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 그 후
서핑 수업을 재밌게 받고 호텔로 복귀하니
시간은 어느덧 오후 3시가 넘어있었다.
샤워하고 치장을 마친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거리를 나섰다.
오전, 오후 두 번의 물놀이에 피곤할 법하지만
우리는 무슨 힘이 났던 걸까.
언제 물놀이를 했냐는 듯 넘치는 기운으로
가이드 분께서 알려주신 맛집 리스트를 살펴봤다.
우리가 고른 식당은 호텔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터라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 좋았다. 곱슬머리가 매력적인
점원분이 우리를 자리로 안내해 주었다.
싱긋 웃는 모습이 모아나를 연상케 했다.
배가 고팠던 우리는 여러 개의 메뉴와
간단히 마실 술을 주문했다.
오빠는 서핑 수업을 받고 난 후 서핑에 관심이
생겼다며 한국에 가서도 해보고 싶어 했다.
그렇게 한참을 서핑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무심코 돌린 시선에 우리의 손이 보였다.
햇빛에 그을려서 까매진 손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피부빛만은 서퍼가 된 기분이었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전신 마사지를 받는 것이었다.
물놀이 후 전신 마사지라니! 우리가 생각해도
너무 잘 짠 일정표였다. 밥을 먹고서도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와이키키 거리를
돌아보기로 했다.
거리에는 물놀이를 하고 온 사람들이 꽤 보였다.
보드를 들고 신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고 화사했다. 그들이 풍기는 해피바이러스 덕에 우리의 입가에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서핑 업체 담당자분께 들었는데
서핑을 좋아하는 분들은
출근 전에 바다에 나가서 파도를 타고
또 퇴근 후에도 파도를 탄다고 한다.
취미활동을 이토록 열정적으로 할 수 있다니...
그분들의 체력과 열정이 부러웠다.
내게도 그런 때가 있었던 거 같은데
이제는 기억이 희미해질 만큼 오래 전의
일이 된 것 같아 씁쓸해졌다.
와이키키 거리에는 다양각색의 건물들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신호등과 표지판마저도 감성이 느껴졌다.
카메라로 담는 모든 곳이 다 엽서에 나올만한
감성 가득한 풍경이었다.
습도 하나 없는 쾌적한 날씨와
곳곳의 특색 있는 건물에 신이 난 우리는
한동안 휴대폰으로 거리의 풍경을 담느라 바빴다.
서로의 모습도 예쁘게 찍어주며 이 순간을 만끽했다.
마사지를 받는 곳은 와이키키 리조트 호텔의
m층이었다. 이곳은 우리가 머문 호텔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휴양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마사지샵은 한국인 분들이 운영하고 있었다.
어두운 조명 밑에서 잔잔하게 음악을 틀고
직원분들께서 지압 마사지를 해주셨다.
두 번의 물놀이로 뻐근했던 몸이 시원하게
펴지는 기분이었다.
시원한 손길에 저절로 눈이 감긴 나는
잠시나마 편안한 휴식을 취했다.
마사지를 받고 나니 온몸이 개운했다.
오빠는 담당해 주신 직원분의 손아귀 힘이 세서
좀 아팠다고 했다. 여리여리한 몸에서
그런 힘이 나오다니 대단하다고 느꼈다.
와이키키 리조트 호텔을 나오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마사지를 받으며 한숨 자서 그런가
온몸에 긴장이 풀려 나른해졌다.
하지만 이대로 숙소로 돌아가기엔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