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의 첫날밤
유교걸인 나는 노출이 있는 옷은
거의 입은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짧은
치마나 바지 정도? 하지만 여기는 하와이가 아닌가.
여자들은 비키니, 남자들은 상의 탈의가
일상인 이곳, 하와이에서만큼은 다르게 입고 싶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오빠와 쇼핑을 했었다.
평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특이한 디자인의 옷도
장바구니에 턱턱 담았다.
한국에서 입을 생각이 없으니 더 과감하게 골랐다.
그리고 드디어 그 옷들을 입을 차례가 된 것이다.
머릿속에 세팅해 둔 옷을 입고 전신거울을 봤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몹시 마음에 들었다.
마치 일탈한 기분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의식하지 않고 옷을 입으니 자유로운 느낌이 들었다.
배가 고팠던 우리는 가이드께서 추천해 주신
식당 중 한 곳을 찾았다. 테라스에 앉아서
음식을 주문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행복에 겨운 표정으로
이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이렇게 환상적인 풍경에
오빠와 나도 함께 하고 있다니.... 감격스러웠다.
음식도 대체로 입맛에 맞았다.
상큼한 망고 소르베는 후식으로 딱이었다.
밥을 먹고 식당을 나오니 어느새 저녁이 되어있었다. 습기가 전혀 없는 산뜻한 저녁 공기였다.
산산한 바람이 불어온 덕분에 기분은 더 고조되었다.
우리는 하와이의 편의점격인 ABC 마트를 방문했다.
과자, 음료뿐만 아니라 수영복, 슬리퍼 등등
다양각색의 물건들이 많았다.
하와이 첫날밤을 기념하기 위해 간단한 스낵과
맥주를 구매했다.
마트에서 장까지 보니까 정말 하와이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처음 보는 과자들,
다양한 종류의 무스비가 있는 ABC 마트는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오빠와 나는
시차 적응할 필요도 없이 금세 하와이에 스며들었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넘쳐났고 저마다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미국 본토였으면 밤에 다니는 게
위험했을 텐데 여긴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사람이 많은 곳에만 있으면 한국의 밤처럼 안전했다.
오빠와 나는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서로의 모습을
예쁘게 담아주었다. 사진 결과물을 보니 그동안
오빠에게 사진 찍는 방법을 가르쳐준 보람이 있었다.
200%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그래도 오빠가 찍어준
여러 컷 중에서 마음에 드는 사진이 꽤 있었다.
결혼 준비 하느라 쉬지도 못하고 늘 바쁘게만
지내왔던 우리에게 하와이의 첫인상은
황홀한 천국 같은 곳이었다.
환상적인 날씨에 에너지 넘치는 사람들.
행복 기운이 넘쳐흐르는 말 그대로 천국이었다.
화려한 조명과 이국적인 풍경에 이끌려
오빠와 나는 밤거리를 꽤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