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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한나라의개짱이 Feb 19. 2023

행복할 직장 고르는 방법, 단 한 가지

사람들이 거의 모르는 직업 선택의 우선순위


 직장이란 참 중요하다. 단지 먹고살기 위한 생업의 장이어서 뿐만이 아니다. 보통 우리가 깨어 있는 시간에서 반 이상을 직장에서 보내기 때문이다. 직장을 가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과, 직장으로 떠나고 이후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까지 더한다면 심하게 말하면 일상의 대부분을 이곳에 투자하는 셈이다. 야근과 회식까지 포함한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에서의 생활이 불행하다면, 스스로의 삶에 만족감을 느끼기란 요원하다.


 직장에서 행복해야 행복한 인생을 살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직장생활의 만족감을 높여주는 요소가 무엇일까? 회사 생활을 하며 만족감을 느끼는 동료들과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는 동료들을 보며 느낀, 직장 혹은 직업 선택에서 꼭 고려해야 할 점 하나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누군가는 직장에서 하는 일을 통해 충족감과 성취감을 느낀다. 직업과 스스로의 정체성을 일치시키고, 일에서의 성과와 개인의 발전을 동일시한다. 반면 누군가는 최대한 시키는 일만 처리하고, 더 우수한 성과를 위한 노력이나 시간투자를 하지 않는다. 또 누군가는 회사의 제도가 훌륭해서 복지와 워라밸을 마음껏 누리고, 다른 누군가는 여러 악습과 권위적인 문화 속에서 괴로워한다. 누군가는 원하는 걸 먹고 사기에 충분한 연봉을 받고 누군가는 생활에 꼭 필요한 정도만큼의 월급을 받고 저축은 꿈도 꾸지 못한 채 살아간다. 


 여기까지 언급한 내용들 모두 직장에서의 만족도에 크게 기여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내 생각에 이제는 이들보다 더 우선시 되는 요소가 하나 더 생긴 것 같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또는 고려하지도 않은 채 직장을 선택했다가 결국 퇴사하게 만드는 요소가.




 우리 회사에 신입사원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부서가 하나 있다. 바로 해외 MD팀이다. 매년 가장 많은 신입사원이 배치되고, 다시 그중 많은 수가 퇴사한다. 처음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봐도 우리 회사는 괜찮은 편이다. 이름을 들으면 모두가 아는 대기업이고, 워라밸이 좋기로 유명하다. 복지 제도도 잘 돼있고 연봉도 동종 업계에서 최고 수준이다. 회사 문화 개선도 많이 되어서, 상대적으로 덜 경직되어 있다. 실제로도 퇴사율이 다른 회사에 비해서 많이 낮은 편이다. 그런데 왜 그 부서만 유독 신입사원의 퇴사가 많은 걸까.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해 뛰어난 스펙을 쌓고, 이 힘든 취업난을 뚫고 들어온 회사다. 무엇이 그들을 퇴사로 내몰았을까.


 해당 부서는 겉에서 보기엔 훌륭한 부서였다. 해외에 있는 상품들을 서칭해 국내 시장에서 반응이 좋을 만한 상품을 소싱해 온다. 또 해외의 경쟁력 있는 제조사들과 컨택해 독자적인 상품을 개발해 수입한다. 해외 파트너 발굴과 트렌드 조사를 위해 주기적으로 해외 출장을 떠난다. 얼마나 멋진가. 설명만 들으면 내가 취준생이라도 당장 지원서를 작성했을 거다.


 그런데 문제는 위와 같은 직무를 수행하기 전에 두 단계의 벽이 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국내 상품담당 MD, 다른 하나는 같은 부서의 사수다. 대부분의 회사가 그렇듯 해외와 국내는 상품의  운영이나 영업의 주체가 다른 경우가 많다. 위 해외 MD도 마찬가지다. 해외에서 상품을 소싱해 오거나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서 수입해 오고 나면 그때부터는 국내 MD의 소관이다. 국내의 MD가 해당 상품을 판매할지 말지,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결정 권한을 가지게 된다. 쉽게 말해 해외 MD는 국내의 MD에게 영업을 하고, 이에 대한 결정을 받아야 하는 일종의 을이 되는 것이다.

 두 번째 벽은 바로 사수다. 해외 MD로 정식으로 활동하기 전에 MD의 어시스트 역할을 먼저 하게 된다. 그 경우 위에서 언급한 업무들 보다는, 해외 소싱에 수반되는 기계적이고 반복되는 서류 업무들을 수행하게 된다. 이 두 가지 벽을 맞닥뜨리면 신입사원들은 느끼게 된다.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  그들은 결국 결정된 일, 시키는 일만 하다 퇴사를 결심하게 된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직장 생활을 행복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주도성'이다.



내가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하느냐? 아니면 '수동적'으로 일하느냐.

판단하고 선택하느냐? 아니면 지시받느냐.  

더 나아가서 거칠게 말하면 '나는 주체냐' vs '부품이냐'의 문제이자 내가 '갑이 되느냐' vs '을이 되느냐'의 문제였다




 어느 때보다 자아가 커진 '빅미'시대다. 스스로를 보여주고, 표현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데 온 힘을 다 쏟는 세대다. 그런 세대에게 너는 주인공이 아니라고, 부품이 되어 주어진 일만 잘 처리하라고 주문하는 건 고문과도 같다. 그들은 직장에서 본인 삶의 통제력을 놓쳤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 어떠한 기쁨도, 성취감도, 의미도 찾을 수 없다. 내 본성과 기호는 직장에서 철저히 격리당한다. 나의 자아와 직장에서 요구받는 자아 사이의 괴리감은 감정과 의욕을 죽여버린다.


 누구도 인생에서 조연이 되고 싶지는 않다. 결국, 이들은 '나'가 되기 위해 퇴사한다. 그렇게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내가 주도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직장에서의 만족도에서 그 무엇보다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물론 비판도 있을 수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취직하게 된다면, 직급이란 게 있고 시스템이란 게 있다. 그 속에서 신입사원의 역할은 당연히 지시받은 일을 수행하고, 맡은 직무의 역할만 수행하면 되는 것 아닌가? 맞다. 그러나 그 정도라는 게 있다. 어차피 어떤 직업을 가지든 어떤 직장을 가든 완벽하게 자유롭고, 완전히 주체가 될 수 있는 곳은 없다. 그럼에도 그 거대한 체계가 나의 자아를 질식시키지 않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봉도 좋고 워라밸도 좋다. 그러나 직장 혹은 더 넓게 봐서 직업을 선택할 때 이 '주도성'을 꼭 다시 한번 생각했으면 좋겠다. 내가 이 직업을 선택해서 혹은 이 직장에 가서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나는 부품이나 을이 되지 않고 주체가 될 수  있을까? 더 많이 고민하고 조사했으면 좋겠다. 이런 만족감에서 행복은 물론이거니와 성과까지 따라오는 거다.


 어쨌든 우리 모두 저마다의 속도로 험한 세상을 건너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 우리 일상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고 있는 장소가 부디 그대에게 끔찍함으로만 점철된 곳이 아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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