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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식 Sep 10. 2023

창작자의 브랜딩

브랜딩에서 배운 것들


브랜딩에 대한 도서와 정보가 넘쳐나지만, 정작 주변을 보면 거기에 큰 관심을 보이는 창작자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창작자는 아무래도 자기 몰두적인 성향이 더 강해서일까요.



제가 이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건, 마케팅과 브랜딩의 차이를 몰라서였습니다. 저는 비즈니스란  다 ‘포트폴리오를 끼고 다니며 업계 사람들과 악수하고 명함을 돌리는 것’인 줄 알았거든요. 전 벌써 그런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아예 관심을 꺼버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을 하고 경력을 쌓으면서, 점점 제가 남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에 대해 의식할 필요성, 그리고 제가 의도했던 것들이 더 정확한 지점과 만나게 하기 위해 나를 보여주는 방식을 정제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일을 가려가며 받게 됐고, 선택적으로 공개하게 됐고, 글도 좀 더 다듬어서 쓰게 됐죠. 이후에 그게 바로 브랜딩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브런치의 마케터였던 김키미 작가님이 쓰신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에서는 마케팅과 브랜딩의 차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마케팅은 타인에게 “저는 좋은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브랜딩은 타인으로부터 “당신은 좋은 사람이군요”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저는 브랜딩에 대해 알아가며 창작자야말로 브랜딩이 필요한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상적인 가치를 팔아야 하니까요. 그리고 세상엔 여기에 대해 가르쳐 줄 전문가가 정말 많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그만큼 그저 눈속임에 불과한 것을 가르치는 사람들도 많고요.) 전문가들의 많은 조언들 중, 특별히 제게 도움이 되었던 부분을 창작자 버전으로 나눠보려 합니다.








브랜딩은 남에게 나를 키워드로 인식시키는 것이다

브랜딩은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이런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인식시키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내 포지션을 만드는 것입니다. 어떤 키워드를 떠올렸을 때 "아, 그건 그 작가지!" 하는 말이 나오게 하는 것입니다.



독특한 포지션은 관객의 마인드에서 나온다

독특한 포지션은 내가 아니라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습니다. 창작자는 독특해지기 위해 자신의 작품을 개선하는 데에 더 정신을 쏟기 쉽지만, 이와는 별개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내 작업의 위치를 잡아주는 것'이 따로 필요합니다. 이 때는 내 관점에서 벗어나 바깥에서 나를 보는 게 필요합니다.



하나의 포지션을 독점하라

남들과 비슷한 키워드로 경쟁하는 것보다는 차별화된 작은 것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사람들은 이미지의 홍수 속에 살고 있으며 최초, 혹은 최고만 기억합니다. 경쟁을 통해서 독특한 포지션을 가지려면, 다른 사람보다 최소 10배는 더 잘해야 합니다.



모두에게 호소하려 하지 마라

옛날에는 모두에게 호소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너무나 많은 이미지로 넘쳐나는 이제는 보다 구체적이고 명백한 것이 필요합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려 하는 것으론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애매한 여러 가지를 모으지 말고 하나에 깊게 들어가라

그런 면에서 다채롭고 다방면에 애매한 소질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포트폴리오야 말로 어디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실질적으로 잘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지속가능성을 만듭니다.



자신의 강점에 집중해라

여기엔 ‘나는 누구인가’라는 감성적인 질문보다는 냉정한 자기 객관화가 더 필요합니다.



숨은 강점을 찾아라

‘나에겐 이게 당연한데 왜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안 하지?’라고 생각된 것이 있습니까?



역량을 혼합하라

하나에 깊게 들어가라는 건 한 우물만 파라는 것이 아닙니다.  정체성은 자신이 가진 역량의 중간에서 생겨납니다. 운동하는 여성의 삶에 영감을 받아 작업하고 스스로 이에 대한 롤모델이 되는 일러스트레이터, SF에 영향을 받아 그 계보를 잇는 작업을 하며 자신의 덕력을 갖고 사람들을 교육할 수 있는 만화가... 이런 것이 독점을 만듭니다. 역량을 혼합하면 그 누구도 같은 포지션에 있을 수 없습니다.


누구도 같을 수 없다 (*이 이미지는 도서 <포지셔닝>에서 이미지 컨셉을 빌려왔다)




나의 배역을 선택하라

나를 보여주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내 모습을 다 보여줄 필요는 없습니다. 수많은 나 중, 내가 원하는 배역을 맡으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자신은 포장되거나 꾸며낸 자신이 아닌 진정한 나여야 합니다.



내가 규정한 나로 변화하라

나의 배역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활동과 경력을 거기 맞추어 이끌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오랜 시간 매달려야 합니다.



작게 시작하라

작은 시장은 선점하기가 쉽습니다. 작은 영역부터 시작해서 큰 영역으로 서서히 확장해 나가는 것이 유리합니다. 이 정도면 너무 작은 것 아닌가 싶을 만큼 작은 것으로 시작하는게 좋습니다.



일관적으로 나아가라

브랜딩은 시간이 걸리는 과정입니다. 사람들의 마인드에 자리 잡으려면 일관되게 꾸준해야 합니다. 이것이 늘 똑같은 작업을 양산하라는 것으로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탐구하고자 하는 테마 안에서 움직일 필요가 있습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사람들에게 한번 자리 잡은 포지션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마라

일관성을 위해선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의뢰를 받더라도 모든 것을 다 하는 것이 아니라 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선택적으로 받으면서 일관성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죠. 하게 되더라도 굳이 알릴 필요가 없습니다.



충돌을 두려워하지 마라

진정한 나를 드러내면, 필연적으로 나를 좋아하는 쪽과 나를 좋아하지 않는 쪽이 생겨납니다. 팔로우가 끊어지는 걸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만큼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라

브랜딩은 스토리텔링입니다. 자신이 이런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 이 테마에 천착하며 보게 되는 것들, 작업 과정과 어려움, 도전거리, 일상과 단상... 이런 것이 자신의 작업을 단단하게 만드는 스토리가 됩니다.



정체성을 가져라

기술은 계속 변화하고 트렌드도 변화합니다. 그러나 정체성은 변하지 않습니다.



비밀을 드러내라

<제로투원>에서는 정말 중요한 질문이 하나 나옵니다. “정말 중요한 진실인데 남들이 당신한테 동의해주지 않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것이 통념에 반하는 답을 끌어냅니다. ‘나는 아는데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은 건 무엇인가?’ ‘중요한데 아직 이야기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아직 표현되지 않은 경험의 단면은 무엇인가?’ ‘퇴색되었지만 내가 다시 일깨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이것이 자신이 사람들에게 드러내야 할 비밀입니다.







도움이 좀 되나요? 저는 브랜딩을 접하고서야 내가 바라는 내가 되기 위해 뭘 해야 할지 좀 더 분명해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부터 브랜딩을 의식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생각해 보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어느 분야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디자인과 회화는 상당히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창작은 그냥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과는 다르며, 분명 어떤 비전략적이고 불가해한 것으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남들의 인정과는 관계가 없는 부분도 있고요.


창작은 언제나 내가 떨쳐낼 수 없는 것, 그래서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표현하고야 마는 뜨거움과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냉정함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입니다. 브랜딩이란 도구가 우리의 뜨거움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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