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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유니 Mar 23. 2023

약과 살의 전쟁 (1)

알면서도 먹이고 있는 ADHD 약의 부작용 그리고 선택

 약을 증량할 때마다 몇 개월씩 살이 빠지는 고생을 한다. 내 아이는 나를 닮고, 외할아버지를 닮아 다리가 길고 팔이 얇다. 한번 살이 빠지기 시작하면, 뼈다귀가 걸어 다니는 것 같다. 아이가 편식이 심하긴 하지만, 살찌는 음식을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치즈이며, 라면에도 치즈를 꼭 넣어 먹고, 집에는 온갖 종류의 치즈가 있다. ADHD 약을 복용하기 이전에는 보통 체구의 아이였다. 적당히 오른 볼살에 웃을 때 드러나는 콕 박힌 보조개는 보는 사람의 얼굴에도 미소를 짓게 했다. 그런 아이가 약 3년 전 처음 약을 복용할 때부터 살이 빠지게 시작했다. 메디키넷으로 시작해서, 콘서타로 약을 바꾸어도 아이의 식욕은 돌아오지 않았고, 오히려 더 심해졌다. 코로나로 집에만 있는 다른 아이들은 '확찐자'가 되었다며, 걱정했지만, 우리 집은 사정이 달랐다. 


 나는 한국에 돌아와 바로 일을 시작했고, 코로나 상황에서도 그 일은 멈출 수 없었다. 갑작스러운 비대면 수업으로 누구도 집에 있는 큰 아이를 돌보기 어려웠다. 작은 아이는 1학년 입학이라 매일 학교에 갔고, 3학년인 큰 아이만 홀로 종일 집에 있게 되었다. 점심은 배달 음식이나 출근길에 챙겨놓은 점심으로 해결해야 했지만, 식욕이 없는 애가 혼자 먹을 리 만무했다. 아이의 몸무게는 날이 갈수록 빠졌고, 2020년 1월 17일 키 137cm, 몸무게 30kg이었던 아이의 키는 계속 컸지만, 몸무게는 후퇴했다. 30kg 미만의 상태가 지속되었다. 더불어 또 다른 부작용인 불면증까지 동반되던 상황이었다. 


 7살~9살까지 외국 생활을 해서, 한국어도 느린데, 밥은 안 먹고, 잠도 못 자고, 비대면 수업까지 그 시간이 아이에게 얼마나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을지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그 상황에 난 아이를 이해하고, 더 나은 방법이 없을까 차분히 생각하는 시간 없이, 아이를 채근하며, 몰아붙이기 일쑤였다. 

 

 개인적인 상황 또한 좋지 않았다. 야심 차게 준비한 사업이 진행되면 될수록 예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집중해야 했다. 서울에서 사는 곳까지 출퇴근 시간 2시간 반이 넘는 어느 날, 나는 집 현관문을 열고 발을 내딛자마자 왈칵 울음이 쏟아져 나왔다. 어질러져 있는 거실과 부엌에서 풍겨 오는 라면 냄새, 그리고 남편과 두 아이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아앙' 하고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뭐 하나 똑 부러지게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 속에서 가장 큰 근심은 아이의 몸무게였다. 


 생각보다 버티기를 잘하는 나는 조금 더 일찍 살이 지속적으로 빠지고, 불면을 이어가는 아이의 생활에 대해 의사와 진지하게 상의해야 했다. 나는 그날 이후 가장 가까운 아이의 병원 예약일에 의사에게 체중 저하와 불면증에 대해 상담했다. 의사는 식욕 저하에는 트레스탄을, 불면증에는 산도스를 처방해 주었다. 약이라는 게 참 무섭다. 산도스를 복용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아이는 약을 먹자마자 잠이 들었다. 불면증 이전에 아이의 수면 시간은 9시간 정도였다. 저녁 9시 반에 잠이 들어 다음날 7시 반에 일어났다. 불면증이 시작된 후에는 새벽 2시가 되어도 잠을 자지 못했다. 분명 아이의 몸은 지쳐 있는데, 정신이 각성되어 있는 상태임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의 눈은 말똥말똥한 듯 멍 때리기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보고 있는 내가 답답하고, 힘들었다. 누워 있어도 잠이 안 오는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잠이 안 오는데, 눈을 감고 있으려면 얼마나 힘든가. 겪어 본 적 있기 때문에, 강제로 자라고 할 수 없었다. 산도스 약을 처방받은 후 아이는 약을 먹자마자 잠이 들었다. 그런데 이 또한 문제가 하나 더 생겼다. 아침에 정신을 못 차리고, 제때 일어나지 못했다. 아, 어쩌란 말인가. 미칠 노릇이었다. 그러나 곧 이 문제 또한 시간이 해결해 주었다. 더불어 식욕 저하와 체중 감소도 트레스탄 약복용 이후에 차츰 회복했다. 아이는 조금씩 살이 오르기 시작했다. ADHD 약효가 지속되는 시간에는 먹는 것에 입도 안 대던 아이는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살이 올랐다. 내 기분과 아이의 기분 모두 좋아졌고, 나의 걱정이 줄었기 때문에 아이와의 부딪힘도 줄었다. 


 이 모든 상황이 2020년 1월부터 2022년 2월 초까지 있었던 일이다. 2년이라는 약 적응 시간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다시 약과의 전쟁과 선택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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