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밖은 위험해"라 여기는 창작자를 위한 긴급 처방
요즘 몇몇 창작자들을 만나며 느끼는 게 있습니다. 많은 창작자들이, 자신을 사회와 동떨어진 존재로 본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예술 밖의 사람들을 만나길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자신은 이상하고, 약하고, 불안정하고,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들만 가려가며 만나려 합니다.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는 시점이 되니 이런 것이 더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중학교 이후로는 예술 바깥으로 걸어 나가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서 여기에 대한 공포가 있습니다. 내 역할이 불분명하고, 사회에서 약한 존재, 늘 배려받아야 하는 존재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말이죠.
이에 대해 저에게 가장 효과가 좋았던 처방은 세상사에 관심을 갖는 것이었습니다.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우고 사회 시스템, 국제 정세, 경제, 부동산 가격 추이, 역사, 시장 변화, 새로운 기술... 이런 걸 알아두는 거였습니다.
창작은 이런 것들을 모르고 오직 자기 세계에만 빠져있어도 된다는 핑곗거리가 아닙니다. 자기 분야의 관심사를 파면서 거기에 틀어박히는 건 10대, 20대 초반에나 가능합니다. 그 이후에도 그렇다면 좀 문제가 생깁니다. 다른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심리적 주변인에 머무르게 되는 거죠. 특히 예술의 세계에선 이런 일이 빈번합니다.
자신의 약함을 자신의 개성으로 여기면서, 그런 걸 소중히 간직하지 마세요. 예술은 미성숙에 대한 합리화의 수단이 아닙니다. 창작자가 지켜야 할 건 그런 게 아닙니다. 내 작은 세상을 지키는 것에 갇히면 성장하지도 못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알지도 못하게 됩니다. 그런 식으로는 자신의 잠재성을 꽃피울 수 없습니다.
세상사에 관심을 가지라는 게 매일 뉴스를 보면서 정부 욕하고 이러라는 게 아닙니다. 경제 뉴스 보면서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기하고 오를지 내릴지 보면서 떨고 있으라는 게 아닙니다. 어디 가서 아는 척하라는 건 더더욱 아닙니다. 판을 읽고 내가 서 있는 세상이, 내 주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으라는 것입니다. 내가 작업으로 하는 얘기와 상관이 없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것들이 30대 중반 정도 되면 중요해집니다. 밖에서 볼 때보다 아마 스스로에게 중요할 것입니다. 사회의 다른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갖지 않는 것, 내가 사회의 일원으로서 동등한 레벨이라는 자각 말이죠.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나 남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괴롭힙니다. 예술가로서 스스로를 사회에 부적응하는, 약한, 물정 모르는 상태에 놓아두지 마세요. 내향인과 외향인 차이 이런 것이 아닙니다. 힘이 없는 것과 힘이 있는 것의 차이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만드세요.
이건 혼자 정신승리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긴급 처방으로 당장 아주 쉬운 수준의 기초 경제 책 3권만 읽으세요. 이 두려움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