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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가라 하와이 8

서핑

by 수에르떼

숙소에 도착하여 개운하게 샤워를 마치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터틀 스노클링의 여운이 아직 진하게 남아

오빠랑 거북이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배에서 라면을 먹은 터라 점심은 건너뛰고

바로 서핑 수업을 가기로 했다.

얼마 뒤 서핑 업체분께서 우리를 픽업하러 오셨다.

그분도 한국분이셨는데 하와이에 이민 온 지

15년이 넘었다고 했다.


하와이의 밝고 생기 넘치는 모습이 좋아 이곳에

정착했다고 하셨다. 그리고 서핑을 좋아하는 것도

한몫했다며 호탕하게 웃으셨다. 하와이 사람 특유의

서글서글한 분위기가 서핑 업체분께도 느껴졌다.





와이키키 거리만 왔다 갔다 하다가

차를 타고 조금 떨어진 곳으로 나가니

색다른 느낌이었다.

관광지를 벗어나 하와이 사람들의 생활에

더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드디어 서퍼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해변에 도착했다.

큰 파도도 잘 오고 물도 깊지 않아서

보드 타기 알맞은 곳이라고 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자잘한 모래 해변이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일일 강사님과 인사를 나누고 바로 수업에 들어갔다. 모래사장에 서핑 보드를 눕혀두고

기본자세부터 차근히 배웠다. 강사님은

부분 동작으로 하나씩 차근차근 알려주셨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모래 위에서

같은 동작을 계속 반복해서 하니 몹시 더웠다.

하지만 보드에서 한 번이라도 똑바로

일어서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따라 했다.

오빠도 눈에 불을 켜고 아주 열심히였다.


그렇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강사님은 서핑 보드의 연결 부분과 우리의

발목을 연결하라고 하셨다. 바다에 나갈 때

보드 분실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보드를 들고 강사님을 따라 바다에 몸을 담갔다.

생각보다 꽤 먼 곳까지 들어갔는데

물 깊이는 초반과 그대로였다.

발이 바닥에 닿으니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강사님은 파도가 오는 걸 보고 보드에 올라 탈

타이밍을 알려주셨다.


모래사장에서 동작들을 무한 반복하며

몸에 익혔다고 생각했는데 실전에서는

생각만큼 자세가 완벽하게 나오진 않았다.

덕분에 물도 많이 먹고 자갈에 찍혀

상처를 입기도 했지만 오히려 더 오기가 생겼다.


불현듯 중학생 시절 체육시간에 했던 뜀틀

수행평가가 생각났다. 연습하는 내내 못 뛰어넘다가

수행평가 당일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시원하게 뛰어넘었던 그날의 감각이 느껴졌다.


강사님께서는 자세의 문제점을 짚어주셨고

나는 파도가 올 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진지하게

올라섰다. 좋은 자세가 나오면 강사님과 오빠가

박수를 쳐주며 응원해 주었다.




여러 번 반복 끝에 드디어 보드 위에 서서

시원하게 바다를 가로질렀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뜀틀을 뛰어넘은 그날의 기분을 오랜만에

느낀 것 같아 뿌듯했다.



잠깐의 쉬는 시간 동안 보드 위에 누워서

파도에 몸을 맡겨보았다. 둥실둥실 떠있는 느낌이

참 좋았다. 해변가 뒤로 보이는 멋진 빌딩과

화려한 건물을 보며 이곳이 하와이임을,

내가 태평양 바다 위에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포근한 하와이의 바다 품 속에서 편하게

누워있으니 마치 따뜻한 환대를 받는 느낌이었다.

터틀 스노클링도 재밌었지만 서핑이 훨씬

재밌고 무엇보다 무섭지 않아 좋았다.

일정에 서핑 수업을 추가한 건 정말 신의 한 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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