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사단 32연대

by 사선에서

2006년, 나는 21사단에서 연대 교육장교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당시 연대 전술훈련평가(RCT)를 준비하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정말 열심히 훈련에 매진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의 RCT는 두 개 연대가 쌍방으로 기동하며, 일주일간 공격과 방어를 교대로 실시하는 방식이었다. 우리 연대는 12사단의 한 개 연대와 쌍방훈련으로 평가를 받았다.


훈련 3일차, 공격 작전 평가가 종료된 뒤, 행정전환 시간을 활용해 방어 집결지로 이동하던 중 갑자기 기상이 악화되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 정도 비쯤은 훈련 중에 맞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행군을 계속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일기예보가 정확하거나 구체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비의 기세가 거세졌다. 연대장님께서는 상황의 심각성을 판단하고 통제부에 제한사항을 직접 보고한 뒤, 인접 주둔지에서 비를 피하기로 결심하셨다. 곧바로 행군 방향을 돌려 가까운 2사단 32연대 주둔지로 향했다. 그러나 비는 더욱 거세졌고, 통제부였던 3군단 교훈처는 전술훈련평가 중지를 선언하며, 피해 방지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지시했다.


우리 연대는 32연대와 협조하여 각 대대별 대피 장소를 확보했고, 신속히 시행에 들어갔다. 연대 참모와 실무자들은 대대 및 직할중대가 빠르게 대피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통제와 지원을 실시했다. 비록 5월이었지만 강원도 양구의 기온은 매우 낮았고, 비를 잔뜩 맞은 전 장병들은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나 역시 우의를 입었지만 속옷까지 젖어 버려 체온이 뚝 떨어졌다.


그때였다. 2사단 32연대장님께서 예하 대대장들에게 "훈련 부대인 21사단 장병들에게 온수 목욕을 지원하라"고 지시하셨다. 지금은 훈련 부대에 온수를 제공하는 것이 비교적 흔한 일이지만, 당시 양구 지역의 주둔지는 심정(지하수)을 사용하고 있어 물이 항상 부족했다. 1개 대대 병력이 목욕을 하면 그날은 해당 부대 전체가 물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사정을 전해 들은 우리 연대장님은 32연대장에게 이렇게 말씀드렸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우리는 훈련 중이고, 비만 피하게 해주신 것으로도 충분히 고맙습니다. 32연대 장병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32연대장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온수 목욕을 제공받았다. 얼어붙은 몸으로 따뜻한 온탕에 몸을 담그는 그 순간, 천국이 따로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32연대 장병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감기 환자를 포함한 비전투 손실이 대거 발생했을 것이다.


그다음 날 아침, 나는 또 한 번 놀랐다. 갑작스럽게 시설을 이용한 탓에 정리를 하지 못해 32연대 주둔지가 지저분해진 상태였다. 비가 그치고 상황실 밖으로 나가보니 일부 병사들이 전장 정리를 하고 있었다. 나는 우리 연대 장병들인 줄 알았으나, 그들의 부대 마크는 2사단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아침 일찍부터 왜 이곳에서 청소를 하고 있니? 여긴 우리가 정리하려고 했는데?"


그러자 병사 한 명이 대답했다.

"아닙니다. 여기는 저희 주둔지입니다. 손님이 오셨으니 정성껏 대접하는 게 맞다고 행정보급관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손님…."


그 말은 내 뒤통수를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이었다. 사실 평가 2주 전, 우리는 인접한 21사단 연대 주둔지에 들어가 예행연습을 한 적이 있다. 단 이틀간 집결지를 편성하고 상황실을 운영했을 뿐인데, 해 부대 간부가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00 지역 치우고 가세요. 그렇게 사용하면 다시는 협조 못 해줍니다. 사단 감찰에 신고할 겁니다."


훈련도 끝나지 않은 부대에 와서 협박하듯 말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이게 같은 사단에서 근무하는 전우애인가? 누가 안 치운다고 했나? 참 창피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다른 사단의 장병들은 우리를 손님으로 대접하고 있었다.


집중호우 속에서도 2사단 32연대 장병들의 헌신적인 지원 덕분에, 우리는 한 건의 인명 및 장비 사고 없이 평가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훈련을 마치고 텐트를 접어 트럭에 실은 뒤, 32연대 주둔지를 나설 때 위병근무자가 절도 있게 경례하며 이렇게 외쳤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또 방문해 주십시오!"


그 짧은 인사가 얼마나 깊은 여운을 남겼는지 모른다. 나는 군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고, 이렇게 멋진 전우들과 함께 국토를 지킨다는 생각에 마음이 든든했다.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나는 당시 2사단장님과 32연대장님께 정중한 메일을 보냈다.


2사단장님께는 위에서 기록한 내용을 공유하고, 32연대 장병들을 꼭 칭찬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훗날 2사단이 우리 65연대 축선에서 훈련을 진행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지원하겠다는 의지도 함께 전했다. 32연대장님께도 같은 내용의 메일을 보내며, 전우애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담았다. "언젠가 우리 연대가 보답할 기회가 생기면 반드시 돕겠습니다."


며칠 후, 32연대장님께 답장이 왔다.


"같은 군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앞으로도 교류가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약 2주가 지나, 사무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통신보안! 교육장교입니다."


"그래, 수고 많네. 65연대 교육장교인가?"


"그렇습니다.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나, 2사단장이네."


"충성! 사단장님 안녕하십니까!"


"자네가 보내준 메일 잘 읽었고, 32연대 장병들 칭찬 많이 해줬네."


"감사합니다, 사단장님. 그들은 정말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나는 자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

"제가 한 게 없습니다, 사단장님…"

"자네가 쓴 편지는 2사단 예하 전 장병에게 윤독토록 했네. 우리가 소홀히 했던 전우애를 되새기게 해준 좋은 내용이었지. 나도 전우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네."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전 그저 32연대 장병들이 너무 고마웠고 멋졌습니다."

"자네가 우리 2사단 장병들을 칭찬해주니 내가 더 고맙지. 그리고 하나 더 감사하게 생각하는 게 있어."

"하나 더 말입니까?"

"군단장님께서 자네 편지를 어떻게 아시고, 군단 지휘통제실에서 직접 전 간부들에게 낭독하셨네. 전우애의 중요성에 대해 직접 말씀하셨고, 2사단 장병들이 참 잘했다고 칭찬하셨지. 물론 32연대장도 같은 전화를 받았고."


전화를 끊고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전장에서 쏟아지는 포탄과 총알 속에서 의지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내 옆의 전우다. 그런 전우애를 우리는 평소 얼마나 잊고 살아가는가. 나 역시 인접 부대의 협조 요청을 받을 때 2사단 32연대 장병들처럼 진심을 다했는가? 먼저 머릿속으로 손익 계산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나는 그날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지금도 2사단 32연대 장병들을 진심으로 칭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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