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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가라 하와이 7

터틀 스노클링

by 수에르떼

나는 어릴 적 우리 가족 사이에서 물개로 통했다.

수영장이든 강이든 바다든 장소에 상관없이

물놀이를 좋아했던 나는 손가락이 퉁퉁 불 때까지

놀다가 아빠 손에 이끌려 나왔다고 했다.


그런 내가 물을 무서워하게 된 계기는

같은 강에서 3번이나 사고를 겪은 후였다.

심지어 수영도 할 줄 모르는 나는 그 이후로는

수영장같이 안전하게 막혀 있는 곳이 아니면

물놀이는 꺼려졌다.


그런 내게 바다 한가운데서 터틀 스노클링을

한다는 건 정말 엄청난 도전이었다.

반면 나와 달리 수영도 할 줄 알고 레저를 즐기는

오빠는 터틀 스노클링과 서핑을 해보고 싶어 했다.

나도 여기까지 와서 안 하고 가면 후회로 남을 것 같아 큰 결심을 하고 일정에 추가했다.




이른 아침, 서둘러 준비를 마친 우리는 픽업 장소로

향했다. 화창했던 전날과 달리 날씨가 우중충했다.

보라색의 짧은 커트 머리를 한 한인 아주머니께서

명단을 확인한 후 선착장으로 출발했다.


꾸리꾸리한 하늘은 결국 비를 뿌려댔고

한껏 싸늘해진 날씨에 불안감은 더해졌다.

표정이 어두워진 나를 본 오빠는 자기가 지켜줄 테니

걱정 말라며 내 손을 꼭 잡아줬다.


구명조끼를 입고 안내 사항을 들은 뒤

줄을 서서 차례로 배에 탑승을 시작했다.

배 안에서는 미끄러질 수 있기에 신발은

잠시 업체 측에 맡기고 맨발로 탑승했다.



배에 타기 전 까지는 으슬으슬한 게 꽤 추웠는데

신기하게도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니까

해가 빼꼼 고개를 내밀어줬다.

그 덕분에 하와이 행운의 상징 중 하나인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우리가 탄 배에는 한국인 관광객들과

업체 측의 한국인 담당자, 외국인 안전요원분들이

함께 했다. 안전요원분들은 다들 서퍼라고 했다.

마른 체형에 햇빛에 그을린 모습이

누가 봐도 서퍼같았다.



담당자의 목소리는 쇳가루가 섞여있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쩌렁쩌렁하게 주의 사항과

안내 사항을 설명해 주었다. 특히 바닷속에 들어가서

거북이를 보게 된다면 무조건 멀리 떨어져야 한다고 강조를 했다.


하와이에서는 거북이 보호 목적으로

신체 접촉만 있어도 벌금이 부과된다고 한다.

거북이들을 위해선 꼭 필요한 법이라고 생각했다.

이 법이 없었다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거북이를 못살게 굴었을 것이다.




우리 배의 선장님은 돌고래가 자주 나타난다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가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돌고래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다.

고개를 빼꼼 내밀며 바다를 유영하는

돌고래들을 보니 어느새 추위도 잊고 신이 났다.



무지개와 돌고래를 보며 호들갑을 떠는 사이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배에 타자마자 받았던 스노클링 마스크 착용을

단단히 하고 이제 바다로 들어갈 차례였다.


거금을 주고 대여한 고프로를 들고 오빠 손을

꼭 잡은 채 바다로 들어갔다. 어느 정도 깊이인지

감도 안 잡히는 망망대해의 한가운데라고 생각하니

너무너무 무서웠다. 겁에 질린 나를 본 안전요원분은 수영 킥판을 주며 매달려 있으라고 했다.


안전요원분께서 담아주신 우리의 모습


바닷물은 따뜻했지만 내 마음은 공포로 얼어붙었다.

태평양 한가운데 둥둥 떠있는 이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후회가 가득 몰려온 것도 잠시,

조금씩 시간이 지나자 두려움 마음이 가셨다.

구명조끼와 안전요원분들이 지켜주고 있으니

마음 놓고 점차 물놀이를 즐기기 시작했다.


고프로로 촬영한 바닷 속 풍경


오빠의 손을 잡고 바다 밑으로 쑥 들어가 보았다.

오밀조밀하게 생긴 물고기들이 한가득이었다.

세계테마기행에서나 볼법한 풍경들이 지금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니…

신기하고 감동적이었다. 물이 무서워서 이 일정을

포기했다면 평생 후회할 뻔했다.


안전요원분께서 고프로로 촬영해 주신 거북이


안전요원분이 거북이가 있다며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오빠와 나도 그곳으로 가서 거북이와 마주했다.

커다란 등껍질을 달고서 편안하게 헤엄치고 있는

거북이의 모습은 정말 평화로워 보였다.

지금 내가 거북이와 같은 바닷속에 있다니...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신기하고 오묘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터틀 스노클링을 마치고 배에서 간식으로

라면을 먹었다. 역시 물놀이 후 라면은 꿀맛이었다.

간식 타임 동안 돛을 내려줬는데 펄럭이는 새파란

돛과 파란 하늘, 그리고 푸른 바다의 조화는 정말

싱그러웠다. 이온음료 광고의 한 장면이 생각나는

풍경이었다.




담당자분은 패들보트, 카약 등등 다양한 액티비티가 준비되어 있으니 자유시간 동안 마음껏 즐기라고 했다. 다시 바다에 들어가기엔 무섭기도 하고

즐길 만큼 즐겨서 생각이 없던 나와 달리 오빤

다른 것도 해보고 싶어 했다.


오빠는 뱃머리에서 시원하게 다이빙도 하고

수중 스쿠터도 탔다. 엄청 재밌다며 개구쟁이처럼

웃는 오빠가 귀여웠다. 나도 한번 더 용기 내서

오빠와 함께 카약을 타봤는데 역시 너무 무서웠다.


난 이제 물개과에서 완전히 졸업한 것이다.

수영을 배워야 하나…

나와 달리 오빠는 엄청 즐거워 보였다.

해맑게 웃는 오빠를 보니 나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안전하고 즐겁게 터틀 스노클링을 마치고

처음 배를 탔던 곳으로 돌아왔다.

출발할 땐 시커멓던 하늘은 쾌청한 상태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출발할 때 걱정과 불안으로 가득했던 내 기분도

쾌청한 하늘을 따라 맑고 깨끗해졌다.

오빠가 아니었으면 터틀 스노클링을 할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오빠의 권유 덕분에 뜻깊은 경험을

하게 되어 정말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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