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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새 Jun 06. 2024

6. INFP의 같이 읽기가 실패로 끝나는 이유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함.

이번 주제는 독서 모임이다.

글쓰기 수업과 관련된 주제로 연재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쓰고 있지만, 독서 모임의 경험이 많지 않다.


논쟁하는 걸 별로 즐기지 않는다. 타인을 굳이 '설득해서 뭘 해'라는 생각을 한다.

나와 다른 생각이라도 '그럴 수도 있지'라며 듣고, 대부분 흘려버린다.

이 말이 그 말 같아서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맘에 드는 한 문장에 꽂혀 그것만 종일 생각한다.

좋다고 하니까 같이 읽고 쓸 때도 있지만 집에 오면 탈진 상태가 된다.

없는 듯하면서도 꽤 확고한 취향이 있다.

누군가 강제하면 왠지 오기가 생겨 반대로 하고 싶다.

'혼자서도 잘해요'라는 생각을 한다.


이런 마음 때문에 열심히 준비했더라도 모임이 끝나고 나면 큰 만족감이 없다. 기대치가 너무 높았을 수도 있다. 아니면 충분히 공부하지 않은 게으름 탓이다.



글쓰기 수업에서 강사는 같이 읽기(독서 모임)의 좋은 점을 다음과 같이 열거했다.

1. 함께 읽으면 쉬워진다.

2.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다.

3. 수많은 생각을 만나게 된다.

4. 유익한 수다를 나눌 수 있다.

5. 함께하며 치유를 얻는다.


이러한 좋은 점에도 불구하고 독서 모임이 잘되지 않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책을 읽고 오지 않은 회원이 많아지거나, 이야기가 산으로 가 토론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으며. 독서 모임이 사적 모임으로 변해 친밀감이 증대하여 수다가 늘어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어 답답하고, 모두가 아는 것에 대하여 말하는 것은 지루하다.

그럼, 무엇을 말해야 할까. 알지 못하는 것을 아는 척 말할 수도 없고, 아는 것을 모르는 척 물어보는 것은 기만하는 행위 같아서 싫다. 아는 것을 '낯설게' 만들어 타인의 주위를 환기하는 작업을 하기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러면 지금 내가 쓰고 있는 행위는 무엇을 위한 일인가.


부지런히 올라오는 브런치 작가의 글을 진심으로 읽어낸다. 그리고 라이킷을 누른다. 나의 취향이 아닌 글도 있고, 생각이 다른 문장도 여럿 있지만 한 글자씩 읽다 보면 작가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된다.

글을 읽으면, 그들을 만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그를 통과해 나온, 그만이 쓸 수 있는 글이었다.

라이킷은 만나서 반갑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당신을 아주 조금은 이해했다'는 신호를 남겨놓는 일이다.

물론 오독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 하지만 오해는 또 다른 이해의 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열심히 쓰는 사람이 있다면, 진지하게 읽어내는 누군가가 있다.

지금 내가 쓰는 이유는 나를 통과한 무엇을 꺼내놓은 일이다. 글쓰기는 나의 '서사'를 갖는 일이다.

이곳에서 따로 읽고 혼자 쓰지만 어쩌면 같이 읽고 함께 써나가고 있는 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면 조금은 외롭지 않다. 








사진: UnsplashAlexis Br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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