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살짝 모습을 드러내던 눈은
어제 본격적으로 펑펑 내리며
겨울의 시작을 알렸다.
오빠와 케냐 간 세끼를 보며 키득거리다
깜순이와 산책을 나갔는데
밖을 나가보니 눈이 나리고 있었다.
싸라기눈처럼 폴폴 날려서 금방 그칠 줄
알았는데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금세 굵어진 눈망울은 소복소복
거리를 흰 눈으로 덮어갔다.
미처 우산을 챙기지 못한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걸어 다니는 눈사람이 되었다.
우비를 입지 못한 깜순이도 하얀 강아지가 되었다.
바람이 불어선지 얼굴로 쏟아지는 눈 덕분에
우리는 눈을 헤치며 걸었다.
날씨가 아무리 궂어도 우리의 산책은 계속되었다.
우리가 함께 걸은 거리에는
깜순이의 작은 발이 콩콩 찍히고
내 발도 꾹꾹 찍혀 우리의 흔적이 남았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새하얀 눈을 맞으며
본 거리는 평소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깜순이와 늘 걷던 거리에 낭만이 묻어났다.
가로등 밑으로 눈이 펄펄 날리는 풍경과
첫눈을 즐기러 거리로 나온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앙상한 나뭇가지에 도톰하게 쌓인 눈까지.
익숙한 거리가 마치 영화 세트장처럼
새 단장한 느낌이 들었다.
거리 곳곳마다 감성과 낭만이 새어 나왔다.
뽀득뽀득 눈 밟는 소리마저 듣기 좋았다.
오늘 새벽, 여느 때처럼 깜순이와 산책을 하다가
저마다 크기와 표정이 각각인 눈사람들을 만났다.
지난밤 예술가들이 다녀간 듯 아파트 단지 곳곳에
귀여운 눈사람이 있었다.
순수한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정성스레 만든 눈사람을 보니 힐링되었다.
예쁘고 순수한 마음의 결정체 같아
보기만 봐도 웃음이 절로 나왔다.
눈 오는 게 좋은 걸 보니
난 아직 동심이 남아있나 보다.
운전하는 게 걱정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눈이 좋은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