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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파니 Apr 24. 2023

나의 첫사랑 소환귀 (1)

1화. 성기! 광!!





  

계천을 따라 줄지은 낮은 건물들 사이 상가주택 1층,

‘거목 공방’이라 새겨진 참나무 간판이 인공적인 간판들 틈에서 자연의 운치를 뽐내는 가운데 금식은 사무용 책상을 화물차 적재함에 가득 쌓으며 죽을 둥 살 둥 헥!헥! 대고 있었다. 이때, 저만치 설렁설렁 걸어오는 수봉을 발견하고는 잔뜩 열이 올라 소리쳤다.     


“얀마~!! 안 뛰어!!”     


미간을 잔뜩 구긴 흑갈색 각진 얼굴이 험상궂다 못해 살벌했다. 쩌렁한 일갈에 수봉은 그제야 통통한 몸을 통통 튀며 달렸다.     


“어쭈, 다 끝나니까 와?!!”

“아~~ 미안! 미안! 납품하고 오는데 지하철이 너무 막혀서.”

“웃자고 한 얘기면 웃으면서 맞자!”

“에헤~ 이보게 친구. 내가 그래도 6개월 형인데. 동생한테 처맞고 꾸웅~ 하고 있으면 자네 맘은 편하겠나?!”

“아오~! 말이라도 못 하면. 고딩 때부터 그렇게 지각을 하더니, 나이 먹고도 그러냐! 하여간, 정신 못 차리는 것도 능력이다. 대단해.”

“하찮은 능력을 그리 인정해 주니 쑥스럽네 그려~~ 허허허!”     


비아냥을 칭찬으로 받아먹고 흐뭇해하는 수봉을 보며 금식은 뒷목을 잡고 ‘끙!’ 신음했다.     


“그나저나, 이 정도 물량이면 일 마치고 돈지랄 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돈지랄? 지랄하고 있네! 밀린 임대료랑 대출금 겨우 퉁 쳤구만.”     


금식의 볼멘소리에 수봉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아무렴. 나도 목공방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자네 처지를 모르는 바도 아니고... 그럼, 저녁 메뉴는 소박하게.... 쇠고기로 하세.”     


1인 목공방의 영세한 현실을 뼛속까지 체감하고 있는 수봉이 소고기를 얘길 꺼낸 건, 속 깊게도 배가 아파서였다.      


“소고기 드응심!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오늘 수고비는 앞 전에 빌려 간 애쉬(물푸레나무) 원장(1220 * 2440mm 집성목) 까고 줄 테니까 그런 줄 알아.”     


지그시 눈을 감고 가슴에 오른손을 얹은 수봉이 마음 깊이 수긍했다는 듯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혹시, 곰 같은 여우란 말을 아는가?"

"그딴 거 몰라도 되네~"

"그럼, 자네를 지극히 아끼는 마음에서 충고 한마디 하겠네~"

"주댕이 그만 털고 물건이나 잡아 묶으시게~~!!"

"이런! 개 같은 금식을 봤나~"   


적재함에 식탁 10개를 전부 실은 금식은 고무바(화물차에 물건을 잡아 묶는 굵은 고무줄)를 묵다 말고 수봉에게 다가섰다.     


"어이쿠야~! 충고는 무슨, 기분이 더러운 걸 보니 그냥 욕이 구만. 차라리 침을 뱉으시게~ 허허! “     


금식은 화물차에 짐을 잡아 묶듯 고무바로 수봉의 목을 감아 묶었다.     



***     


배송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운전을 하고 있는 금식을 향해 수봉은 눈을 가늘 뜨고 '씨익~'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저녁에 약속 없지?!”

“없긴. 토요일에 나갈 tv장 만들어야 하는구만.”

“삼일 뒤네. 좋아! 오늘 저녁! 대망의 99번째 소개팅에 도전해 보겠나?!”      


고개를 쭉 빼 다가서는 수봉의 얼굴을 금식은 한심한 듯 흘겼다. 그러고는 단호하게 물었다.     


"이쁘냐?"     


모든 남자들에 절대 관심사!     


"말해 무엇하나! 못 돼 처먹어도 얼굴이지!!!"

"나이는?"     


점점 긴박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두 사람의 표정이 쓸데없이 진지했다.     


"자네 취향에 맞게 동갑으로 준비했네."

"서른아홉?!!"     


‘하아~~’ 탄식을 길게 뽑은 금식은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수봉은 금식의 어깨를 토닥이며 입술을 씰룩였다.     


"띠! 동! 가아압!! 뚜엔띠! 쎄븐!!"     


금식의 동공이 확장하며 레이저가 나올 듯 강렬히 빛났다.     


"에헤라 디여~ 잔치로구나~!!!"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고 했던가. 둘은 자신들의 귀에만 들려오는 굿거리장단에 맞춰 어깨를 들썩였다.     


"좋기는 한데... 어째, 죄짓는 기분이 든다."     


금식이 어깨춤을 추다 말고 멋쩍게 말했다.     


"띠동갑 갖고 무슨~! 나이로 죄를 물으면 우리 아버지는 징역감이야!"     


수봉은 그게 뭐 대수라는 듯 말을 받았다.     


"부모님 나이 차가 어떻게 되시는데?"

"우리 오늘 만나는 언니들이 몇 살이라고?"

"응? 스물일곱."     


수봉은 자신의 무릎을 철썩 치며 눈을 부릅 떴다.      


"그렇지~!! 거기에 두 살 에누리해서 스물다섯!! 울 아버지가 외할머니 보다 두 살 어렸다는구만!!"

"진심?!! 오와~!! 그 정도면 무기징역이신데!"

"듣고 보니... 크흑!”       


수봉은 비통한 표정을 지으며 흐느꼈다.     


"기력도 딸리신 양반이 환갑에 뭐언~! 대를 잇겠다고오~! 밤낮으로 용쓰시다가 결국, 날 유복자로 만들고 가셨다는 것 아니냐. 이게 다~ 과욕을 부린 죗값이지 뭐겠어? 에휴... 그래서 울 아버지에 비하면 우린...."     


한탄스럽게 넋두리를 늘어놓던 수봉의 표정이 해맑게 돌변했다.       


“기껏해야 경범죄야~~~"     


금식 또한 해맑아져 입꼬리가 귀를 향해 치솟았다.      


“좋다~! 오늘 범칙금 물고 회춘 한번 해보자!!”

“청추우운을~ 돌려 다아~ 오~ 내 젊음을 다아~ 오~”     


수봉은 트롯가수 나훈아의 아랫입술을 말아 무는 특유의 표정을 따라 하며 그의 대표곡을 맛깔나게 뽑아냈다.     

“흐르는 내 인생에 애원이란다 아~”     


금식도 합창하며 수봉과 하나가 됐다.      



***     


“오늘은 어떤 메뉴로 범칙금을 물면 되나?”     

 

공방에 도착한 금식은 화물차에 실린 공구를 정리하며 수봉에게 물었다.     


“응?.... 으응~ 곱창.”

“아... 곱창이면 돼지?”

“메뉴가 뭐가 중요한가! 12년이라는 생물학적 나이을 초월 해 그녀들과 함께 꿀 빠는 시간을 갖고 회춘의 기쁨을 만끽할 중차대한 시점에, 그깟 곱창 얘기로 시간을 낭비해야 쓰겠나?!”      


수봉은 황급히 화제를 돌려 금식의 의심을 차단했다.     


“엉아가 허니들 만나려고 가입한 동호회가 뭔지 알면 아~ 빡쎄게 기 빨린 우리 수봉이 한약 한재 다려 줘야겠다~ 할 거다.”

“하! 이 자식, 공방 갈 때마다 없더니 요런 짓 하느라 그랬구만.!”

“마! 네가 나한테 그런 소리 하면 섭하지.”

“나야말로 섭한데. 소개팅 판돈이 누구 밑천인지 짱돌 좀 굴려보시지.”     


짱돌 굴리듯 눈알을 굴리던 수봉은 양손을 공손히 모으고 머리를 조아렸다.     


“쇤네 미천한 대가리로 지껄인 말이오니 너무 괘념치 말아 주십시오.”     


수봉은 자세를 구부정하게 낮추고 완전 얍삽한 이방이 되어 금식의 쩐주 갑질에 예를 다했다.           


"그래서 뭐 하는 덴데?"

"성기광이라고...."

"성기! 광!! 캬아~! 동호회 이름 한번 야멸차게 훗끈하구만!!"


금식은 반색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런, 음란목수 같으니. 그걸 왜 그렇게 끊어 읽어!"     


수봉이 핀잔을 주자 속보인 금식은 머쓱하게 말했다.     


"꼬추를 뭐... 이렇게... 막! 미치게 좋아해서... 막! 환장하는 모임 아니야?"      


수봉은 ‘얘를 어쩌면 좋지’라고 읊조리며 막막하게 바라봤다.     


“응, 맞아. 꼬추는 물론, 가지, 오이도 막! 미치게 좋아하는, 채소에 눈깔 뒤집힌 모임이야.”

“뭐야?!”     


금식은 언성을 높이며 수봉을 매섭게 쏘아봤다.     


"웰빙 동호회였어?! 근데 곱창을 먹어?! 내장 지방이 엄청 쌓일 텐데. 건강에 해로와. 설마 곱창집에서 상추만 먹는 거. 잠깐, 상추는 야채 아닌가?"     


말꼬리를 잡고 저 혼자 지껄이는 금식을 보고 있자니 수봉의 어깨가 추욱~ 흘러내렸다.     


“나, 갈래.”

“아유~~ 장난이야.”


금식은 돌아서려는 수봉을 잡아 세우며 달랬다.     


"근데? 뭔 동호횐지 꼭 알아야 돼?"     

 

금식이 시큰둥하게 굴자 수봉은 단춧구멍 만한 눈을 쏟아져라, 부라렸다.     


"뭘 알아야 대화를 하지! 앞 전처럼 싸대기 맞고 파토 날래!"

"그건 인마! 네가 그 언니 안마방 한다고 하니까... 난 생각해서 다른 착한 일 하라고 한 건데..."

"내가 스포츠마사지라고 했지! 언제 안마방이라 그랬어! 엉!!"

"암만 그렇다고 싸대기를 발로 때리냐?! 초면에!"

"너 술 만땅 돼서 그 언니한테 뭐랬어. '궁금해서 그러는데 풀타임은 얼마예요?!' 아오~! 언니, 병목 잡았어!!"

"훗! 지나고 보면 다아~아름다운 추억이지..."     


첫 만남에 면상을 발로 까인 것 따위, 아름다운 추억으로 승화시키면 그만 인 것을. 금식의 눈이 아련해졌다.     

“아~~~ 그리운 내 삶의 조각들이여~~”     


금식의 정신 승리에 무아지경이 된 수봉은 마음속에 목탁이 울리며 반야심경이 메아리쳤다.      


“알았어. 수봉아. 똥 씹은 표정 그만하고 주댕이 마저 털어봐.”  

“그래, 금식아. 뚝배기 깨지기 전에 정신 차리고 들어줘.”     


수봉은 단박에 알아먹을 수 있게 매우 간결하고 논리 정연하게 알려 주리라, 주댕이에 힘을 바짝 실었다.     


“자아~ 성기광이 뭐 하는 곳이냐, 일종에 오컬트 동호회로서 마법, 마술 이런 거 응! 초자연적인 힘... 응! 이해 가지! 이걸 가능케 하는 어떤...그...머시기하고 거시기 한 힘이... 우주의 힘인데... 그래서~ 별 성, 기운 기, 빛 광! 응! 별의 기운을 받아 광명의 세계로 가자! 뭐 이런 건데.... 비가 오려나? 무릎이 결리네, 여하튼 그래 설라므네, 저어그 뭐냐? 아스트랄한 빛으로 마법을 실현시키는 곳이다~ 이 말이지! 어때? 뭔 말인지 알겠지?”     

본인이 말하고도 뭔 말인지,     


"내 설명이 충분했겠지만 그래도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그냥 참아. 귀찮게 하지 말고."     


못 알아먹은 것이 분명했지만 금식은 눈을 초롱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럼... 몰라도 알아야지. 고마워. 수봉아.”

“고맙긴. 나에게 넌! 십 원도 아까운 소중한 친구 잖냐! 하하하!”

“응? 그, 그렇지. 우린, 그런 친구지! 하하하!”       


십 원도 아깝다는 말을 눈치 못 챈 금식은 수봉과 함께 웃으며 가슴 훈훈해했다.      



***     


초저녁. 수봉은 허니들보다 먼저 약속 장소인 ‘이모네' 곱창집에 도착해 있었다. 잠시 뒤, 금식이 아니꼬운 표정으로 가게에 들어섰다.     


“이 자식! 아침부터 소, 소 하더니. 계획 적이었구만?!”

“그럼 어쩌란 말인가! 허니들의 닫힌 마음을 열어재낀 게 소 곱창인 것을.”

“뭐야?! 그럼 요놈 먹으려고 우릴 만나는 거였어?!”

“어허! 이 친구도 참 순진허이. 이렇게 하지 않음, 우리 같은 아저씨를 거들떠나 보겠나?!”

“여하튼 오늘 본전 못 뽑으면 네 머리털이 뽑힐 줄 알아.”

“걱정 말고, 허니들 음기에 지치지나 마시게!”     


기대와 흥분이 고조된 금식은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술을 먹지 않으면 말 한마디 못하고, 그렇다고 술을 먹으면 발로 싸대기 맞을 말만 골라하니. 하지만 오늘은 소 곱창이란 비싼 범칙금 때문에라도 띠동갑 허니를 기필코 쟁취하리라, 절박한 각오가 용솟음쳤다.     


“왔다!”     


수봉이 금식의 옆 꾸릴 쿡 찌르자 작동 버튼을 누른 것처럼 그의 심장이 가속을 시작했다.     


“프란체스카! 여기! 여기!”     


수봉이 벌떡 일어나 허니 중 하나를 부르자 금식의 심장이 더욱 내달렸다. 질주하는 심장이 숨을 걷잡을 수 없이 차올렸다. 금식은 내색하지 않으려 재빨리 고개를 돌리곤 '쓰흡~ 후우~' 심호흡을 해댔다.


“뭐 하냐! 허니들 오시는데 정중히 맞지않고!”     


수봉의 말에 숨을 고르던 금식이 반듯한 차렷 자세로 벌떡 일어났다. 몸까지 뜨겁게 달궈진 금식은 가쁜 숨을 내 쉬며 천천히 고개를 돌려 허니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어때?! 뭔가 신묘한 마성의 매력이 느껴지지 않냐?”     


신이 난 수봉은 또다시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그의 말 따윈 들리지 않을 만큼 허니들의 마성에 매력은 신묘한 기운을 발산하며 금식을 급격히 냉각시켰다. 이내, 수봉의 머리털을 뽑기 위해 스멀스멀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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