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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에르떼 Sep 22. 2024

청춘의 노래들

나의 청춘의 노래는?

8월의 퇴근길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FM4U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오후 6시가 되자 배철수 아저씨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주는 휴가 기간이라 ‘청춘의 노래들’이라는 특집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는 안내 멘트였다. 5일 동안 각기 다른 디제이분들이 나온다니 궁금하고 기대가 되었다.


“그럼 오늘의 디제이는 누굴까요? “


배철수 아저씨의 목소리 뒤로 베캠의 트레이드 마크, 철수는 오늘 배경음이 나왔다. 그리고 어떤 남성분이 잔잔하게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그분은 바로 김창옥 강사님이었다. 세상에 김창옥 강사님을 라디오에서 뵙게 되다니! 그것도 정말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말이다. 반가운 목소리가 흐르는 라디오에 귀를 더 기울였다.


창 밖은 흐렸고 굵은 빗방울이 후둑후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인가 평소보다 차가 더 밀렸다. 평범한 퇴근길이었다면 길이 빨리 뚫렸으면 했을 텐데 오늘은 아니었다. 김창옥 강사님이 진행하는 라디오를 듣는 특별한 날인만큼 차 안에 더 오래 머물고 싶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디제이 수락을 받아들였다는 김창옥 선생님의 멘트 뒤로 영화 더 미션의 오보에 연주가 차 안을 가득 메웠다. 감미롭고 뭉클한 오보에 연주는 창밖에 내리는 비처럼 내 감성을 천천히 적셨다.


김창옥 강사님은 선교사 가브리엘의 오보에 연주 장면을 보고 음악은 언어처럼 사람의 마음을 통하게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뒤이어 함께 들은 ‘oh happy day‘라는 곡에서는 어두운 분위기의 장소도 밝게 해주는 노래라는 장르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두 음악이 합쳐져 자신의 꿈이 되었다고 했다. 자신도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어두운 곳도 밝게 할 수 있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음악은 참 대단하다. 사람에게 꿈을 심어주기도 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삶의 방향성을 정해주기도하니까 말이다. 음악은 청각만 자극하는 게 아니라 마음 안의 감성도 톡 하고 건든다. 음악은 그렇게 감성 속에 씨앗을 뿌리고 그 씨앗은 점점 자라나 꿈을 품게 한다.


김창옥 강사님이 소개해준 음악 중 BTS의 음악도 있었다. 너무 유행하면 듣기 싫어지는 오기가 생겨 계속 안 듣고 있었다가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가사가 너무 좋아서 즐겨 듣게 되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나도 그런 오기가 있는데 사람들은 다 똑같구나? 하면서 쿡쿡 웃음이 새 나왔다.




만약 나에게도 청춘의 노래를 말할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음악들을 말하게 될까? 여태껏 나와 함께한 음악들을 반추해 본다.


나도 참 많은 순간들을 음악과 함께 했다. 초등학생 시절, 꽃피는 봄이 오면 나는 귀에 mp3를 꽂은 채 자전거를 타고 집 근처 공원을 달렸다. 바람에 불어오는 꽃향기에 있는 힘껏 폐에 바람을 넣어 냄새를 맡고 손을 뻗어 작디작은 봄꽃들을 만져 보았다. 그때마다 들었던 음악은 ‘바람의 라라라’라는 코난의 ost였다. 처음에는 잔잔하게 시작하다가 2절이 되면 발랄하게 분위기가 바뀌는데 난 2절의 시작이 참 좋았다. 그 음악은 나만의 봄소풍 친구였다.


올해 2월, 내 차가 생기고 처음 장거리 운전을 했을 때 아이유 노래 모음을 들으며 운전했다. 너무 신나는 음악은 운전할 때 방해될 것 같고 발라드는 또 너무 처질 것 같아 고심 끝에 고른 플레이리스트인 만큼 매우 만족스러웠다. 좋은 날부터 shopper까지 흥얼흥얼 따라 부르며 가니 목적지에 금방 도착했다.



특히 출퇴근길과 같은 일상에는 항상 아이유의 the winning 앨범의 수록곡을 들었다. 어떤 날은 내비게이션에 의지하며 초행길을 운전하다가 길을 잘못 들어서 한참을 돌아가기도 했다. 혼자였다면 무섭기도 하고 불안했겠지만 아이유의 음악과 함께 해서 좋은 경험이었다며 웃어넘길 수 있었다.


아이유 음악은 나의 첫 주행을 함께한 뜻깊은 음악이다. 나에게 그녀의 음악은 첫 주행의 걱정과 두려움, 하지만 또 첫 시작의 설렘이 묻어있다. 요즘도 아이유의  음악을 들으면 올 초 내 차 탄이와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며 내비게이션에 초집중하던 내 모습이 생각난다.




음악은 참 많은 추억을 상기시킨다. 그 당시 느꼈던 감정을 더 극대화시켜 주는 것도 음악이며 그 감정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보듬어준 것도 음악이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는 자기만의 인생 음악이 있을 거고 특별한 순간을 함께한 음악이 있을 거다.


타인의 인생 음악을 듣긴 쉽지 않은데 이 프로그램 덕분에 나는 김창옥 강사님의 플레이리스트를 알게 되었다. 그분이 직접 고른 음악과 그 음악에 덧붙인 이야기를 들으니 그분을 더 잘 알게 되고 가까워진 기분마저 들었다.


마지막 4부에서는 청취자들에게 추천받은 자신의 주제곡을 짧게 듣고 김창옥 강사님이 후보곡 중 한 곡을 골라 마지막으로 함께 듣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마지막으로 함께 들은 주제곡은 ’don’t worry be happy’였다. 여러 후보곡들을 들으며 이 노래를 끝 곡으로 듣고 싶었는데 어쩜 이렇게 마음이 통할 수 있나 싶어서 실실 웃음이 나왔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가는 길이었는데 실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숨길 순 없었다.


우리 모두 각자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보는 게 어떨까. 내 인생의 특정한 날들을 함께한 음악, 내게 영감을 주고 감동과 위로를 준 음악으로 플레이리스트를 가득 채우는 거다. 그리고 그 끝곡은 자신의 주제곡으로 마무리하는 거다. 우선 나부터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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