 나도 당연히 외향적이라고 생각했었다

사람들을 재밌게 해줘야 한다는 누가 시키적도 없는 의무감에 혼자 온갖 뻘짓을 다하고

집에 올땐 내가 왜 그랬는지 후회하고 스스로 자책했다

있는대로 약속은 다 잡아놓고 날짜가 다가올수록 약속이 펑크나기를 간절히 바랬다

외향적인대 남앞에선 왜 그렇게 떨고 발표를 못하는지 내 자신이 의문스럽기도 했지만

한 번도 남들이 정해준 나의 ‘외향적인 성격’ 을 의심하지 않았다

내가 캐나다로 떠날 때 다들 이젠 무슨 재미로 술을 마시냐며

내 성격에 어떻게 재미없는 캐나다에서 살거냐며 걱정했었다


하지만 재미없는 이 곳에서 난 알게되었다

난 뼈속까지 내성적인 사람이었다는 걸

캐나다에 온 후로 아직 맘을 온전히 터 놓는 친구도 없고

한국에서는 평균 주3회 마시던 술도 연3회로 줄었지만

원하지 않아도 내가 먼저 깰수 없는 약속들에서

사람들을 재밌게 해줘야한다는 쓸데없는 부담감에서 해방된 이 곳에서

드디어 나는 진정한 평화와 자유를 느끼고있다

그리고 독서를 하면서 내가 외향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나의 낮은 자존감에서 기인했다는 것도 알게되엇다

생각해보면 한국에 있을때는 내가 지금 혼자 있고 싶은지보다

지금 다른 사람들이 나를 원하는지에 관심이 있었다

항상 나의 관심은 나 자체보다 다른사람들이 보여지는 나에 관심이 있었다

나는 아직도 멀었다

나의 자존감은 아직도 바닥이고

지금도 남들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고있지만

외향적인대 이러면 안된다고 날 가두었던 과거에서 벗어나

예전보다는 나를 알아가려고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이 50이 넘어 지금에서 알아 뭘하겠냐 싶기도하지만 외향적으로? 죽고 싶진않다

늦게나마 이렇게 나를 조금씩 알아가다보면

그래서 내가 원하는 삶이 어떤것인지

무엇을 해야 행복한지 알게된다면

언젠가는 진정으로 행복해질수 잇는 날이 올것이라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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