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멀미 후 입국
공항에서 간단하게 먹으려고
집에서 아무것도 안 먹고 출발했다.
여행의 설렘 때문일까 안 먹어도 배가 불렀다.
시간이 꽤 흐르자 배꼽시계는 제 할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e-ticket 때문에 발을 동동 굴린 탓에
식사는커녕 간식조차 먹을 시간이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체크인을 하고 면세점은 그냥 지나쳐
힘없이 털썩 주저앉았다. 다행히 근처 카페에서 과자를 팔아서 그걸로 끼니를 면했다.
밖은 어느새 어둑해져 있었다. 드디어 탑승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좌석에 앉았다. 자리는 비좁았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비행기가 이륙을 시작하자
조금씩 여행이 실감 났다.
그렇게 30분쯤 지났으려나 몸상태가 안 좋음을
느꼈다. 속이 메슥거리고 머리가 너무 아팠다.
평소 멀미하고는 담을 쌓고 지낸 터라 난 내가
어디가 아픈 줄 알았다. 시간이 지나자 상태는
더 악화되었고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인기척을 느낀 오빠는 잠에서 깨어 내 상태를
살폈다. 걱정스럽게 괜찮냐고 물으며 내 손을
잡아줬지만 난 전혀 괜찮지가 않았다.
속은 더 울렁거렸고 결국 검은 봉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먹은 것도 없어서 물만 나왔다. 그래도 속을
비우니 울렁거림이 덜해서 살 것 같았다. 하지만
몇 분 뒤 다시 울렁거림이 시작되었다.
토와 울렁거림을 반복하며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앞으로 7시간은 더 가야 하는데 눈앞이 아찔했다.
버스처럼 내릴 수도 없으니 꼼짝없이 가야만 했다.
게다가 난기류가 심한 탓에 멀미는 더 심해졌다.
내 상태가 점점 심각해지자 오빠는 승무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승무원께서는 시원한 얼음물과 생강 음료를 주셨다. 목 뒷덜미를 시원하게 하면 좀 나을 거라며 진심으로 걱정해 주셨다.
오한이 들어 담요를 꽁꽁 싸매고 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역효과였던 것이다. 생강 음료를 마시고 목뒷덜미를 시원하게 하자 놀랍게도 몸 상태가 점점 좋아졌다.
4시간 동안 잠도 못 자고 고통에 뒤척이다가 드디어
한숨 잘 수 있었다. 옆에서 같이 걱정하고 신경 쓰던
오빠도 그제야 눈을 붙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도착을 알리는
기내방송이 들렸다. 갖은 고생 끝에 드디어
하와이에 도착한 것이다. 출발할 때 밖은 깜깜했는데
지금은 태양빛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내가 하와이에 있다니!
오빠와 함께 하와이에 왔다니!
언제 아팠냐는 듯 금방 기운을 차린 나는
씩씩하게 캐리어를 끌었다. 생생해진 내 모습에
오빠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입국 수속을 위해 줄을 섰는데 조금은 삼엄한 분위기였다. 이곳의 공기는 여행을 앞둔 사람들의 설렘과 수속을 앞둔 긴장감이 한데 뒤섞여 있었다.
오빠와 나는 질문들을 미리 생각해 보고 답변을
함께 연습해 봤다. 우리가 하와이에서 얼마나 지낼 건지 숙소는 어딘지 증명할 서류도 꼼꼼하게 준비했다.
앞서 수속을 받는 분들을 유심히 보니 허니문이라고 하면 무리 없이 통과되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다. 오빠와 나는 손을 꼭 잡고
세상 사람 좋은 표정으로 여권을 제출했다. 유니폼을 입은 직원분은 꼼꼼하게 질문을 하셨고 다행히 예상 질문이라 답변도 성실하게 했다. 입국수속을 무사히 마친 우리는 캐리어를 찾고 현지 가이드가 기다리는
곳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