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파니 Apr 24. 2023

나의 첫사랑 소환귀( 프롤로그)

444-4444





복층 구조의 집 안, 1층 널찍한 거실 창가로 스며든 달빛이 어둑한 실내를 은은히 밝히고 있었다. 달빛만 의지 한 채, 창가 소파에 기대앉은 금식의 표정이 사뭇 심각했다. 그는 오른손에 들린 슬라이드 폰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후우~~' 숨을 길게 내뱉었다. 왼팔을 들어 손목에 찬 시계의 분침과 초침을 초초하게 주시하던 금식은 결심이 선 듯 '쵝!' 슬라이드폰을 밀어 올렸다.


4시 44분!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이마에 송글송글 이슬이 맺혔다.  


“아놔~ 진짜! 이걸 해, 말어!”     


금식의 애타는 심정 따위 아랑곳없이, 손목시계의 초침은 30초를 넘기며 그를 더욱 옥죄였다.  


“에라잇! 뽕빨나도 GO!!!”     


이판사판, 금식은 핸드폰 숫자 버튼 '4'를 허겁지겁 눌러 댔다.     

국번 없이 444-4444.    

통화 버튼 위로 재빨리 옮긴 엄지가 또다시 망설였다. 이마에서 떨궈진 한 방울 땀이 핸드폰 액정 위에 부딪쳐 튕겼다.     

남은 시간은 10초.

9.

8.

7.

6.

5.

4.     

꾸울꺽! 마른침을 깊게 삼킨 금식은 기어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휘이이~~ 휘이잉~~]    

너른 벌판에 울리는 휘파람 같은 소리만이 오싹하게 들려 올뿐, 핸드폰에선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금식은 또다시 마른침을 깊게 삼킨 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소라야~... 소라야~... 강 소라~”     


[휘이이~ 휘이잉~~]

안젤리카가 알려준 대로 이름을 세 번 호명했지만 여전히 소름 돋는 휘파람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아흐~~! 그럼 그렇지.' 자신이 터무니없이 한심한 금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내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려는데, 나직한 소리 하나가 격렬히 커지며 온몸의 신경을 날카롭게 세웠다.     


[꺄아아아악!!!]

고막이 찢길 듯 끔찍한 비명에 금식은 반사적으로 핸드폰을 집어던졌다. 바닥을 치고 튀여 오른 핸드폰이 배터리와 분리돼 나뒹굴었다. 그런데, 배터리가 분리 됐음에도 핸드폰에서는 [꺄아아아악!!!] 비명이 멈추지 않았다. 전율에 휩싸인 금식은 가위에 눌린듯 몸을 꼼짝할 수 없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